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앨리스 캐릭터 비교 이후, 소개드리기로 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입니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거울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글 / 존 테니얼 그림 손영미 옮김/시공주니어):오른쪽
-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글/앤서니 브라운 그림/김서정 옮김/살림어린이):왼쪽
저희집에 있는 두권으로 책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같은 책을 왜 두종류로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보신다면...같은 이야기를 두사람이 어떻게 그려냈을까 궁금해서...라고 말하면 딱 맞을 것 같네요. 원작을 앤서니 브라운이 그려낸 앨리스도 궁금했고, 그리고 우리말 번역도 궁금했기 때문이예요.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겨레가 다섯살 때 구입을 했어요. 글을 읽기 시작할 무렵 사달라 졸라서 사준 건데 정말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책이랍니다. 다섯살이 혼자 읽는 책으로 선택하기엔 책의 내용이 꽤 어려운데 그 땐 읽는 재미(말 그대로 글자 읽는 재미)에 빠져서 그 때 나이에 알맞게 읽었고(그 수준으로...), 자라면서 여러번 읽었는데 읽을 수록 재미가 있었다는 책이 이 책이었다고 해요.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겨레가 3학년 때 사달라 해서 읽은 책이예요. 겨레는 거울나라의 앨리스가 훠~얼씬 재밌었다고 하네요.
앨리스의 이야기는 흔히 1편이 많이 알려져 있죠. 어렸을 때 동화로 한번씩은 읽어보셔서 다 알고 계실거예요.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언덕에서 언니와 함께 있던 앨리스는 그림도 대화도 없는 언니의 책이 슬슬 지겨워질 무렵, 빨간 조끼에 시계를 든 토끼를 보고 쫓아가기 시작합니다. 커다란 토끼 굴 속으로 들어가는 토끼를 따라 전혀 망설이 없이(저는 어린 시절 이 구절이 굉장히 놀라웠어요. 망설임 없이 토끼굴을 따라들어간다니...) 굴속으로 들어가고, 거기에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면서 다양한 동물과 괴상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 후, 극기야 하트 여왕의 재판장에 까지 서게 된 앨리스..."누가 너희들을 두려워 할 줄 알아? 너희들은 카드 묶음에 불과해!"라고 소리치는 순간 언니 무릎을 베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깨어나죠.
- 거울나라의 앨리스 1편에서 앨리스의 고양이 다이너가 낳은 검은 고양이의 털실풀기 만행을 훈계하다가 벽난로 선반 거울 속으로 들어가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예요. 그곳에서 체스게임 속으로 빠져든 앨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체스의 말이 되어 거울나라라는 체스판 위에서 체스의 규칙에 따라 이동하며 모든 사건을 체스게임처럼 전개해 나갑니다. 거울나라라는 것 때문에 모든 행동이 반대가 되고,수수께끼 같은 많은 이야기들과 등장인물들이 연결되면서 변화를 하며 사건을 빠르게 진행해 나가요. 역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처럼 이 책 역시 그 묘미는 '말장난'에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앨리스 이야기의 매력 하나 : 말장난이 주는 재미
책을 읽어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앨리스가 토끼굴에 빠져 그 속에서 모험을 하고 돌아와보니 꿈이었다'는 단순구조의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 속에 숨어있는 수많은 말장난과 철학, 숨은 이야기들 그리고 수많은 다양한 캐릭터 등은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다시 살아나와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이 됩니다.
영어에서 자유로와져 영어로 된 원본으로 읽는다면 아마도 루이스캐럴이 전한 말놀이의 재미가 훨씬 컸을지도 모르겠네요.(그래서 부분부분 아이팟에 있는 영어원본을 보면서 책을 대조해 보기도 했답니다. 실력의 한계가 있긴 했지만...^^ 번역본을 참고해가면서.)
쥐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길고 슬픈 이야기(tale)야."라고 하자, 앨리스는 "정말 꼬리(tail)가 길구나. 그런데 왜 꼬리를 슬프다고 하니?" 라고 묻는 장면이 있어요. 영어로는 tale과 tail의 발음이 비슷해 앨리스가 잘못 알아듣는 장면이죠.
말놀이의 재미를 알려주기 위해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책은 그 때 그 때마다 괄호( )안에 역주를 넣어 설명을 덧붙여주었어요. 겨레는 어릴 때는 이 뜻이 어려웠는데 크면서 다시 읽고 또 읽어보니 그 때마다 아는 것이 달라져서 그런지 그 것 읽는 재미가 색다르더라는 얘길 하더군요.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번역을 맡은 김서정 선생님께서 우리말 말장난으로 바꾸어 번역본을 내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이 재해석한 앨리스 그림도 재밌지만 우리말 말장난으로 바꾸어 놓은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생각이 됩니다.
저는 두 출판사의 책을 따로 읽고 나중에 읽을 때는 두권을 펼쳐놓고 비교를 하면서 읽어보기도 했어요. 앨리스의 묘미는 이 말장난의 교묘함이이라 생각되는데 원서에 가깝게 번역해 놓은 책과 우리말 말장난으로 바꿔 번역한 두권을 펼쳐 놓고 보는 비교해 재미 역시 대단했거든요.
앨리스 이야기의 매력 둘: 살아있는 캐릭터, 다양한 세상의 모습
중간 중간 삽입된 시나 영국 전래동요에 나오는 캐릭터들(험프티 덤프티나 트위들덤과 트위들디)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책 속의 책 이야기등도 이 책의 큰 재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또 캐릭터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 생각이 들지만 다분히 철학적이고 이상적이라는 느낌 그리고 판타지 속 세상이지만 현실에 늘 있을 법한 이야기를 꼬집고 비틀었다는 느낌도 들어요.
앞뒷말 들어볼 것도 없이 무조건 목을 베라고 외쳐버리는 절대 권력 하트의 여왕, 영국 귀족들의 풍습이었던 체면치레 다과회를 풍자한 모자장수와 3월토끼의 이상한 다과회, 당시 귀족들만 아끼고 아껴 사용할 수 있었던 귀한 후추를 재채기가 나도록 뿌려대는 공작부인의 집을 통한 귀족들의 사치에 대한 풍자를 어린 앨리스의 눈으로 바라 볼수 있게 해준다는 부분때문이예요.
작가 루이스캐럴이 근무하던 대학의 학장님 딸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묶어서 책으로 낸 것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면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작가가 책을낼 것을 염두해 두고 꼼꼼히 계산하면서써 내려간 책이라고 합니다. 논리학을 좋아하는 수학부 교수, 작가 루이스캐럴의 재능이 돋보이는 책이 거울나라의 앨리스라 생각이 되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먹는것'을 통해 전환을 이룬다면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시냇물'을 통해 이야기의 전환을 이루어 나갑니다. 체스규칙을 아는 사람이라면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아는 만큼 더 보인다라는 말이 와닿더군요.(체스규칙을 모르는 저는 모르는 만큼 덜 보였겠죠.ㅠㅠ)
존테니얼 vs 앤서니브라운의 일러스트
아래는 원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작가의 까다로운 요구를 들어주느라 고생했다는 '존테니얼'의 그림과 '앤서니 브라운'이 그린 앨리스의 비슷한 장면을 모아보았어요.
앨리스의 호기심에 불을 지핀 토끼
괴팍,무식,과격의 일인자 공작부인
존테니얼은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역사상 가장 못생긴 공작부인을 모델로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왼쪽그림
크로케 경기를 하는 앨리스
홍학이 크로케 경기의 채, 고슴도치가 공...이라는 아주 기발한 상상, 이들이 자주 도망을 치는 까닭에 크로케 경기장은 난장판이 되지요.
모자장수와 삼월토끼와 겨울잠쥐가 함께 하는 정신 없는 이상한 다과회
절대권력 하트의 여왕과 앨리스의 만남
앤서니 브라운은 그림책 '고릴라'로 유명한 영국의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예요. 이 책을 살펴보면 앨리스 책 캐릭터들 속에 고릴라가 군데군데 숨어있는데, 앤서니 브라운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고릴라 찾기 놀이로도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서점과 도서관에서 만난 눈에 띄는 앨리스 책이 있어 몇권 더 간단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루이스 캐럴 지음, 헬린 옥슨버리 그림, 김석희 옮김 / 웅진주니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만났을 때 느낌은 '위대한 발견'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반가웠어요. 그림책 보여주는 엄마들이라면 헬린 옥슨버리 하시면 '아, 곰사냥을 떠나자!'라고 기억하시리라 생각이 드네요.
헬린 옥슨버리 그림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부드러운 수채화와 흑백그림이 적절히 섞인 풍경 속, 파란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앨리스의 그림이 눈에 띕니다.
앨리스는 화가 나서 소릴 치죠. “누가 무서워할 줄 알아? 너희들은 카드 묶음에 불과해!” 그리고 앨리스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호기심 왕성한 앨리스는 하루 종일 음식을 먹으며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는데 이순간 앨리스의 키가 정상적으로 돌아와있게 됩니다.
앨리스의 이야기는 앨리스의 꿈과 함께 끝나지만 책을 읽어보면, 잠에서 깨어난 동생을 차 마시러 보낸 후, 언니가 꾼 꿈에 대한 이야기가 에필로그로 나오면서 끝맺음을 해요. 책을 읽어보시는 분이라면 꼭 이부분 놓치지 말고 읽어보세요!
Alice (주석달린 시리즈) 루이스캐럴 지음, 마틴가드너 풀이, 존 테니얼 그림 최인자 옮김/ 북폴리오
마틴가드너는 세계 최고의 루이스 캐럴 연구가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그가 앨리스를 통해 알게 된 지식들과 새롭게 알게된 여러 내용을 풀이한 풀이가 달려있는 책으로, 동화를 깊이 있게 보고자 하는 어른들이 많이 찾는 책이더군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나라의 앨리스 두권의 책을 한권으로 합쳤고, 사이즈도 백과사전처럼 커져있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로버트 사부다 지음, 넥서스 주니어
팝업북을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들이라면 '로버트 사부다'하면 아실 책일거예요. 우리나라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 책의 권장 연령이 '4-6세'로 되어있는데...이 책은 진정 어른들이 더 좋아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부다의 책을 펼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 "와~~~" 가 아닐까요?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로버트 사부다는 7년 이상의 시간을 들였다고 합니다. 색다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찾는 분이시라면 꼭 한번 만나 보시길!!! 사부다책 속으로 빠져 보시고픈 분들 꼭 한번 만나보시길 바래요!
우리집 앨리스 캐릭터용품
앨리스캐릭터를 이용한 지갑과 스탬프
앨리스 지갑은 겨레 3학년 때 겨레를 잘 아는 친구 엄마가 생일선물로 주신거구요. 그 옆은 앨리스 스탬프예요. 선물 받고 활짝 웃던 열살의 겨레 얼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제껏 열심히 쓰고 있는 지갑이죠.
겨레가 친구들에게 주려고 스탬프를 찍어 만든 책갈피랍니다.
이건 그 스탬프를 찍어 만든 제 명함이예요. 정신연령이 비슷하죠? 우리 모녀 ^^ 전 체셔고양이 명함이 가장 맘에 들어요.
이것으로 두편에 걸쳐 소개한 긴긴 앨리스 이야기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2010/04/27 - [책이야기] - 앨리스 vs 앨리스 vs 앨리스 캐릭터 비교
2010.5.4 / 겨레는 열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