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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김유정 문학촌에서...

by GoodMom 2010. 8. 25.

경춘선을 타고 춘천 가는 길...잠시 김유정 문학촌에 들렀다.

 

강촌역과 남춘천역 사이에 있는 김유정역은

한국철도 최초로 역명에 사람 이름을 사용한 역이라고 한다. 

1914년에 신남역으로 개통된 이 역은, 2004년 김유정역으로 역이름을 변경했다고 한다.

 


 

 

 <봄 봄> <동백꽃> 등 여러 작품의 무대인 김유정의 고향 마을인 실레마을이 있는 간이역...


삼각지붕의 작고 아담한 김유정역

 

 

역사로 들어서려 하니 강아지 한마리가 낑낑 거린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자기 좀 봐달라는 간절한 눈빛,

강아지 이름이 금병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금병산 이름을 딴 모양이다.


 

▲ 김유정 역사 내부

김유정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김유정 문학촌

 


 

 나의 고향은 저 강원도 산골이다. 춘천읍에서 한 이십리가량 산을 끼고 꼬불꼬불 돌아 들어가면 내닿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앞뒤 좌우에 굵직굵직한 산들이 빽 둘러섰고 그 속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다.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 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집이라야 대개 쓰러질 듯한 헌 초가요, 그나마도 오십호밖에 못되는, 말하자만 아주 빈약한 촌락이다.

김유정의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  중에서...


문을 들어서면 김유정 생가와 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문학촌 마당에 마련 된 연못과 정자...

 

한여름 더위 때문인지 관람객은 우리 가족과 한무리의 고등학생들 뿐이었다.

 

 

 

 

 

 

 

1908년 김유정이 태어 난 생가...조카와 금병의숙 제자들에 의해 복원 되었다고 한다.

 

 

 

▲  기념관 내부...모습, 김유정의 작품, 유물들이 전시 된 공간이다.

1908년 1월 11일 강원도 춘천 실레 마을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김유정은 몸이 허약하고, 말더듬이어서 고등학교 시절 교정을 해서 고치긴 했지만 어눌한 말투로 인해 늘 과묵했다고 한다. 김유정은 한때 당대 명창이었던 박록주라는 여인에게 열렬히 구애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귀향하여 야학과 계몽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 김유정의 작품집...

29세의 젊은 나이에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생을 다한 김유정은 작품을 통해 반전, 속어 비어의 구사등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1930년대 한국소설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

 

▲ 소설 봄봄의 한 장면(점순이와 성례를 안시켜준다며 장인과 드잡이 하는 장면)

봄봄에서 배참봉댁 마름으로 나오는 김봉필은 실제 실레마을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당시 그는 딸만 여럿을 낳아 데릴사위를 들여 부려먹기도하고 산림 감시원으로 동네 사람들에게도 인심을 잃은 인물이라는데...술을 먹고 백두고개를 넘어오던 김유정이 점순이와 혼례를 시켜주지 않는다고 장인과 주인공이 싸우는 장면을 메모해 두었다 <봄봄>을 썼다고 한다.

 

▲ 문학촌 뜰 생강나무

강원도 사람들은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러니까 김유정 소설 속 동백꽃은 붉은 동백꽃이 아닌 이른 봄 노란꽃을 피우는 생강나무꽃을 말한다고 한다...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김유정의 동백꽃 중에서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

노오란 생강꽃 피는...봄에 다시 찾아가보고픈 김유정 문학촌


 

금병산 산자락 곳곳은 김유정 작품의 배경으로 묘사되었다. 이를 기리기 위해 금병산 곳곳 김유정의 작품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등산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등산 코스는 대략 3시간 코스...춘천가는 길에 들른 곳이라 등산 복장이 아니라 다소 무리일 것 같아...오늘은 실레 이야기길 코스만 둘러보기로 했다.

 

 

실레 마을 전체가 작품 무대가 되어 소설 12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이 곳...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레 이야기길은 30분에서 1시간 반까지 코스로 마을을 둘러볼 수 있게 되어있다.

 

 

 

 

 

 

▲ <총각과 맹꽁이> 작품에 등장하는'맹꽁이 우는 덕만이길'

 

 멋진 길이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농촌의 한 여름날...

 

금병의숙 찾아가는 길에...겨레랑 한컷!!!

햇빛은 없었지만 후텁지근한 날씨, 양산을 쓰니 그나마 더위가 좀 덜했던 날...

 

김유정이 금병의숙을 지어 야학 등 농촌 계몽운동을 벌였다는 곳..

당시 김유정이 심었다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말 없이 사람들을 맞는다.


 

16개의 이야기를 담은 길이 있는 실레 이야기길은 작은 농촌 마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표지대로 모든 길을 찾기는 힘든 것 같다.^^

 

▲ 봄봄의 배경장소인 데릴 사위길

운치 있는 마을길을 걸으며, 김유정이 그토록 향토색 짙은 작품을 쓸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