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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내이름은 삐삐롱스타킹

by GoodMom 2010. 12. 7.

'삐삐를 부르는 산울림 소리...삐삐를 부르는 상냥한 소리..."

어린시절, 이 노래가 나오면 위로 세살 차이나는 오빠부터 아래로 두살 차이 나는 남동생 그리고 우리 할머니까지...모두 하나가 되어 텔레비젼 앞에 모여앉아 즐거워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린아이가 가진 놀라운 힘, 엄청난 금화...학교에 가지 않고, 부모님도 없이 홀로 (자유롭게 사는 것이 참 끌렸던)살지만 스스로 너무 너무 잘 해나가는 빨간 양갈래 머리의 삐삐...

그런데, 다 자라서( 그것도 내 딸이 태어난 후), 그렇게 재밌게 봤던 영화의 원본인 삐삐 이야기가 책으로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놀랐었던지요. 책을 읽어보니, 어린시절 TV 앞에서 느꼈던 그 재미가 그대로였습니다. 아...린드그렌 선생님이시여!

 

 

삐삐 롱스타킹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햇살과 나무꾼 옮김/시공사(원서 : Pippi Longstocking )

 

겨레가 3학년 때 재밌게 읽었던 책입니다. 그 즈음 저도 들고다니면서 읽을 정도로 즐거워 했던 책이죠.^^ 저는 이후에도 몇번을 더 낄낄거리면서 읽었던 책이예요. 책을 읽으면 삐삐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삐삐는 책 속에 언제나 그대로 있고, 나도 이 책을 읽을 때면,그 때 그 나이의 소녀가 되는 느낌...이랄까요... 

 

 

관습, 통념,억압적인 가치관과는 거리가 먼, 삐삐의 목소리는 사회제도의 모순과 학교와 교육의 부조리를 그대로 비판하고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저런 것들을 골치 아프게 셈하지 않고 그저 즐거워 하면서 가슴 후련하게 삐삐를 응원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아, 맞아...이거 텔레비젼으로 봤던 얘기야. 하면서 웃었던 수많은 에피소드들...

제게 삐삐의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학교 이야기예요.
 

 이제 넉달만 있으면 크리스마스야. 그런 너희들은 겨울방학이잖니. 하지만 나는 뭐야?

겨울 방학이 없잖아. 겨울방학이라고는 잠시도 없다고. 이대로 있을 순 없어. 그래, 나도 내일부터 학교에 다닐거야.

어릴 적 텔레비젼에서 삐삐가 방학이 없다고 투덜댈 때, 참 이상해했었죠. 학교에 다니지 않아 일년내내 노는데, 방학이 없다고 툴툴거리다니...그런데 아줌마가 되고 보니 이부분이 또 왜이렇게 와닿던지요.(난 일년내내 놀지만 특별히 방학도 없잖아...하면서 말이예요.) 

암튼 이렇게 해서 학교에 간 삐삐...

학교에서 온갖 말썽으로 하루를 보낸 삐삐가 집으로 돌아가면서 아이들에게 해준 말 역시 너무나 재밌습니다.

 

너희들도 아르헨티나의 학교를 알아 둬야 해. 다들 바로 그런 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거기에서는 겨울 방학이 끝난 지 사흘만 지나면 곧바로 부활절 휴가가 시작돼. 부활절 휴가가 끝나고 사흘만 있으면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여름방학은 11월 1일에 끝나. 그래서 겨울 방학이 시작되는 11월 11일이 될 때까지는 좀 고달프게 지낸단다. 그래도 수업이 없으니까 참을 만할 거야. 아르헨티나에서는 수업을 하면 법을 어기는 거야.  간혹 어떤 아이들이 벽장에 들어가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엄마한테 들켰다간 혼쭐나지. 학교에서는 수학을 절대로 안 가르쳐. 7더하기 5가 뭔지 아는 아이는 하루종일 교실 구석에 서서 벌을 받아. 바보같이 자기가 아는 것을 선생님한테 가르쳐 주는 아이 말야. 거기 아이들은 금요일에 읽기 공부를 해. 그것도 책이 있을 때만. 하지만 책이 있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어.

학교에서는 캐러멜을 먹어. 학교 근처의 캐러멜 공장에서 교실까지 기다란 관이 이어져 있어. 그 관에서 하루 종일 캐러멜이 튀어나오니까 캐러멜을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지.

 

^^ 재밌지 않나요?

한 때 겨레도 이 부분을 너무 좋아해서, 회장선거 나가면  '캐러멜공장과 계약을 맺어...공장과 학교 사이 캐러멜이 나오는 관을 설치하고 그 관에서 하루 종일 캐러멜이 튀어나오도록 해주겠다'라는 공약을 걸고 싶다고 얘길 하곤 했지요.(^^ 그외 모든 공약은 공약 같지도 않다나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1907년 11월 14일 ~ 2002년 1월 28일)

 

삐삐 이야기는 1941년 작가 린드그렌의 일곱살 딸 카린이 폐렴에 걸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침대에 누워있게 된 딸은 곁에서 간호를 하던 엄마에게 "이야기 하나만!"하고 졸랐다고 해요. 매일밤 이어지던 이야기가 바닥을 드러낸 밤, 린드그렌의 딸이 불쑥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 해주세요!"라고 주문을 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즉석에서 삐삐이야기를 해주었고, 그 이야기는 여러해 동안 계속 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 이야기를 글로 써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1944년 산책중이던 린드그렌은 얼어버린 도로에서 미끄러져 발을 다쳤고, 그로인해 집안에서만 머물러 있게 됩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민을 하던 중, 삐삐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이 출간 되자 어른들의 평가가 어떻게 되든, 삐삐 롱스타킹은 어린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얻었고, 이후, <꼬마 백만장자 삐삐>와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라는 시리즈를 책으로 더 출간했어요.

린드그렌은 1958년 <라스무스와 방랑자>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는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메달을 받았구요. 이후,2002년 1월 95세의 나이로 돌아가기기 전까지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녀의 장례식에는 스웨덴 국왕 내외를 비롯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구요. 그녀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가 독일에만 백오십개가 넘을 만큼 큰 사랑을 받은 작가입니다.

실제, 스웨덴의 린드그렌이 태어난 빔메르뷔 마을에는 그녀의 생가와 동화 속 삐삐의 집과 마을을 그대로 재현해 놓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월드'로 꾸며 놓았다고 하네요. 뒤죽박죽 별장과 자작나무숲...작가 박물관과 극장이 있는 빔메르뷔 마을,  북유럽을 여행 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저희집에 있는 세권의 삐삐 책입니다.

오른쪽 두편은 시공사에서 나온 책으로 린드그렌의 글에 롤프 레티시 그림이구요.

오른쪽 판형이 큰 책은 <난 토마토 절대 안먹어>의 작가 로렌차일드가 린드그렌의 글에 그림을 그린 책이예요. 두 책 모두 같은 출판사인 시공사에서 나왔고 번역도 햇살과 나무꾼이 한거라 내용은 똑같구요, 다만 그림의 차이가 있답니다. 겨레가 로렌차일드를 너무 좋아해서, 출간 되었을 때, 로렌차일드가 그린 삐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바로 구입을 했었죠.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아스트리드 린드르렌 저/로렌 차일드 그림/햇살과나무꾼 역/시공 주니어

 

 어찌나 아끼는지 아직도 상자 그대로 보관하고 있는 책이예요.(상자도 참 예쁘답니다.)

 

 

 

 통통 튀는 느낌이죠?

저는 흑백그림인 롤프 레티시가 그려낸 삐삐도, 여덟 살 때 삐삐를 처음 만나 그 매력에 푹 빠졌었다고 한 로렌 차일드의 삐삐도 너무나 사랑스럽네요.

 

 두 책의 삐삐가 같은 상황에서 어떤 모습일까...비교해 보았어요.

 토미와 아니카가 처음 만난 삐삐의 모습

 

 원래 삐삐는 파란색 옷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파란색 천이 부족했다. 그래서 파란색 천에 빨간 천 조각을 여기 저기 기워서 옷을 만들었던 것이다. 길고 비쩍 마른 다리에는 긴 양말을 신고 있었는데, 한짝은 밤색이고 한 짝은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자기 발의 딱 두 배가 되는 까만 구두를 신고 있었다.

내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제 1장에서

 

 다과회에 데뷔한 꼬마숙녀 삐삐

 삐삐는 특별한 초대를 받았기 때문에 땋았던 머리를 풀었다. 그래서 삐삐의 빨간 머리카락은 사자 갈기처럼 늘어져 있었다. 입술은 빨간 크레용을 칠해서 불이 붙은 듯 새빨갰고, 눈썹은 검게 그려서 험상궂어 보였다. 손톱에도 크레용을 칠하고, 신발에는 커다란 초록빛 장미꽃 장식까지 달았다.

내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제 9장에서

 

 삐삐의 이웃집 친구 아니카와 토미

 

 

영화 속 삐삐의 모습 

 

남자아이가 가발을 쓰고 연기를 한다는 소문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소문이었나봐요. 그 삐삐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당시 삐삐역을 맡았던 잉거 닐슨은 2010년 현재 50세...

삐삐의 잉거닐슨, 토미 아니카 최근의 모습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두 기사 참고 하세요.

 

 

 

 

2007년 겨레 10살, 삐삐를 읽고 만화로 표현했던 독후감

 

  •  우리나라에 번역되어있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들

-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 꼬마 백만장자 삐삐

- 삐삐는 어른이 되기 싫어

- 에밀은 사고뭉치

- 소년탐정 칼레1,2,3

- 삐삐랑 친구가 뙜어요

-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 라스무스와 방랑자

- 산적의 딸 로냐

- 미오, 나의 미오

- 사자왕형제의 모험

- 나, 이사 갈 거야

- 엄지소년 닐스

- 삐삐는 언제나 마음대로야

- 장난을 배우고 싶은 꼬마 이다

- 떠들썩한 마을의 아이들

- 남쪽의 초원 순난앵

- 그리운 순난앵

- 에밀의 크리스마스 파티

- 비밀의 방

- 톰텐과 여우

- 행복한 어린이날

- 외톨이 보쎄와 미오왕자

- 카알손은 반에서 최고!

- 마법의 섬 살트크로칸1,2

- 돌아온 카알손

- 재미있는 집의 리사벳

- 마디타

- 에밀의 325번째 말썽

- 삐삐가 공원에 갔어요!

- 마디타와 리사벳

- 라스무스와 폰투스

- 말하는 인형 미라벨

- 지붕 위의 카알손

- 밤의 요정 톰텐

-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미국에 간 카티

-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프랑스에 간 카티

- 베네치아의 연인:이탈리아에 간 카티

  


 

 

2010.12.7

겨레는 열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