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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

by GoodMom 2010. 10. 27.

 

로알드 달의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  

로알드 달 저/ 퀸틴 블레이크 그림/정회성 역/살림Friends


겨레가 4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네요. 겨레 친구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몇권 읽으면 무슨 선물 또 몇권 읽으면 무슨 선물이라는 엄마의 제안도 포기할만큼 책이라면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딸아이가 어느날 부터인가 학교 도서관에서 늦게 오기 시작하더니...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집에서도 하루 종일 뒹굴대면서 읽길래, 처음엔 신통한 생각이 들어 아무말 하지 않고 지켜만보다 어느날 대체 무슨 책을 읽는지 살펴보았다고 해요. 한권 두권 세권 네권 읽는 책이 늘어가면서 보니 작가가 모두 같은 사람, '로알드 달'이었다고 합니다. 딸에게 책의 즐거움의 세계로 안내해 준 작가가 고마워 하루는 딸이 빌려온 책을 엄마도 한번 읽어봤는데, 내용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해요. '아니, 뭐 이런 내용이지...?' 이러셨다고 합니다. ^^  

 

 

이책을 서점에서 처음 만났을 때, 제목이 독특해서 제가 모르는 로알드 달의 다른 작품집이라고 생각했어요. 첫장을 펼치고는 거기에 이렇게 씌여진 글을 보고 웃고 말았습니다.

자서전은 아니지만 로알드 달 자신의 학창시절과 그 후 얼마간 평생 잊지못할 사건들을 다룬 재미나고 괴롭고,엽기적이면서 사실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는..이 책, 참 궁금해졌습니다.

 

책은 크게 출발점, 랜다프 대성당 학교시절(7~9세), 성 베드로 시절(9~13세), 랩턴학교와 쉘 석유회사 시절(13~20세)로 나뉘어, 태어나서 이십대까지의 이야기를 시기별로 에피소드 중심으로 썼습니다.

 


로알드 달이 책의 첫머리에서 밝혔듯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일들이지만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시간의 파도에 절대로 휩쓸려 가지 않은 채 꿋꿋하게 자리잡은 기억'들을 모은 이야기들이라 어찌보면 위인전이나 일반적인 자서전과는 달리 동화책처럼 즐겁고 재밌게 읽을수 있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출산을 3개월 가량 앞두고 나면 '영광스런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를 풍경 좋은 아름다운 시골로 데리고 가 자연의 좋은 기운을 마실 수 있게 해주신 자상한 아버지의 이야기나, 딸이 죽고나서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버린 아빠의 자리를 대신해 홀로 대가족을 거닐면서 해마다 열 명이나 되는 대식구를 거느리고 영국에서 조국인 노르웨이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어머니의 이야기...사탕가게 고약한 할머니를 생쥐로 골탕 먹였던 달과 그의 친구들 이야기, 너무나 엄격한 규율과 규칙만을 강요했던 선생님과 기숙학교의 생활...이야기등을 읽다보면, 로얄드 달에 나오는 작품의 배경을 이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은 제가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따라읽던 겨레가 저보다 먼저 다 읽어버렸을만큼...재밌었다고 해요.(자서전이 재미있는 로알드 달 할아버지...^^) 특히 겨레는 많은 에피소드중에서, 랩턴학교 시절 초콜릿 제조회사에서 학생들에게 신상품 테스트를 하게했던 기억을 떠올려 훗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책을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책 중간 중간 어린시절 가족과 달이 함께 찍은 사진이 실려있고, 또 로알드 달이 기숙학교에 보내지면서 엄마에게 보낸 편지도  실려있답니다. 달은 기숙학교에서 맞은 첫 번째 일요일에서부터 32년 후,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일주일에 한번 이상 편지를 썼는데 처음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쓰게 했던 편지였지만(무조건 잘 지낸다는 내용으로...학교의 불편한 점은 못쓰도록 검열),그것이 습관화 되면서 나중에는 스스로 꼬박꼬박 편지를 썼다고 하네요.

하지만 달이 성인이 되어서도 꼬박꼬박 편지를 썼던 것 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아들이 보낸 편지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보관해두셨다는 엄마의 이야기였어요. 1925년부터 1945년까지 엄마에게 보낸 600통이 넘는 편지가 봉투째 모두 보관되어 있다 , 어머니가 돌아 가신 후, 달에게 전해졌을 때... 그 마음을 생각하니 뭉클하더군요.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번역본이다 보니 편지가 번역한 인쇄체로 공개되어있다는 점...원본을 찾아보니 달의 그 시절 글자체 그대로 공개되어 있더군요.

이 책의 원본 제목은 'Boy:Tales for childhood'입니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제목은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라고 바뀌어졌나 보네요. 책의 끝맺음에 '사정이 허락 된다면 조만간 전쟁때의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될것이다'라고 써있어서 이후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출간했는지 찾아 보니,'Going Sole'라고 해서 2차 대전 기간 중의 행적에 대해 쓴 자서전이 한권 더 있더군요. 아직 번역은 되지 않았습니다.

 

 

집에 있는 로알드 달의 작품들을 찾아보았어요.

제가 처음 접한 로알드 달의 작품은 '마틸다'였습니다.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겨레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제일 재밌었다고 하네요.

사진에는 없지만 멍청씨 부부 이야기, 멋진 여우씨, 우리의 챔피온 대니, 창문닦이 삼총사도 겨레가 모두 재밌게 읽었던 책입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영화화 되었고, 그 외 마틸다, 제임스와 슈퍼복숭아, 멋진 여우씨도 영화로 만들어 졌으니, 로알드 달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영화로도 꼭 한번 보세요..책만큼이나 재밌게 보았던 영화들입니다.

" 나에게 아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절대로 어린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며, 그럴 수도 없었을 것이다." 라고 말한 것 처럼, 로알드 달은 자녀들에게 매일 밤 잠자리에서 들려줄 이야기를 쓰면서 어린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현대 동화에서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책'을 만든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으는 로알드 달,그의 동화이야기만큼이나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습니다.

 

2010.10.26

겨레는 열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