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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앨리스 vs 앨리스 vs 앨리스 캐릭터 비교

by GoodMom 2010. 4. 27.

지난 3월 팀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개봉되자 마자 3D로 영화를 봤습니다. 앨리스의 이야기를 팀버튼은 어떻게 재구성했을까? 어떤 색깔로 그려냈을까?라는 기대감이 엄청 났죠.

영화관에서 보니, 꼬마관객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대학생이상 젊은층 관람객이 굉장히 많더군요...아마도 팀버튼과 조니뎁과의 만남이란 사실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어요.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이 쓴 원작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두편이예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우리가 잘 아는 토끼를 따라 굴 속에 빠진 앨리스가 다양한 동물과 사람을 만나 기묘한 여행을 하고 보니 꿈 속이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구요.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캐럴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책으로 만들기 위해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서 만든 책이라고 해요. 우연히 거울 속으로 들어간 앨리스가 체스판을 배경으로 흥미진진한 모험을 하고 돌아온다는 이야기예요.

겨레는 두 이야기 중 거울나라 앨리스가 더 재밌었다고 하더군요.

팀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 두이야기를 섞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영화 포스터에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팀버튼의 상상력이 더해졌다'라고 써있더군요. 상상력과 캐릭터는 가져왔지만 그 나머지는 천재감독 팀버튼이 새롭게 탄생시킨 누구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버전의 이상한 나라라구요.

오늘은, 시대를 뛰어 넘고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에게나 사랑받는 캐릭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모아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팀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작 소개는 위에서 잠깐 했고, 비교 캐릭터 영화는 2010 팀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1951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예요. 둘다 디즈니 제작입니다.

2010년 개봉된 앨리스는 가위손 이후, 팀버튼과 조니뎁의 일곱번째 만남이라고 하네요.(1990년 가위손, 1994년 에드우드, 199년 슬리피 할로우, 2005년 찰리와 초콜릿공장, 2005년 유령신부(신랑 빅터목소리가 조니뎁), 2007년 스위니토드 그리고 2010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 영화에서는 앨리스가 훌쩍 자라 19세 아가씨가 되어 있었어요. 청혼을 망설이면서 달려나간 마당에서 어린 시절의 회중시계를 든 토끼를 만나 다시 이상한 세계로 가게 된다는 내용으로 영화 전체의 스토리가 '앨리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데 촛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현실세계로 돌아온 앨리스는 청혼을 거절하고 무역상이 되어 중국으로 떠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결말이 너무 평범해 다소 황당하는 했지만,

하지만, 여기서도 팀버튼식 기괴한 캐릭터 만들기는...역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팀버튼식 영화의 색감이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 때문인지 기대 이하였다는 평도 워낙 많아서 볼까말까로 고민 많이 하시던데, 저라면 보고 후회하더라도 보라~!고 권해주고 싶더군요.(단 3D로 볼 것 까지는 없을듯합니다.)

1951년 개봉작인 애니메이션 앨리스는 겨레가 어렸을 때 너무 좋아해서 여러번 봤었어요. 캐릭터들 하나 하나 너무나 귀엽고 영화 전체에 작은 스토리들이 앨리스 이야기처럼 잘 숨어있어요.또 뮤지컬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어서 여기 나온 노래들 많이 따라하고 놀았는데,알고보니 1951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더군요.

그럼,원작과 2010년 앨리스.1951년 앨리스의 캐릭터 비교에 들어가 볼까요~~~

앨리스들

앨리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끊임없는 호기심'이 아닐까 싶네요.

토끼굴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뛰어드는 앨리스의 왕성한 호기심,눈 앞에 보이는 일이라면 먼저 하고 보는 성격이지만 금방 후회도 하고, 할말은 꼭 하고 보는 아동문학 최초의 살아있는 캐릭터가 앨리스 아닐까 싶습니다.

팀버튼은 소녀였던 앨리스를 아가씨로 변신시켰어요. 영화에서 앨리스는 어린시절 원더랜드에 분명 갔다오긴 했는데 그것을 '꿈'이라 생각하면서, 의심하는 원더랜드 사람들에게 자기도 그 용감했던 앨리스가 나였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죠. 하지만 원더랜드에 다녀 온 후,앨리스는 자신의 길을 찾는 당당하고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저는 영화에서 앨리스의 키가 줄어들 때, 또는 커질 때 옷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궁금했답니다. 그냥 만화캐릭처럼 옷도 같이 줄어드나 했는데...그런데 그 때마다 너무나 예쁜 새드레스로 갈아 입더군요.^^ 앨리스의 드레스 구경도 저에게는 큰 볼거리였습니다.

 

 모자장수

모자장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흥겨운 다과회...찻잔을 씻을 틈도 없이 말도 안되는 노래를 즐기면서 다과회를 열죠. 성질 급한 하트의 여왕에게 잡혀왔을 때도 찻잔과 버터 바른 빵을 들고 나왔을 정도로,차를 좋아해요.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모자장수는 사자와 유니콘이 싸울 때 전령2로 깜짝출연을 해요. 전령으로 나와서도 빵과 찻잔을 들고 오는 재밌는 캐릭터랍니다.

팀버튼의 앨리스에서 모자장수의 비중은 앨리스 이상으로 커집니다. 조니뎁이 그 역할을 맡은 것도 그렇고, 영화 홍보포스터에 모자장수 캐릭터를 넣은 것도 그렇죠...여기서의 모자장수는 모자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된 다량의 수은 때문에 정신 이상을 일으킨 캐릭터예요. 하지만 앨리스에게 진정한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역할을 맡았는데요. 상상이상의 미친 캐릭터를 생각했기 때문인지 오히려 생각보다 덜 미친 모자장수 캐릭터가 아쉬운 점이기도 했죠.

1951년 애니메이션 모자장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년 365일 중 364일이나 되는 비생일 파티(ost: unbirthday party)'를 하는 장면이예요. ^^ 이부분이 너무 신선하고 재밌었는데, 이 내용은 책에서는 모자장수가 아니라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달걀맨 험프티 덤프티가 얘길 한답니다.

 

붉은 여왕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였던 붉은 여왕 캐릭터예요. 애니메이션에서는 나오지 않는 붉은 여왕은 하얀여왕과 함께 책의 캐릭터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은 체스 여왕 중 한쪽으로 악과선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아니예요. 성격이 급해 혼자 다 말하고 앨리스는 말 안한다고 야단을 치고 열심히 달리지만 앞으로는 나가지 못하는...재밌는 캐릭터랍니다.(무엇이든 반대로만 하는 거울나라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런 명대사를 해요.'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도록 뛰어야 한다.')

영화에서 붉은 여왕은 그 연기가 어찌나 돋보였던지 우리 딸 겨레는 집에 오자마자 붉은 여왕 연기자 이름부터 찾아보더군요. 헬레나 본햄 카터. 그녀를 찾아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감독 팀버튼의 배우자라는 사실...!!! @@

이번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를 연기한 붉은 여왕 헬레나 본햄 카터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 해리의 대부 '시리우스'를 죽인 악녀 벨라트릭스 레스트랭 역을 맡았었구요.-그 때도 유독 눈에 띄었죠. 또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찰리의 엄마인 버켓 부인 역할, 유령신부에서 신부의 목소리를 맡았던 배우입니다.

책에 나오는 공작부인과 하트의 여왕

조금 옆길로 새자면, 붉은 여왕의 캐릭터는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공작부인의 외모에 하트여왕의 성격을 조합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공작부인의 캐릭터는 어떤 말에서든지 교훈을 찾으려 들고,아는 체 하는걸 좋아하고, 아이에게 무신경한 거친 캐릭터로 머리가 눈에 띄게 크고 턱이 뾰족해요. 머리가 커서 놀림을 받는 붉은 여왕의 외모와 많이 닮았다 생각했어요.

또 하트의 여왕은 '당장 저 놈의 목을 베라!'(하지만 정작 목을 베이는 사람은 없어요.그리펀이 말하죠. 저건 모두 다 여왕의 상상일 뿐이고 실은 아무도 사형 당하지 않는다고) 고래 고래 소리치는 독재자형 스타일로 영화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성격과 너무나 닮아있어요.

 

하얀여왕

햐얀여왕 캐릭터도 붉은여왕과 마찬가지로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스 반대편쪽 캐릭터예요. 책에서는 두 여왕끼리 갈등 상황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하얀여왕의 우아한 자태나 몸짓이 굉장히 눈에 띄는데(가끔 깨는 행동을 하긴 하지만 ), 책에서 보면 고상한 이름과는 달리 헝클어진 머리와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있는 지저분한 여왕이예요. 옷을 너무 못입어서 앨리스가 머리도 다듬어주고 핀도 다시 꽂아 숄을 정리해 주기도 해요.

 

회중시계를 든 토끼

호기심 많은 앨리스를 토끼굴로 무작정 뛰어내리게 만든 장본인 토끼입니다. 하트의 여왕 비서이면서 언제나 시간에 쫓기는 토끼는 늘 시간에 쫓기고 일상적으로 바쁘다라고 외치는 현대인을 상징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체셔고양이

언제나 입이 찢어지도록 웃고 있는 체셔고양이. 어디서나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짜짜짜짠~하고 나타나서 원더랜드에서는 자기도 앨리스도 그리고 모두 미쳤다고 주장을 하죠.

팀버튼의 영화에서 체셔고양이를 봤을 때, 앗!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팀버튼도 토토로를 보고 혹시 체셔고양이 이미지와 접목시킨것이 아닐까?)

책에서 앨리스는 체셔고양이가 사라지고 없는데도 그의 웃는 입이 남아있자 이렇게 말을 해요. "세상에! 웃지 않는 고양이는 많이 봤지만,고양이 없는 웃음은 처음이야!"

또 하트의 여왕이 체셔고양이의 목을베라고 하자 망나니는 몸이 없어서 목을 자를 수 없다하고 왕은 머리가 있으면 머리를 벨 수 있다고 소리를 치는 웃긴 장면이 나온답니다.. 체셔고양이의 주인은? 공작부인이예요.

 

애벌레

물담배 피우는 것을 좋아하는 애벌레는, 무엇이든 심드렁하고 불친절하지만 꼭 필요한 충고는 해야하는 캐릭터로 설정되어있어요.

영화에서는, '앱솔램'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굉장히 철학적이고 논리적이며 지혜로운 캐릭터로 나오더군요. 나중에 앨리스가 무역을 하기 위해 중국으로 떠날 때 나비로 변신!!! 모험을 통해 성장한 앨리스를 상징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트위들덤과 트위들디

트위들덤과 트위들디는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캐릭터예요. 똑같아 보이지만 무엇이든 반대로 보이는 거울나라에 있을 법한 캐릭터로 늘 어깨 동무를 하고 다녀서 굉장히 친해 보이지만 작은 것 하나로도 큰 싸움을 벌이고 마는 독특한 캐릭터죠. 똑같이 생겼지만 무엇이든 반대로 하고싶어 싸움을 하고 마는 이 캐릭터를 그 현상과 같은 거울나라에 나오는 캐릭터로 만든, 작가 루이스 캐럴의 치밀함이 놀라웠어요.

 

다과회 장면들

그 밖에 다과회 장면을 모아봤습니다. 3월 토끼와 모자장수 그리고 겨울잠쥐가 벌이는 흥겨운 다과회 장면...체셔고양이는 3월 토끼와 모자장수 둘다 미쳤다고 표현했는데 3월토끼가 미친 이유가 참 재밌어요. 토끼는 3월이 되면 짝짓기철이라 그 때쯤 미쳐 날뛰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고 해요. 재밌죠? 그래서 미친(?) 캐릭터가 많은 이상한 나라에 그냥 토끼가 아닌 3월토끼가 등장 하는 것이랍니다.

 

실제 앨리스의 모델인 앨리스 프레장스 리델

원작자 루이스캐럴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를 창작할 수 있게 영감을 준 실제 인물로 이 사진은 루이스캐럴이 직접 찍었다고 해요. 겨레는 어릴 때 이 사진을 보면서 앨리스랑 너무 닮았다고 하는데, 어떤가요? ^^ 흑백 사진이라 그런지 굉장히 신비스런 느낌도 있네요.

 

앨리스를 탄생 시킨 사람들 

 루이스 캐럴(1832~1898)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원작자로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부 교수로 일했다고 해요. 당시 일하던 대학 학장님의 딸들에게 재밌는 얘기들을 들려주었는데, 그 딸아이들 중 한명이 앨리스였다고 합니다. (저기 위의 실제 모델 사진) 그리고 앨리스가 그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들어 보면 재밌을 거라 해서 이전의 다른 모험담 이야기와 덧붙여 글로 썼고 그 이야기가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었다고 해요.

그 옆 존테니얼(1820~1914)은 원작에 일러스트를 그린 화가예요. 앨리스를 그리면서 캐럴의 까다로운 요구를 들어 주느라 고생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런데 존테니얼은 앨리스를 그려낼 때 또 다른 아이를 모델로 삼았다고 하네요. 루이스 캐럴은 앨리스에게서 영감을 얻어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그 책을 보고 삽화를 그린 존테니얼은 또다른 아이를 모델 삼아 앨리스를 그려냈다는 사실이 재밌어요.

팀버튼감독...은 젊은 시절 사진에서는 영화 캐릭터와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저는 '크리스마스 악몽'을 본 이후로 팬이 되었답니다. 물론 가위손도 잊을 수 없지만요...^^

영화를 보자마자 이야기를 한번 정리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얘기가 한도 끝도 없이 길어져 정리를 하느라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하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시대를 초월해 같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토리리와 캐릭터로 만들어 가는 거장들로 인해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고 고마웠습니다.^^

다음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책에 대해서 리뷰를 올려볼 계획이예요.

 2010.4.29 / 겨레 열세살

 



2010/05/03 - [책이야기]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