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폭염 속 어떻게들 지내고 계신가요? 너무 더워서...컴퓨터 앞에 앉을 엄두조차 나질 않네요.^^
방학을 하고 나니, 연일 놀면서 겨레랑 어디 가볼까가 가장 큰 고민이 되었습니다. 몸은 어른만해지고, 마음은 아직 아이고, 그렇다보니 겨레랑 가서 볼 만한 공연이나 전시가 많이 아쉽네요.
방학하고, 겨레랑 전철을 타고 양평쪽으로 가봤어요. 용산에서 시작해 양평을 지나 용문까지 이어지는 중앙선이 지난 겨울 개통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겨레가 전에 양평장의 모습을 인터넷으로 봤는데, 이런 재래시장을 구경하고 싶다 하여...양평장날에 맞추어 가 보았습니다.
집에서 양평역까지 전철로 두어시간 걸린 것 같네요. 중앙선으로 갈아타면서는 전철이 자주 없어 한참을 기다렸답니다.^^
양평장날은 3일과 8일이라고 합니다.
▲ 5일장이 열리는 날, 양평장이 꽤 크게 서더군요.
그런데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사는 사람들보다 파는 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집에서 나갈 때는 시장에서 맘에 드는 걸 골라 사먹자고 했지만 막상 시장에 가보니 겨레도 안먹으려하고, 저도 혹여 탈이날까 싶어 선뜻 맘이 내키지 않아 아무것도 못사먹었습니다.(ㅠㅠ)
▲ 장을 뱅뱅 돌다 우연히 동물 파는 시장까지 갔습니다.
냄새가...좀 심하긴 했는데, 이 더위에 나와있는 어린 강아지를 보니 견딜 수가 없어 다가가 구경을 했습니다. 한마리가 애교를 떨어 제가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니 겨레도 다가와 강아지를 쓰다듬어 주네요.
저는 어린시절 아빠가 강아지를 여러번 사주셔서 다 자라도록 키워봤는데, 겨레에겐 요런 추억을 만들어 주지 못해 미안한 생각이 들곤 해요. 기회가 되면 겨레도 강아지를 키울 수 있게 해주려고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 아톰시리즈와 못난이 삼형제가 있는 작은 장난감 매대도 구경거리였지요.
구경만 열심히 하고 나서 그래도 장에 왔는데 뭐라도 하나 사갈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 더위에 그것까지 들고 가진 못할 것 같아서 아무것도 먹지도,사지도 못하고 장구경을 마쳤습니다.
양평장 구경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까 아님 용문산쪽으로 가볼까 고민을 하다...양수역에 있다는 세미원에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 우연히 자전거를 세울 수 있게 만든 칸에 타게 되었습니다. 양평쪽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타시는 분들이 꽤 많더군요.
▲ 양수역에 내려 세미원 방향으로 걷다보니,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가게를 지나치며 겨레는 신기해 합니다.^^ 지난 가을 지리산에는 이런 가게조차 하나 없어 물도 못먹고 걸었던 기억이 나네요. 힘들었지만 지리산 추억 때문인지,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천천히 걷는 일이 참 좋아졌습니다.
▲ 가게 문 앞 부용화가 눈에 띄는 음식점 입니다.
▲ 식당 앞에 피어있던 꽃...(이 꽃의 이름이 궁금하네요.^^)
오후3시...아침에 나와 종일 걷고 장에서는 아무것도 못먹었더니 겨레가 배가 고프다 하여, 세미원 앞 음식점에 들어가 쌈밥을 먹었어요. 가격도 비쌌지만 음식맛이며 서비스는 별로 였는데...겨레가 웬일로 밥 한공기를 거의 다 비우더군요.(저 약간 덜어주고) 집에서는 1/3 공기도 맨날 덜어내는데...반찬도 별로 없었는데 먹는 걸 보고 배가 엄청 고팠구나 싶더군요.
▲ 세미원이 보입니다.
세미원,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하네요.
입장료를 3천원(1인) 내고 나면 이렇게 농산물 교환권을 나눠줍니다. 목에 걸고 입장할 수 있도록 줄이 달려있어요. 관람을 마치고 나면 입구에 있는 농산물교환장에 이 교환권을 내고 농산물과 바꿀수 있다고 합니다. 1회용 종이로 입장권을 만들어 쓰레기로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환권을 목에 걸었더니, 겨레것 보다 제 것이 더 아래로 늘어집니다.(겨레는 배까지, 저는 배꼽까지...) 겨레가 줄이 자기보다 훨씬 아래까지 늘어진다고 놀려서, 제가 그랬어요.
" 엄마가 상체가 워낙 짧아서 그래..." ^^
▲ 불이문
▲ 예쁘게 잘 만들어 진 아늑한 산책길
산책길을 따라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돌다리를 건너 입장을 할 수 도 있더군요.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걷는길...저는 걷는게 너무 좋아요.^^
▲ 항아리 분수
보기만 해도 시원해 집니다.
▲ 수석을 모으신다며 이 돌을 세우신 분 말씀으론 우연히 이곳에 이 돌을 세우고 보니,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이더라...고 하시더군요. 살포시 감은 눈,코 입이 보이죠?
저희가 이 곳에 갔던 시기가 7월말...이 시기가 연꽃 만개시기라 예상을 했는데 생각만큼 연꽃이 많이 보이진 않았어요. 온난화때문에 연꽃개화시기도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고 하네요. 6월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가 연꽃이 가장 많이 피는 절정기라고 합니다.
8월 중순까지는 연꽃이 드문드문 피긴하지만 거의 마지막 시즌이 된다고 해요.
끝없이 펼쳐진 연꽃밭을 보며 길을 걷다보니,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좁은 돌다리를 놓아 연꽃밭 사이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놓은 점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에도 연꽃 작품을 찍으려고 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연꽃도 좋지만 길가에 피어 수줍게 웃고 있는 꽃들도 얼마나 이쁜지요...
호랑나리라고도 불리는 참나리꽃을 보면 웃음이 납니다. 예전에 할머니가 어디선가 씨를 구해오셔서 화단에 심었는데, 여름이 되니 호랑나리가 피더군요. 엄마는 이 꽃이 징그럽게 생겨 싫지만, 시어머니가 심은 것이라 뽑아 버릴 수가 없다며 꽃이 피는 여름마다 제게 불평을 하셨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금도 엄마는 호랑나리를 뽑아버리지 않으셨더라구요.^^
호랑나리꽃...은 엄마, 그리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는 꽃입니다.
세미원을 다 돌고 농산물 교환장에 가서 농산물을 교환했습니다.
그리고 겨레에게 연잎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주었지요. 맛은...지난 번 보성 녹차밭에서 먹은 녹차아이스크림이랑 비슷합니다. 은은한 향이 나더군요.
주말엔 이 곳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체험학습도 진행하는 모양이예요.
연잎 아이스크림 먹고 한땀 식히고 집으로 나섭니다.
입장권과 교환한 친환경 오이와 감자입니다. 그런데 오후 늦은 시각이어서그런지 오이는 많이 물러져 있었구요. 감자는 크기가 작았지만 감자채도 해먹고, 볶음밥에도 넣고,카레라이스도 해서 요긴하게 먹었습니다.
5시 반이 되어 양수역에서 전철을 탔습니다. 자리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우아, 엄청 피곤했습니다.) 다행히 자리가 나서, 저는 잠에 빠져서 오고 겨레는 음악을 들으면서 왔어요. 땀으로 샤워를 한 탓인지 지하철 안에서는 너무 세게 튼 에어콘 때문에 추워서 오들오들 떨면서 잤답니다.^^
아쉬웠던 것은 세미원 근처에 '소나기마을'이라고 황순원 문학관과 함께 소나기 체험 마을이 있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가지 못했습니다.
양평은 그리 멀지 않아 차 타고 바람 쐬러 자주 가곤 했는데 지하철로 가보니 또다른 재미가 있었던 하루였어요.물론 더위에 땀을 너무 많이 흘려 어찌 보면 이게 무슨 재미야 할수도 있겠는데요...^^ 차로 휘리릭 지나치는 길들을 자전거로 달려보면 그간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이 보였던 것처럼 걸어서 찾아보니, 이제껏 몰랐던 색다른 맛이 났습니다.
▶ 세미원 홈페이지: http://www.semiwon.or.kr/
2010.8.6
겨레는 열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