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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가족이야기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있었던 일

by GoodMom 2013. 12. 30.


초등학교 5학년 마칠무렵, 엄마 아빠가 홈스쿨링을 제안했을 때, 우리 딸...

학교에 가지 않고도 혼자 공부를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홈스쿨링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도 있었다고...

3년 동안
좋아하는 책도 많이 읽고, 여행도 열심히 다니고, 하고 싶었던 일도 맘껏 해보면서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홈스쿨링을 계속 할지, 고등학교에 진학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던 딸...

 

엄마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도 3년이 꽤나 긴 시간일 줄 알았단다...겨레야.
2013년이 이렇게나 빨리 우리에게 다가 올 줄은 몰랐어.
그리고 어쩌면 네가 계속 홈스쿨링을 이어간다고 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


그렇게 2013년은 다가왔고,

2013년 봄, 홀로 준비한 중졸 검정고시를 시작으로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고,


2013년 10월에 있을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내신성적을 부여받기 위한 시험 준비!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내내
한마디 짜증없이 홀로 묵묵히 준비했던 시간들...


 

그리고
길고도 무더웠던 여름 끝에 시험 원서 접수를 마치고,
10월 시험...


시험 응시 전 날, 예비 소집일에 가서 시험 볼 자리 미리 확인!
자기 자리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내왔다.



자식의 일은 작은일 하나도 왜그리 짠한건지...
수험표 붙은 사진만 봐도 뭉클한 엄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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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한달 후 성적이 나오고,
일년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던 몇군데의 학교 설명회에 참가한 후,
오랜 고민 끝에 원하는 학교를 선택했고
다시 고입 준비에 돌입!


원서접수 하면서 함께 제출해야 할 자기개발계획서 미리 작성중!

쓸 것은 많고, 글자수는 제한적이고, 고민이 많았다고...

실제 준비해 보니
 그냥 시험 한번 치고, 종이 몇 장 채우고, 말 몇마디 연습하면 다 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고 한다. 

이불 뒤집어 쓴 모습,
아날로그적 감성 돋네.^^

그렇게 준비 과정이 끝나고 원서접수가 시작되었다.


인터넷으로 먼저 원서를 접수한 후,
다시 그 원서를 출력한 후, 다른 필요서류와 함께 학교에 직접 제출해야 하는데...

 


원서 제출하러 가는 손


겨레의 경우,교육청에 들러
중등교육지원과장의 확인 도장을 원서와 수험표에 받아 제출해야 했던 복잡한 과정...

그래도 딸,
학교에 원서접수를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나.

 

 

 

원서접수 마감 다음날인 11월 28일
1차 합격자 발표일이었다.

 

워낙 재밌게 홈스쿨링을 했던터라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될 경우
고등학교 과정도 홈스쿨링을 하겠다는 대안을 갖고 있긴 했지만,
딸내미 그간 맘고생,몸고생 하면서 열심히 고입 준비 하는 모습을 보니,
잘 되었으면 하고 바랬던 마음 그 이상의 긴장감이 감돌던 아침이었다.


"엄마, 나 1차 합격했어!"

발표시간을 기다리며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방에 들어가 108배를 하고 있는데 겨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이렇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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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발표 나흘 후인 다음 월요일이 다시 2차 면접일...
정원의 1.5배수의 인원이 1차에 합격했기 때문에
면접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엄마는 할머니댁으로 김장을 하러 가야 했다.


이렇게 정리하면서 보니 늘 엄마는 마음만  짠했을 뿐, 겨레를 도와준 것이 하나도 없네.^^
그저 짠한 마음으로 응원만 열심히...!




엄마 없는 주말, 그간 준비해 왔던 것을 토대로 아빠랑 차분히 면접 연습을 했고.
(또박또박 말하기 연습을 위해 큰소리로 책 읽기를 많이 했음.)




면접 전 날인 일요일 밤,(엄마가 김장을 마치고 돌아온...^^)
겨레와 아파트 놀이터에 나가 그네를 타고 놀았다.

긴장 잘 안 하는 우리 딸,
저렇게까지 열정적으로 그네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 맘이 다 짠하더라는...

 

그래도 밤에 잠은 참 잘 잔다...
^^
업어가도 모르게 아침까지 쿨쿨~~

 



면접 당일 아침이 밝았고,

교문에서 수험표 확인하고 수험생만 입장을 했는데
늘 그렇듯 담담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갔던 딸,
막상 엄마 아빠랑 헤어지고 운동장을 걸어갈 때
가슴이 벅차 올라 눈물이 한 차례 빙그르 돌았다나....

눈물 많은 엄마는 오히려 씩씩하게 겨레를 보냈다는...
^^
(남의 집 아이 수능치고 나오는 신문 사진 보면서 흐느껴 우는 엄마지만,
내 아이 수험장으로 들여보낼 때는 아주 씩씩하게 '화이팅!'을 해줬다지!)





학교 근처 까페에서 겨레를 기다리며...

 

본인 확인하고 각자 교실로 이동해 대기하면서 기다린 시간이 꽤 되었다고 한다.

기다리는 동안 읽으려고 영어소설을 들고 갔던 겨레는,
집에서 나갈 때 담담했던 느낌과 달리
처음으로 혓바닥까지 소름이 돋는 현상을 경험해봤다고...

심지어 구토를 할 것 같아
감독관 선생님께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수험생 중 한 명이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하자
나머지 아이들이 모두 우르르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는 걸 보고서야...
모두들 떨리는구나 싶어 그 때부터 진정을 하게 되었단다.

혓바닥 소름현상도 없어지고, 구토가 날 것 같은 느낌도 쏙 들어가 버리더라고...

나이가 지긋하셨던 감독관 선생님은 지원한 학교의 국어선생님이라고 하셨는데,
잠깐 동안이었지만 어찌나 따뜻하게 대해주시던지
꼭 합격해서 그 선생님께 수업을 받고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겨레가 면접을 마치고 나왔다면서 전화를 했다.

다소 상기된 얼굴의 딸...
얼굴에 하고 싶은 말이 한가득이다.

아빠가 겨레 마음을 진정 시켜주기 위해 좀 걷자고 해
셋이 겨울 거리를 한참동안 걸었다.

길거리 구세군 냄비에 성금도 넣고,
찬바람을 쐬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간 우리 함께 지내온 이야기,
이번 고입 준비 이야기,
그리고 마음이 진정된 딸의 오늘 면접 이야기...

교실 두 곳을 이동하면서 면접을 보았다고 한다.
일반적인 케이스와 달리 홈스쿨링을 한터라
이에 관한 질문들이 쏟아졌고,
차분하게 대답을 했다고 한다.

답을 들어주시는 선생님들이
질문에 답할 때마다 많이 수긍해주셨고, 계속 웃어주셔서 좋았다는 딸.

첫번째 면접실에서는 약간 긴장했지만,
두번째 면접실에서는 긴장이 풀려 웃으면서 질문과 답을 주고 받다 보니
오히려 시간이 짧다는 느낌도 들었단다.

엄마 아빠 외에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그렇게까지 진지한 이야기를 해본게 처음이라
재밌으면서도 신기하고 묘한 경험이이었다는 딸의 재밌는 답.

엄마는 겨레의 그런 점이 참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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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차 면접까지 마치고
이틀 뒤인 12월 4일 오후 최종합격자 발표의 날...
(엄마는 이 날도 겨레 두고 오전내내 할아버지 할머니 병원에 가있었지.)


오후 2시 넘어 최종발표!!!

그 대담한 아빠가 손가락을 덜덜덜 떨면서 수험번호와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했다지.

^^

으허허허,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이 이런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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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합격하고 9일 뒤인,
12월 13일
합격자 신고하고 교복사이즈를 재기 위해 아빠와 겨레,
학교에 갔다 왔다.




돌아 오는 길, 그날 엄마 생일이라고 알뜰히 모은 용돈으로
2014년 다이어리와 펜을 생일 선물로 사온 딸...




그리고
엄마 생일 날짜가 찍힌 합격증을 쓰윽 내민 딸!

2013년 12월 13일!
너무나 고마운, 잊을 수 없는 생일 선물이다.

 

3년간 홀로 홈스쿨링 하면서 어쨌든 이런저런 맘고생이 있었을텐데,
늘 밝은 얼굴로 하고 싶은 것들 잘 찾아 알뜰살뜰 그 시간을 보낸 겨레야!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고입 준비를 하면서
지난 3년을 정리하면서 되돌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격려해준 시간들이
우리 가족에게 축제같은 날들이라 말했던 내 딸!


너무나 고맙고,
우리 함께여서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이었단다.


꿈을 향해 네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한 길이니,
멋지게 날개를 펼치고 또 다른 세상으로 성큼 뛰어 들어가길!

 



2013.12월
겨레는 열여섯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