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미술관,
비오는 날 도서관,
비오는 날엔 미술관이나 도서관이 왜그리 가고싶은지 모르겠어요...^^
우산 쓰고 며칠 전 겨레와 빌려온 책들입니다.
집 바로 앞이 도서관이예요.
전에는 집 바로 앞이 대형 서점이라, 겨레랑 '매일 한시간씩 신간도서 읽고 오기 미션'을 하는 재미가 좋았는데...
집 앞이 도서관이니, 오후 시간 도서관으로 놀러가는 재미도 그만이네요. 도서관에서 놀다 떡볶이를 사먹고 집에 돌아오곤 하죠. 겨레는 매운 걸 못먹어서 떡볶이를 싫어했는데, 최근에야 그 맛을 알았답니다.
오늘은 빌려온 책으로 생각나는대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바보(순정만화 시즌2 ) 1권, 2권 /강풀/문학세계사
강풀 원작의 만화예요. 제가 빌린 책인데, 겨레도 같이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는 강풀 만화를 웹툰으로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먼저 보고 팬이 되었습니다. 심금을 울리는 웹툰이었습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만큼의 감동은 아니었지만, '바보'도 참 재밌게 읽었어요.
이 만화는 2008년 차태현, 하지원 주연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답니다.
영화 '바보' 포스터
영화는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리지 못해 아쉬운 느낌이 많았던 영화입니다. 원작 느낌을 제대로 살리는 일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긴 하지만 강풀이 그려낸 '바보'와 차태현이 연기한 '바보'가 차이가 있어서 아쉬웠어요.
'바보' 소개를 하고 보니, 역시 같은 작가가 그린 순정만화시리즈 시즌 3로 내놓은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그대를 사랑합니다.(순정만화 시즌3) 강풀 /문학세계사
그대를 사랑합니다...
만화를 보면서 이렇게 울고 웃을 수가 있을까? 하면서 봤었어요. 재작년 가을엔가, 남편이 강력추천을 해서 웹툰으로 봤던 만화입니다. 그 감동이 아직도 남아있네요. 겨레랑 겨레아빠랑 서로 추천하면서 네이버나 다음에서 연재되고 있는 몇가지 웹툰을 즐겨 보고 있는데, 그 웹툰들 가운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중 하나입니다.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보실 분은'... click
영화로 만들어 진 '그대를 사랑합니다' 포스터
지난 3월, 겨레 데리고 온 가족 출동해서 보고 온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포스터예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인공인데, 겨레도 선뜻 보겠다고 하더니 영화 상영 내내 얼마나 열심히 보던지...
만화 보면서도 여러번 울었는데, 영화 보면서 저는 또 눈이 빨개지도록 울었지요...
겨레는 "역시 이순재 할아버지야!"하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고 영화관을 나왔답니다.
강풀작가의 만화들이 워낙 섬세하고 감성적이라 영화로 제대로 그려내기 쉽지 않았을텐데, '주연 배우들(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의 연기 경력을 합하면 200년이 넘는다'는 포스터 문구처럼 주연배우들의 빛나는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였습니다.
겨레는 영화 보고 와서 웹툰으로 만화를 다시 보더군요.
다시 빌려온 책 소개로 돌아갈게요...
쥐 I, II /아트슈피겔만 /아름드리 미디어
표지만 보고도 무슨 내용일지 상상이 가시죠?
겨레가 빌려온 책이예요. 이 책도 만화입니다.
미국대중만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아트 슈피겔만이 아버지가 직접 겪었던 유태인 대학살 참상을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해서 만들어낸 작품이예요. 음침하고 어두운 그림체, 시종일관 무거운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그림이 주는 느낌만큼 충격도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락방과 창고 등 비밀스러운 공간에 숨어 살았던 유태인의 모습은 쥐로 표현되었고, 유태인을 잡아가는 독일인은 고양이로, 그리고 쥐를 숨겨주기도 하고, 고양이에게 고발하기도 하는 제 3자의 입장을 가진 폴란드인은 돼지로 그려진 캐릭터 설정도 독특합니다.
작가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그려낸 이야기라 유태인 수용소 이야기를 너무나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냈어요.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영화 포스터
'쥐'를 소개하면서 생각난 영화 한편입니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란 제목의 베스트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본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을 다룬 영화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영화로 기억이 됩니다. 기존의 영화들처럼 대학살에만 촛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라 어린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내용에 놀랄만한 결말 때문인 것 같습니다.(혹시, 보실 분들을 위해서 줄거리는 생략할게요.)
영화가 끝나고도 싸~~~한 느낌에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던 영화였습니다.
'쥐'와 연관지어서 생각나는 책이 한권 더 있네요.
페르세 폴리스 1, 2 /마르잔 사트라피
차도르를 쓴 여성...등의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이란'이란 나라에 대한 이해를 더해주었던 책이예요. 이슬람 혁명과 이란 이라크 전쟁으로 얼룩진 시절을 보낸 여성작가 마르잔 사트라피가 흑백의 이미지로 그려진 만화로 자신의 조국과 자신의 성장기를 그려낸 책입니다.
위에 소개한 '쥐'와 비슷한 흑백 그림이 이 책을 떠올리게 만들었는데요. 실제 작가가 책 표지에 이렇게 이야기를 썼더군요.
"1994년 프랑스에 살게 되고 나서, 나는 친구들에게 이란에서 내가 보낸 시절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TV를 통해 이란에 대한 단편적인 부분들만을 알고 있었고, 내 경험에 대해서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해야 했다. 아냐 아냐, 이란은 그런 곳이 아니라구!"
난 20년 가까이 이란 사람으로 살았던 것이 그렇게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걸 납득시켜야 했다. 내가 선택하고, 살아 온 것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대학을 마치고 작업실을 운영했을 때, 함께 있던 친구들이 말했다. "네 이야기에 대해서 뭔가 해보는게 어때?"
그들은 내게 만화를 소개해 주었다. 아트 슈피겔만의 <쥐>가 첫 책이었다. "오, 하느님. 이런 방법이 있었다니!"
그건 정말 놀라운 발견이었다."
흑백의 강렬한 느낌의 두 만화가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페르세 폴리스'가 '쥐'의 영향을 받았더군요.
1권은 주인공이 조국 이란에서 자라면서 겪은 혼돈의 어린시절 이야기, 2권은 혼돈의 이란을 떠나 외국으로 홀로 유학을 떠나 지독한 방황을 겪은 후, 다시 조국으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담겨있어요.
저는 두권 모두 읽었지만, 2권은 당시 초등학생이던 겨레가 읽기에는 조금 이른 것 같아...1권만 읽으라고 했지요. 겨레아빠는 처음엔 제 의견에 반대를 하더니, 직접 1,2권을 모두 읽고 나서는 2권은 겨레가 조금 더 큰 후에 읽으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이 별도로 보관되는 것은 아니고, 1권과 2권이 나란히 거실 책꽂이에 꽂혀있습니다. 엄마 아빠 의견은 이러하니 그 선택은 너에게 맡긴다!
이 만화도 영상으로 제작되어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찾아보세요. 저는 책이 훨씬 재밌었습니다.
쥐, 페르세폴리스에 이어...
책을 통해 나의 시각을 바꿔준 경우가 생각 나서 한권 더 소개해 봅니다.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열림원
먼저 소개했던 '쥐'나 '페르세폴리스'가 그냥 막연한 어떤 단어나 이미지로만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유태인이나 이란에 대한 시각을 바꿔주었던 것처럼 이 책 역시 읽은 후, 이 책의 배경이 된 아프카니스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던 책이예요.
'이슬람' '탈레반' '테러조직'등의 단어들로만 연상되었던 아프카니스탄, 그들에게도 그들의 역사가 있고 자부심 있었던 눈부신 시절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책입니다.
이 책 역시 영화로도 만들어졌어요. 책에 비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영화였지만, 주인공이 연을 날리는 찬란한 파란 하늘이 가슴에 남더군요.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아프카니스탄 소식을 접하게 되면 예전처럼 그냥 흘려듣는게 아니라 '무슨 일인가?"하고 다시 보게 되니 소설가 한사람의 힘이 참으로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이야기로 시작해, 꼬불꼬불 책 이야기, 영화 이야기로 이어졌네요. 위에 소개한 책과 영화들은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읽고 함께 본 책들입니다. 같이 읽고 보다 보니, 이야기 소재로도 많이 등장했었지요. 먼저 읽은 사람이 다음 사람에게 권해주면 또 읽고 둘이 얘기 나누고 그러다 보면, 남은 한사람이 부러워서 또 따라 읽게 되고...그러다 영화가 나오면 영화를 보게 되고 ^^ 그런 순서를 밟게 된답니다.
겨레 어릴 때부터 전집 하나 없이 키워왔기에, 손가는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낱권을 사서 읽어와서 어찌보면 두서 없이 읽는 것 같기도 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비슷한 느낌 따라 또 주제를 찾아 꼬리에 꼬리를 물며 찾아가면서 읽게 되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책과 함께 영화가 나온다면 꼭 찾아 함께 보기도 했구요. 그러다보니 겨레는 영화와 영어원서에도 관심이 많아요. 재밌는 말이 나오면 원서에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궁금하답니다. 그래서 가끔씩 대형서점으로 원서를 찾아보러 가기도 하지요. 표지 비교도 해보고, 궁금했던 페이지 찾아보고, 번역된 제목과 원서 제목을 찾아보고 그런 수준이긴 하지만요. 때론 영어원서체의 느낌과 달리 번역체가 너무 방방 뜬 느낌이더라는 얘기도 하더군요. 책을 읽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냥 그 사람이 쓴 그나라 말 그대로 읽는 것이라는 얘기를 해서, 얼마 전 고개를 끄덕끄덕해주었지요.(능력만 된다면야,^^)
2011.4.29
겨레는 열네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