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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그거'의 비밀

by GoodMom 2010. 7. 15.

 

아는 엄마들과 모임이 있어 얘길 나누었던 일이 있었다...

금새 훈훈하게 피어오르는 수다꽃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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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일정한 간격으로

돌아가며

이런 일을 계속 반복 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등학생 애들 방학 때 점수 따야 하는거 그거 뭐지?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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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애들 해외로 막 나가고 자격증 따고 그러는거 그게 뭐더라?

 

스펙 쌓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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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아닌, 무슨 다짜고짜 퀴즈 대회를 여는 것만 같았다.

 

얘길 하다 말고

결국 서로 마주보며

깔깔 웃고 말았다는...

 

"내가 안이랬는데, 마흔 넘어가니까..."

^^

 

 

최근엔

이런 일도 있었다.

 

터치펜으로 간편하게 메모를 할 수 있어 내가 애용하고 있는

포스트 잇 모양으로 된 핸드폰 어플이다.

 

핸드폰에 저장된 수십장의 메모...를 한장 한장 들여다 보다

한참을 웃고 말았다.

 

 

 

 

앞뒤 설명 한줄 없이 씌여진

'제주의 王子'

 

제주의 왕자?

대체 누구냐, 넌?...

 

 

 

이런 메모도 있다.

'6번 출구'

대체 어디로 나가는 출구란 말이냐? 넌

 

 

정말 웃긴건

'불꽃처럼 나방처럼'

^^

메모를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메모를 해야 할 것 같다.

 

"에휴, 마흔 넘어가니..."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집안의 모든 물건을 '그거' 하나로 통일 하셨던 적이 있다.

그거...

 

'그거있잖아. 그거, 그거 이상할 때, 그거 발라'

'그거 있으면 거기로 좀 가지고 와'

 

그 땐, 정말 상황마다 달라지는 엄마의 '그거'를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엄마랑 얘길 나누다 보면,

그거 하나로 그 걸 알아듣는, 아주 굉장한 능력이 생겼다.

 

'그거'를 알아듣는 것은,

나이가 열쇠였나보다.

 

 

 

신혼 때, 힘들었던 일 중 하나는,

어머님 이미 하셨던 이야기를 다시 또 또또 듣는 일이었다.

'어머님, 오늘만 그 얘기 세번째인데요.'

(물론 속으로만)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 겨레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 말이다.

 

"엄마, 아까 그 얘기 했잖아!!!"

그렇다 보니,

얘기 전에 이런 말버릇이 생겼다.

"내가 이 얘기 했었나?"

 

^^

나에게 잊어버리는 능력이 생긴걸까?

아님, 잊어버리는 것이 늘어난 걸까?

전세계 아줌마들에게 이런 능력은 공통된걸까?

 

 

201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