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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우이령길을 걷다

by GoodMom 2010. 11. 23.

10월 22일 평창마을길부터 구름정원길까지 북한산 둘레길을 마친 후, 다시 가족끼리 시간을 맞추는데 20여일이 더 흐른 것 같네요.

그 사이 겨레아빠 혼자 구름정원길 일부-마실길-내시묘역길-효자길-충의길 구간을 마쳤어요. 이구간은 아빠 혼자라서 3시간 반 가량 걸렸다고 하네요. 대로변을 끼고 걷는 구간이 많아서 그리 좋지는 않았다고 합니다.(아래 링크 걸어놓았어요.)

 

오늘 걸은 우이령길 코스를 마지막으로 북한산 둘레길 13개 코스중 겨레아빠는 모두 완주, 겨레는 6개구간, 저는 9개 구간을 걸었답니다.

우이령길 코스는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방법과 우이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방법 두가지가 있어요. 저희는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했습니다.

 

 

북한산둘레길 코스 중 유일하게 우이령 코스는 예약(전화 or 인터넷예약제)을 해야 하는데, 예약 확인서를 보여주면 바로 통과 할 수 있답니다.

 

오늘, 우리 딸 학교 자율휴업일이었어요. 6학년 마지막 자율휴업일이었답니다.^^

오늘 하루, 혼자 종일...집에서 게임하고 싶었다나요? 지난번 둘레길 코스가 좀 험했던 탓에, 미리 겁을 먹었는지...북한산 힘들다고 하길래 우이령길은 진짜 그냥 길이라고 말해줬었지요.

하지만 아마 속으로는, '뻥!'이라 생각했을 가능성도 큽니다. 산에서 다왔다고 하는 어른들 말이 거짓말인걸 아는 나이니까요.^^

 

 겨울 길목으로 접어든 우이령 길로 들어섭니다.

 

 겨레가 묻네요. "사격장? 저쪽으로 가면 어떻게 될까?ㅎㅎ"

 

  40년간 출입이 통제되었던 곳이기에 우이령은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게 자연 생태계 보전이 우수한 지역이라고 해요. 그래서 보존을 위해 예약제를 통해 일일 1000명에 한해 탐방을 허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전 예약을 해야 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출입을 허용하고 있구요. 오후 4시까지는 하산을 해야한다고 해요.

 

 물이 졸졸 흘러내리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이렇게 말라있네요.

 

 올해가 가기 전...엄마 아빠는 북한산 둘레길을 마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게임 하면서 뒹굴뒹굴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는 우리딸...^^ 그런데, 생각보다 기분 좋게 잘 걷습니다.

사실, 아빠가 바빠져서, 겨레랑 시간 낸다는 것이 당분간 힘들텐데...애틋해 하는 아빠맘을 우리딸이 알까 모르겠네요. 먼 훗날이라도 알게 될 날이 있겠죠?

 

 처음 북한산 둘레길 코스를 시작했을 때, 9월 중순 더위에 여름 등산복을 입고도 땀을 흘렸는데...이렇게 계절이 가고 있습니다.

 

 월요일이라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용해서 좋았어요.

 

 20분 정도 걸었을 때, 호수 가까이 있는 유격장 공터를 발견했습니다. 겨레가 산길에서 라면을 먹어보는게 소원이라...오늘 보온병에 물을 담아 사발면을 준비해 와서...여기서 먹고 가기로 했죠.

 

 후루룩 짭짭....겨레가 아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날 날씨가 엄청 차가웠어요.그래서 그런지 라면냄새가 더 진하게 느껴지더군요.

 

라면 간식을 먹고 힘차게 다시 출발! 사진 왼쪽이 라면을 먹은 유격장입니다.  겨레가 올라가는 길이 우이령길이구요...

출발점부터 경사가 심하지않은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수 있어요.

 

 오봉을 바라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쉽게 올랐습니다.

 

 한 마을 다섯 총각들이 원님의 어여쁜 외동딸에게 장가 들기 위해 오봉과 마주한 뒷편 능선 바위를 오봉에 던져 올리기 시합을 해서 현재의 기묘한 모습을 가진 오봉 봉우리가 만들어졌다는 전설을 간직한 '오봉'입니다. 어느 봉우리 위에 바위를 던진 사람이 원님의 딸과 결혼했을까요? ^^

 

 오봉 풍경을 바라보고 전망대를 내려오니 이런 거리표가 있네요. 현재 위치에서 남은 거리와 시간을 표시해 주고 있어서 그간 보았던 어떤 지도나 표지판보다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봉전망대 내려와 5분여 더 걸었더니 샛길에 우이령 안보체험관이라는 팻말이 있더군요. 1968년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우이령길이 통제 되면서 군벙커시설이 설치되었는데, 우이령길 개방과 함께 벙커를 보수해서 전시관으로 열었다고 해요.

겨레랑 같이 온길이라 가 볼 생각에 계단을 올랐는데, 아래쪽 팻말과 달리 문이 모두 잠겨있어서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ㅠㅠ

 

자동차로 휘리릭 지나갔던 길을, 자전거로 돌때...그간 놓쳤던 많은 부분을 다시 보게 되면서 놀라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길을 다시 걸어보면...자전거로 달리면서 놓쳤던 풍경들이 내 걷는 속도에 맞춰 새삼스럽게 다시 다가오는데,

그 놀라움이 저에게 걷기의 즐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길이 가진 매력...

꼭 풍경이 좋은 곳이 아니라도 혼자 사색하면서 걷기, 이제 사춘기로 접어들고 있는 겨레와 걷기, 아이 없이 우리 부부만 걸어보기...

홀로 걷든 함께 걷든, 걷기를 통해 나 자신, 혹은 함께 걷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된다 것을 알게 됩니다.

 

 대전차장애물을 만난 것은 교현탐방센터 출발 한시간 후였어요. 속초에 갈 때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았던 대전차장애물을 눈 앞에서 만난 우리 딸, 전직 육군 장교출신 아버지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듣고 있네요.^^

대전차장애물이 있는 곳을 정점으로 우리도 내리막길과 만나고 우리와 반대쪽에서 걸어오던 사람들도 내리막길...이 시작됩니다.

 

 교현탐방센터 시작하는 곳은 겨울 느낌인데, 대전차장애물 지난 이후는 단풍이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우리령길 곳곳에 읽을거리 보물들을 많이 숨겨놓았더군요.

 

숲은 오랜시간에 걸쳐 변해가는데, 변화를 멈추고 숲이 안정된 상태에 도달했을 때를 '극상'이라고 한답니다.  현재의 우이령숲은 극상단계에서 나타나는 참나무 숲으로 변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이령 숲이 잘 보존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산에서의 내리막길을 무서워하는 우리딸, 이곳 내리막길은 신이 난답니다.

 

 산을 끼고 있는 경치가 좋은 이곳은 어디일까 궁금했는데, 전경숙소였습니다. 제대하고 나면 이 숲속 공기며, 풍경 그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산길을 이렇게 포장해 놓았다니, 이건 좀 오바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길을 조금 더 걸었더니...

 

 바로 우이탐방지원센터가 나왔습니다.

전날 북한산둘레길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3시간30분가량 소요예상이라고 써있었는데, 겨레를 데리고 중간중간 쉬면서 1시간 50여분 걸렸습니다. 게다, 겨레가 너무나 쌩쌩한 얼굴...

"벌써 끝이야?  산책하는 것 같이 끝났네..."합니다. 그 건강한 얼굴과 웃음이 보기 좋습니다.^^ 산길에서만 엄마가 요령이 있어서 좀 더 잘다닐 뿐이지, 체력적으로도 이젠 딸과 상대가 되지 않는 것 같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하산길 팻말이 재밌네요.

더이상 가르칠 것이 없으니 그만 하산하도록 하여라~

^^ 북한산 둘레길 종착역인 우이령길... 이 길로 하산이군요.

 

 신기했던 것은 교현쪽은 단풍이 다 지고 없는 반면, 우이쪽은 단풍이 남아있었다는 점이었어요.

 

 우이탐방센터 지나면 양쪽에 즐비한 식당들...

정비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살짝 가져봅니다. 정비가 함들다면, 쓰레기 배출문제를 철저히 감시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우리도 아까 먹은 라면, 간식들...비닐에 넣어 겨레아빠가 배낭에 매달아 가지고 왔어요.(사진 가방에 달린 하얀 색)

산에서 만든 쓰레기는 작은 비닐 준비하셔서...꼭 다시 가져오시길!

 

 세 가족 인증샷!입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니, 겨울나무가 눈에 띕니다. 길을 걷다보면 자연이 만든 시계의 오묘함을 느끼곤 해요. 계절은 나뭇가지 끝에서 달리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북한산 둘레길, 우이령길!

 


 



 <북한산 둘레길 지도>


 

 

2010/10/04 - [일상속에서/여행이야기] - 북한산 둘레길 따라 걷기 1(소나무숲길-순례길-흰구름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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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9 - [일상속에서/여행이야기] - 북한산 둘레길 따라 걷기 3 (평창마을길-옛성길-구름정원길)


'구름정원길 일부-마실길-내시묘역길-효자길-충의길 구간'에 관한 글은  http://4ty1.tistory.com/104





2010.11.20

겨레는 열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