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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엄마랑딸이 읽는 책-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by GoodMom 2010. 11. 11.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Terminale! Tout le monde descend )

수지 모건스턴,알리야 모건스턴 저/최윤정역/웅진지식하우스 

 

겨레 따라 도서관에 갔다가 골라 온 책이예요.'프랑스 여성인권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금딱지 위...제목이 눈에 띄더군요.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책 표지를 보고 먼저 상상을 해보았죠...프랑스 엄마가 쓴 자신의 엄마에 대한이야기거나 아님 딸을 키우면서 느끼는 소소하고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구요.


 

 차례를 펼치니 좌우로 펼쳐진 목차가 재밌습니다.

 

왼쪽은 엄마의 일기 오른쪽은 딸의 일기...

 엄마의 일기

딸의 일기 

 아침I 그럼 아무것도 입지 말고 가!   아침II 옷이 많으면 뭐 해? 유행이 다 지난걸!

 오후,귀가I 네개의 고독이 마주 앉은 식탁

 오후,귀가II 나의 하루는 충분히 지루하고 길었다
 아침, 출발 이후I 겨우 시험점수 하나 갖고 이 난리야?  아침, 출발 이후II 엄마라는 사람이 저럴 수가...
 토요일저녁I 어째서 이아이는 내가 좋아하는 물건만  좋아할까?  토요일저녁II 그까짓 젖싸개 하나 갖고 웬 난리람
 일요일I 내가 괴물단지를 키우고 있는 걸까?  일요일II 일요일, 내 소중한 하루가 망가지다니!
 열여섯살 생일파티I 하느님,아직 안돼요!잠깐 기다려주세요  일요일II 걱정마 엄마! 난 아직 처녀야! 
 플루트레슨I 그래,나는 할 수 있는 만큼은 했어  플루트레슨II 내가 플루트를 선택한 건 바이올린을 든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어 

 쇼핑I 내가 보기엔 눈꼽만한 차이도 없는걸

 쇼핑II 영화 보러 나갈 때 입을 옷을 오늘 꼭 사고말거야
 대학입학자격시험I 도대체 시험은 우리 둘 중에 누가 보는거야?

 대학입학자격시험II 운이 좋으면 꼭 똑똑하지 않아도 된다.

 입학준비! 이세상 딸들을 다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내 딸  입학준비II 다른 엄마라면 나를 잘 보살펴줄지도 모르지만 


차례에 나온 제목만 보고도 한참을 웃었네요.

저도 겨레랑 요즘 교환일기를 쓰고 있는 중인데, 궁금해졌습니다.어떤 내용일까하고...

 

 

이 책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엄마와 딸이 릴레이식으로 쓴 일기예요. 같은 사건을 엄마의 시각에서 본 일기와 딸의 시각에서 보고 쓴 일기를 보여주면서 둘 사이 감정의 차이가 그대로 글에 드러나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겨우 시험점수 하나 갖고 이 난리야? 

내가 가지고 싶어서 가졌고, 뱃속에 넣고 다녔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내젖을 먹이고, 밤잠을 못자가며 키운 이 아이를 사정없이 때려주고 싶다. 무섭게 노려보고 마구 물어뜯어주고 싶다. 내 눈앞에서 꺼져버렸으면 좋겠다.   -엄마-

 

엄마라는 사람이 저럴 수가... 

시험점수는 잊어버리고 엄마 때문에 울고 있는 게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겠다. 엄마는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다. 일일이 설명을 해야 되나.엄마가 됐으면 이해를 해야지. 마침표! 나는 엄마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서러워서 운다. -딸-


 

분주한 아침풍경부터 하교 후 풍경 , 학교시험...그리고 엄마옷을 훔쳐입고 나가는 딸에 대한 이야기,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딸 때문에 걱정스런 엄마의 마음, 프랑스에서 치뤄지는 대학 입학시험을 치룬 후,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이야기까지 사춘기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때론 소통이 되지 않고 무겁고 복잡한 모녀의 관계를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풀어나간 책이예요.

엄마이야기를 읽으면 내 딸을 떠올리며 엄마 마음에 100% 공감이 가다가도, 딸 이야기를 읽을 때면 예전 나의사춘기 시절 우리 엄마가 생각나서 딸편이 되기도 하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엄마와 딸의 패션>

슬그머니 흘러내리는 경향이 있는 고무줄팬티부터 하도 입어서 펴지지도 않는 구김이 가고 기름자국 세세자국이 난 치마바지를 입은 엄마 패션을 그린 그림을 보고, 아, 엄마는 전세계가 다 똑같구나 하고 웃었어요.

요즘 우리 딸은 아침 등교할 때 엘리베이터 타는 곳까지만 따라나간다고 해도, 츄리닝 바지 못입고 나오게 하는데...^^ 이 그림 보여주면서 전 세계 엄마는 다 똑같다고 했더니 겨레가 같이 웃네요. 그리고 단호하게 하는 말, "그래도 현관 문을 열고 나올 때는 절대 절대 이렇게 입으면 안돼!"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제목이 참 좋아요. 원서 제목을 살펴보니 프랑스어로 'Terminale! Tout le monde descend'입니다. '종착역입니다. 모두 내리세요'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엔 한글 번역제목과 느낌이 너무 달라서 좀 갸우뚱 했는데...책을 다 읽고 나니, 원서 제목도 그럴싸한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인 수지 모건스턴은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를 쓴 동화 작가예요.(아~ 하셨죠?^^)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내 생애 최고의 캠핑> <콩 반쪽의 행복>등 모두 재밌게 읽었던 책입니다.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이 책은 사춘기를 지나는 저자의 큰딸 알리야가 엄마의 말을 무조건 잔소리로 여기자 딸과의 대화의 통로로 교환 일기를 쓰게 되었고 그리고 그 일기를 엮어서 책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엄마를 닮았는지 딸의 글솜씨도 굉장해요.^^

 

◆ 작가의 홈페이지  http://susie.morgenstern.free.fr/siteweb/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를 읽고 나니, 소개하고 싶은 책 한권이 더 생각나네요. 

 

 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 :선현경,이우일, 그리고 딸 이은서의 유쾌한 한지붕 생활고백

선현경 글,그림/웅진지식하우스


 

 

가족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일기처럼 혹은 하소연(?)처럼 풀어간 이야기예요.  글을 읽으면서 "어쩜, 나랑 똑같네!" "와, 내 이야기같아~"하는 부분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요. 가족 사랑을 뭉클함만으로 풀어가지 않고 솔직담백하게...마음을 표현했던 부분때문에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 저처럼 외동딸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 어쩜 그리 똑같던지요...^^ 딸이야기에 남편이야기까지...더해져서 세상의 모든 엄마와 모든 딸과 남편이 함께 읽으면 즐거워질 책입니다.


 

 적정 시기가 되면 해야 할 적당한 일들이 있다고 어른들은 이야기 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적정시기란 없는 것 같아서 그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해줄수가 없다. 말을 늦게 배운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는 건 아니다. 오줌을 늦게 가린다고 바지에 오줌을 싸는 어른으로 자라지도 않는다. 다 자기만의 시간으로 세상을 배우고, 또 자기만의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남들처럼 시기를 놓쳤다고 아쉬워할 일은 세상에 없지 않을까

-<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 본문중에서-


 

 

이상은...

사춘기 딸은 둔 가슴 답답한 엄마, 소통이 불가능한 엄마 때문에 속상한 딸...

세상의 모든 딸들과 엄마가 읽으면 좋을 책이었습니다.

 

2010.11.11

겨레는 열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