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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봉원사에서

by GoodMom 2010. 10. 25.

 바람이 쌀쌀해진 가을 날,

문득, 걷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간 봉원사...

 

신촌역에서 내려 ,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걸어 올라가니 길 한쪽으로 늘어선 부도가 눈에 띈다. 작은 절은 아닐거라 생각했지만 늘어선 탑을 보니...규모가 꽤 있는 절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한산한 길을 따라 걷자니 길 한쪽, 오래 전 이발관이었던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가을색에 젖어있는 불교 연구소...사이 좁을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봉원사와 만날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만난 불가마 외에 드문드문 작은 구멍 가게나 몇 채의 집들이 있을 뿐, 혼잡하지 않아서 좋다. 오늘같이 바람 불고 걷고싶은 날에 오기 좋은 길이다.

 

 300년된 느티나무가 입구에서 나를 맞아준다. 

 

 봉원사는 신라 진성여왕 때 현 연세대터에 반야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되었다가 영조 24년 지금의 터로 이전을 했다고 한다.

 강남에 있는 봉원사가 조계종이라면 이 곳 봉원사는 한국 불교 태고종의 총본산이라고 한다. 불교의 종파인 태고종은 불교의 대중교화를 이념으로 머리를 기를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날 절에서 유독 머리를 기른 스님인 듯한 분들을 많이 본 듯한...
 

 봉원사 범종각

나한상을 둘러보며 대웅전 앞마당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늦가을 말라가고 있는 연잎들이었다.

봉원사 연꽃이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는 갔지만 이 계절에 연꽃은 당연하고 잎들도 모두 말라 정리 되었을 거라 생각을 하고 갔는데, 말라가는 연잎이 가을의 끝을 알리는 듯...독특한 느낌이다.  

 

 낡은 건물이 인상적인 이곳 '봉원사'라는 현판은 영조의 친필이라고 한다.

오래된 단청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삼천불전에는 삼천불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화려함과 웅장함이 눈길을 끄는 이 곳...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마음이 끌려 삼천불전에 들어가 일곱번 절을 하고 나왔다. 신발을 벗을 때는 아무도 없어 살짝 어색하기도 했지만...안으로 들어서니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날이 차갑긴 했지만 겨울이 아니라 마룻바닥이 얼어붙을 것 같지는 않았다.

 

 삼천불전을 나와 이리저리 배회하다 만난 곳은 경내 다른 건물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듯한 양옥 한채...

계단을 오르려다 표지석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한글학회 창립한 곳,

이곳 유서깊은 봉원사는 우리 말 글의 연구와 교육을 목적으로 1908년 8월 31일 국어연구학회(지금의 한글학회)가 창립총회를 연 곳으로 그 높은 뜻을 길이 남기고자 학회 창립 100돌에 이 표지석을 세우다'

라고 씌여있었다.

 한글학회의 전신인 국어연구학회가 이곳에서 시작되어 이 후 조선어연구회에서 다시 조선어학회로 그리고 한국학회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한글학회와 관련된 전시물이 있나하고 들여다 보니 현재는 절에서 부처님을 모시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오래된 단청이 눈길을 끄는 극락전에서도 가을이 느껴진다.

 

 나무로 새겨넣은 창살의 꽃무늬가 고풍스럽다.

오랜세월을 지내온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극락전

 칠성각 앞 담쟁이는 이 가을, 고운 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소담스럽게...돌기둥을 덮고 있는 붉은 담쟁이 잎

 

 칠성각 마당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따라 풍경 소리가 듣기 좋아 찬 바람에 한참을 서있었다.

 

 

한바퀴 돌아 계단을 올라 대웅전 앞에서 내려다 본 풍경...

대웅전 앞 연꽃은 따로 연못을 파지 않고, 플라스틱 함지박을 여러개 갔다 놓고 그 안에서 연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가을이 늦도록 정리 되지 않은 연잎들을 바라 보고 있자니, 특별한 느낌마저 든다. 겨울에도 이렇게 앞마당을 차지하고 있을까? '지금껏 연꽃은 싱싱하고 화려할 때만 봐왔구나'라는 생각 잠시...

눈내린 겨울에도 한번 와보고싶다는 생각도 잠시...

 

대웅전 앞마당 연잎과 또 그 앞 작은 화분에서 소담스럽게 피어난 국화와는 대조적인 모습....

대웅전에서 절을 하고 나오시던 아주머니가 절에서 받은 떡이라며 아무 말 없이 반을 뚝 떼어 나눠주셨다. 따끈따끈한 떡을 떼어 먹으며,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를 타지 않고 절에서부터 신촌역까지 걸었다.

바람 냄새, 햇빛 냄새...작은 어울림들이 좋은 가을 날, 걷기 좋은 날에...!!

 

 

 

 

 

  봉원사 가는길: 지하철 2호선 4번출구 앞에서 7024번 버스

  봉원사 홈페이지: http://www.bongwon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