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속에서

북한산 둘레길 따라걷기 2

by GoodMom 2010. 10. 7.

 

북한산 둘레길 걷기 2 (흰구름길-솔샘길-명상길)

 

 겨레가 제주도에서 돌아온 후, 셋이서 함께 찾은 북한산 둘레길 코스...

지난 번 흰구름길 구간 중 '빨래골공원지킴터'에서 끝낸 터라, 오늘은 그 길부터 다시 시작!!!

 

 추석 연휴 기간이라 그런지, 아님 조금 더 알려진 덕인지 이전보다 길을 걷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 듯 싶네요.

 

 작년 지리산길을 걷고 온 후, 부쩍 자란 우리 딸, 요즘들어 지리산길이 많이 생각난다고 해요. 지리산길은 한동안 저희에게 그리움을 안겨줬던 길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겨레가 북한산 둘레길 가고싶다 하여 망설임 없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다정하게 딸 옷매무새 정리 해주는 자상한 아빠 모습...입니다.

지난번 저랑 단둘이 떠났을 때는, 쉬지도 먹지도 않고 걷더니, 오늘은 겨레가 '가자!'고 하자마자 슈퍼에서 육포며 음료수며 초콜렛이며 어찌나 단단히 준비를 하던지...그 옆에서 도시락 싸면서 질투가 나서 "흥!" 했습니다.

 

 지난번 구간길은 걷기 좋은 숲길이었는데, 오늘 구간은 나무 계단이  많네요.

북한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역시 서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역시 서울'이란 말은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어요. 촘촘히 안내된 안내문구나 지도, 목책으로 둘레길을 너무도 잘 정비했구나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곳에 너무 돈을 많이 들인건 아닌가 싶어 살짝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정규탐방로 외에 샛길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산이 훼손되고 동물서식지도 파괴된다는 문구를 보고, 씁쓸한 생각은 접기로 했습니다.

 한참을 올라와 바라 본 서울 시내 전망, 가을 하늘이 참 좋습니다.

 

 

 

 

 

 

 

 흰구름길 끝나가는 구간에서 괜찮은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볶음밥에 김치를 싸왔는데, 겨레는 좀 힘들었는지 많이 먹지를 못하네요. 아빠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엄마같은 미소를 짓습니다.

"어이구, 우리 아빠...산에와서 먹으니까 밥이 꿀맛인가 보네요..."하면서 말이예요.

 

흰구름길 구간 끝에 1014번 버스 종점이 있더군요. 솔샘길 구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솔샘길 구간에 있는 체육시설,

 

 

 

 솔샘길 구간은 표준고도 200m이상에 조성되어있어 북한산 둘레길 구간들 중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있는 구간이라고 하네요. 지난 번 저희 부부끼리 왔을 때만 생각해서 '걷기 아주 좋은 이쁜 길'이라고만 했는데, 자꾸 올라가는 길이 생겨나서 딸 눈치를 좀 봤습니다.

 

 지난번에도 이런 게이트를 봤는데, 이번 구간에도 있습니다. 통행자 숫자 카운팅을 하는 역할을 하는 모양이예요. 호기심 아빠와 딸입니다.^^

 

 솔샘길 끝날 무렵, 아파트숲 사이를 지나갑니다. 중간 중간 둘레길이 주택가를 따라 난 곳이 있어 이 곳을 지날 때면 조심스러워집니다. 아무래도 걷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곳에 사는 주민분들은 불편해지겠지요.

 

 솔샘길 끝나고 북한산 탐방 안내소 부근에서의 일이예요.

남편과 딸이 앞서 가고 저는 뒤에서 사진을 찍으며 좀 떨어져서 따라가고 있는데, 지나가는 버스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선주야~ 선주야!!!"하고 제 이름을 부르는 겁니다.

우리 동네도 아닌,저도 처음 온 이곳 산길에서 대체 누가 내이름을 부를까싶어 쳐다 보니...친정아버지가 버스 안에서 손을 흔들며 지나가시더군요.

순식간에 버스가 휘리릭~~지나가고 말아 다급히 아빠에게 핸드폰을 했습니다.

" 아빠, 북한산 왔다 가세요? 다음정거장에서 내리세요. 저희 내려갈게요!"

" 이서방 옆에 서있던 여자, 겨레니?"라고 물어보시네요.

아버지 말씀...

사위가 워낙 커서 버스 타고도 멀리서 한눈에 알아보셨는데, 그 옆에 아가씨가 바짝 붙어있어 깜짝 놀라셨답니다. " 겨레가 그렇게 컸나? 집에 올 때 보면 맨날 애기인줄 알았는데..." ^^하시는데 얼마나 우스웠는지...

사위 옆에 젊은 아가씨...얼마나 놀라셨을까요? 다행히 뒤따라 오던 저를 발견하시고는  놀라셔서 제 이름을 그리 크게 부르셨나봅니다.(^^ 아버지가 제 이름을 부르신게 언제더라, 이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하더군요.)

겨레의 그 날 일기, '북한산에서 버스를 타고 지나가시는 할아버지를 만날 확률은 얼마가 될까?'

 

 북한산 탐방 안내소를 지나, 외할아버지에게 젊은 처자로 오해 받은 우리 겨레와 명상길 구간으로 들어섰습니다. 계곡과 능선길을 경유하는 코스라 이제껏 왔던 코스 중에서 가장 힘들었어요.

 

힘든 만큼  쉬어가는 길에 보이는 주변 풍경은 참 좋았습니다.

어느새 엄마보다 더 커진 열세살 우리 딸, 아빠 손 꼭잡고...길을 갑니다.

작년 9월엔 지리산길 걷고, 10월엔 남한산성 성곽길 한바퀴를 돌면서 많이 자랐구나 했는데, 일년사이 체력적으로도 엄마보다 훨씬 더 자라서 어찌나 잘 걷는지, 저는 따라가기 힘에 부쳤어요.

 

 힘들게 올라 온 명상길 구간이 끝나갑니다.

 

좁은 오솔길들을 지나...

개울을 지나 내려갑니다.

 

 이번 가을 서울과 경기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태풍 곤파스과 연휴기간 쏟아진 폭우로 쓰러진 나무들이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명상길 구간은 1시간 약간 넘는 코스였어요. 이 구간엔 화장실이 하나 있었어요. 이 화장실을 만나는 순간, '몬스터하우스'에 나오는 집이 떠올랐습니다.  화장실에 표정이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또 오르고 올라...

 북악산 갈림길 코스까지 왔습니다.

 

 이젠 정말 내리막길만 남았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정말 좋았습니다.^^ 정릉 청수계곡물이 너무나 깨끗하고 맑고 시원했거든요. 졸졸 흐르는 물 소리가 마음까지 깨끗하게 정화해주는 것 같았답니다.

 

 

 명상길 구간이 끝나는 곳, 형제봉 입구입니다. 계곡물이 이어지는 이 길, 명상길이란 이름이 잘 어울리는 길이었습니다.

 북한산 둘레길 곳곳, 야생 멧돼지를 조심하라는 안내판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전에 산에서 뱀을 본 적은 있는데, 뱀이 우리보다 더 무서워하며 순식간에 도망을 쳤는데...그런데 멧돼지는 그렇게 도망 가지는 않을 것 같아서...좀 무섭네요.

 

 내려오는 길에 만난 평창동 대저택들 감상중이신 두사람입니다.^^

 

 

<오늘 걸은 구간 정리>

 흰구름길 구간  : 4.1km  약 2시간 소요/ 교통정보 이준열사묘역 입구 방향 수유역 1번 출구 - 강북01번 통일교육원 하차 ,북한산생태숲 앞 방향 길음역 3번 출구 - 1014, 1114 종점하차   

솔샘길 구간   : 2.1km 약 1시간 소요 / 교통정보 북한산생태숲 앞 방향  길음역 3번 출구 - 1014, 1114 종점하차 ,정릉주차장 방향 길음역 3번 출구 - 143, 110B 종점하차 - 도보5분   

명상길 구간 : 2.4km 약 1시간 10분 소요 / 교통정보 정릉주차장 방향 길음역 3번 출구 - 143, 110B 종점하차 - 도보5분, 형제봉입구 방향 길음역 3번 출구 - 153, 7211 롯데삼성아파트 하차 - 도보 15분 

 

 2010.10.6

겨레는 열세살


 



2010/10/04 - [일상속에서/여행이야기] - 북한산 둘레길 따라 걷기 1(소나무숲길-순례길-흰구름길 )


2010/10/29 - [일상속에서/여행이야기] - 북한산 둘레길 따라 걷기 3 (평창마을길-옛성길-구름정원길)

 

2010/11/23 - [일상속에서/여행이야기] - 우이령길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