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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상처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책

by GoodMom 2010. 4. 19.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상처극복'을 주제로 하는 세권의 책입니다. 

첫번째 소개하는 '키친'은 엄마가 읽어보면 좋은 책,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초등 고학년 이상 권장할 만한 동화, 그리고 '강물이 흘러가도록'은 그림책입니다. 분류상 그림책이라고는 하지만, 어른이 보아도 좋은 책이고, 또 아이가 보아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에 세권을 같은 주제 아래 묶어보았어요.

뉴베리상을 받은케이트 디카밀로의'생쥐기사 데스페로'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마음이 있지. 살아 있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마음을 다칠 수가 있어.

한번 상처 입은 마음은 아물지 않는 단다. 혹시 아문다 해도 비뚤어지고 한쪽으로 기울어 버리지.마치 아무렇게나 붙여지기라도 한 것처럼



살면서 상처를 입지 않고, 주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함께 살아가다 보면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상처를 주게 되고 입게 되고 하는 것이 아닌가...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상처를 덜 받고, 또 받은 상처를 비뚤어지지 않게 아물게 할 수 있을까 라는...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민음사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라고 시작되는 첫 구절,

이 문구 하나가 왜이리 강력하게 나를 끌어들이던지요... 부엌이 갖는 특별한 느낌 때문일까요?


이 책에는 키친, 만월, 달빛 그림자 이렇게 세가지의 이야기가 실려있어요.

그런데,  키친과 만월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크게 두편의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두편의 이야기 모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상처를 받은 주인공이 그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요.


키친에서 미카게는 죽은 부모님 대신 자신을 키워 주신 할머니를 잃고, 가장 힘들어 했던 시간을 유이치와 유이치의 아빠인 엄마 에리코씨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길을 찾아갑니다.

2편 만월에서 미카게를 도와준 유이치는 아빠인 엄마 에리코씨를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잃고 힘들어 할 때 미카게의 도움을 받아  극복합니다. 이미 소중한 사람을 잃어 상처를 받아보았던 미카게였기에 유이치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었을 거예요.

3편 달빛그림자는 사츠키가 사랑하는 남자친구 히토시를 잃고 불면증을 앓으며 괴로워하고, 히토시의 동생 히라기는 여자친구 유미코를 잃고 그녀가 입던 세일러복을 입는 것으로 힘겨운 마음을 대신합니다. 그런 사츠키에게'우라라'라는 신비하고 비밀스런 여자가 나타나 사츠키를 보듬고 상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요.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나는 작품이라 생각이 되네요.

상처 중의 상처, 죽음이 갈라놓은 이별의 아픔....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소중한 존재를 잃었다는 상실감을 '사람'과 '사랑'을 통해 가장 행복한 방법으로 치유해 나가는 요시모토 바나나식의 해결법이 눈에 띕니다.

저는 특히나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좋았어요. 상처를 소리 없이 감싸 안아주는 주변인들의 마음과 그 주변인들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가의 마음이 얼마나 곱고 여린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는 문학평론가인 아버지(요시모토 다카아키) 밑에서 성장했다고 하네요.

바나나라는 이름이 처음에 참 독특하다 싶었는데, 필명이더군요.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고, 들었을 때 성별이 구분되지 않으며 세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과일이어서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해요.(바나나 꽃이 붉군요!!!) 그녀의 본명은 '요시모토 마호코'라고 합니다.

키친에 들어있는 세번째 소설 '달빛그림자'는 1987년 졸업작품으로 발표 했었구요. 1988년에 데뷔작으로 키친을 발표했다고 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가거대한 느낌(?)이라면 요시모토 바나나의 문체는 간결하고 산뜻하고 친밀하게 느껴집니다.(실제로 일본에서는 '하루키 현상' '바나나 현상'이라는 말도 있다고 하더군요.)


파삭파삭한 마음에 컵 한잔의 물이 스민다.

위대한 인물은 있는 것만으로도 빛을 발하고,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비춘다. 그리고 사라졌을 때는 무겁디 무거운 그림자를 떨군다.

사람의 마음에는 보석이 있다고 생각게 한다.

정말 좋은 추억은 언제든 살아 빛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처롭게 숨쉰다.

울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 왠지 서글프다.

생각을 해도 별소용없는 사고의 독이 온몸으로 퍼진것인지도 모른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   신시아 라일런트/사계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적이 혹시 있나요?  너무 슬프고 가슴이 먹먹해, 살아 있다는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이런 느낌....


여섯 살에 고아가 된 서머는 길 잃은 양처럼 친척집들을 떠돌며 ‘항상 누군가 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신세였던 시절’ 친척집에 다니러 온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를 만나 부부의 작은 트레일러 집에서 함께 살게 됩니다. ‘작은 천사’ 서머를 데리고 온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는 늙고 몸도 건강하지 않고, 가진 것도 넉넉하지 않지만 ‘사랑’으로 서머를 키우죠.

이들의 행복은 메이 아줌마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길을 잃고 맙니다. 눈부시게 새하얀 영혼이 되어 천국으로 떠난 아줌마의 죽음을 너무나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오브 아저씨의 슬픔 앞에서 서머는 자신의 슬픔을 돌아볼 겨를이 없습니다. 이 서머와 오브 아저씨의 슬픔 사이 중재자 역할을 해 주는 괴짜 소년 클리터스가 나타나고 메이 아줌마 영혼과의 만남을 위해 세 사람은 함께 여행을 떠나지요. 그 길에서 사랑했던 사람은 함께했던 사람의 마음속에서 항상 같이 있음을 깨닫고 새로운 힘을 얻게 되어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책 속으로 들어가 볼게요.



메이 아줌마와 오브 아저씨가 서머를 데리고 온 집은 낡고 녹슨 트레일러로 마을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었어요.

한눈에 보아도 넉넉해 보이지 않은 메이아줌마의 살림살이였지만 서머는 트레일러 안에 들어서자 마자 어린 여자 아이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음을 한눈에 알아차렸다고 하네요.


서머는 메이 아줌마를 '아줌마는 오직 사랑밖에 없는 커다란 통 같았다.'라고 표현했어요.

이 표현이 제게는 뭉클하게 느껴지더군요. 처음 우리 딸 겨레가 태어나던 날, '온 맘을 다해 사랑해주리라'고 약속 했던 순간이 떠오르더군요. 내가 하려 했던 약속, 잘 지키고 있는 걸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겨레도 그걸 충분히 느끼고 있을까?




그 낡고 녹슨 트레일러 안에는 오브아저씨가 만든 수많은 바람개비가 있었는데 그 중에는 메이아줌마를 상징하는 메이라는 바람개비도 있었어요. 처음 서머는 그 바람개비를 보고 행복감을 느꼈었지요.

메이 아줌마가 돌아가시자 오브 아저씨는 이 바람개비들을 통해 아줌마를 느끼며 넘치는 그리움에 병이 들어갑니다.



오브 아저씨의 찢어진 가슴을 치유할 길을 찾지 못하면, 아저씨도 돌아 가시고 말것 같다. 아저씨마저 메이 아줌마 뒤를 좇아 떠나 버린다면,나는 저 바람개비들에 둘러싸인 채 혼자 남게 될 것이다.


자신도 상처를 받았지만 오브 아저씨가 받은 상처를 돌보느라 자신의 상처는 돌아보지 못하고 있는 서머의 마음이 안스러웠던 부분이예요.






오브 아저씨와 나는 마주 보며 웃었다. 큰 바람이 쏴아 불어와 모든 것을 자유롭게 날려주었다.


트레일러 집 밖으로 내 온 바람개비 중에는 메이바람개비도 있었습니다. 큰 바람에 쏴아 불어와 모든 것을 자유롭게 날려주는 장면을 끝으로 책은 마무리 됩니다. 어떤 서술적 표현이 아닌 이 그림을 끝으로 마무리 된다는 점이 독특했어요.

 
화려하고 현란한 문구 없이 열두 살 서머의 눈을 통해 시종일관 담담하게 풀어 나가는 절제된 문장은 작품의 성격을 잘 살려줍니다. 우리가 잘 안다고 여겨왔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어리둥절해지기 마련인 사랑과 그리움, 삶과 죽음, 슬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를 너무 눈에 띄는 감정 변화로, 또는 현란한 사건으로 풀어가지 않는 점이 맘에 들더군요.





핑크빛 책 표지로 다시 돌아가 볼까요?

커다랗게 그려진 바람개비, 그리운 메이 아줌마의 상징입니다. 트레일러 안에 갇혀 있던 바람개비는 찌든 슬픔을 안고, 큰 바람과 함께 자유롭게 날아갑니다. 

상처를 통해 치유를 받고 다시 더 큰 사랑을 품을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 치유가 사랑과 믿음을 온전하게 전해주었을 때 말이죠.

작가 신시아 라일런트는 어린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산골마을 폐광지역의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물질적으로 부족하고 궁핍한 가운데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고 해요. 그녀의 긍지와 자부심은 어린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책 '어릴 적 산골에서'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그리운 메이아줌마'로 1993년 뉴베리상을 수상했어요.










강물이 흘러가도록  제인 욜런 글, 바버러 쿠니 그림  /시공주니어


우리 모녀가 좋아하는 그림책 목록에는 어김없이 바버러 쿠니의 책들이 속해 있는데요. 바버러 쿠니의 책들은 처음 읽을 때도 낯설지 않고, 읽어도 읽어도 오랜 친구처럼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 입어서 편한 옷, 그런 느낌이라 설명하면 알맞을까요?


스위프트 강 골짜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샐리는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이 참 많습니다. 낸시랑 조지를 만나 학교에 함께 가던 마을길이며 소풍 도시락을 펼치고 놀이를 했던 윌 할아버지 무덤 앞 돌판, 밤이면 반짝이던 개똥벌레, 가을이면 수액을 받기 위해 양동이를 받쳐 놓았던 단풍나무……. 그렇게, 여섯 살 샐리에게 세상은 아주 편안해 보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대도시 보스턴의 가뭄 해결을 위해 샐리가 살던 마을을 가라앉히기로 합니다. 마을의 무덤을 옮기고, 추억 어린 나무, 집을 무너뜨리고 그리고 모두 어딘가로 이사를 가버립니다. 샐리가 살던 그 지역에 댐을 만들고 강물을 대, 마을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죠.

어른이 되어 쿼빈 저수지를 찾았지만 고향 마을의 옛 모습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속으로 사라져 간 것들을 떠올려 보려 애를 쓰는 샐리는 어린 날, 개똥벌레를 잡았을 때 “놔 주렴, 샐리 제인.”이라고 말씀하셨던 엄마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어린시절 추억 속 아련히 떠오르는 등교길...풍경





우리는 공원묘지에서

접는 칼 던지기 놀이를 하고,

윌 할아버지 무덤 앞 돌판에다 소풍 도시락을 펼쳤어요.



 



그러나 개발의 바람은 막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어 다시 퀴빈 저수지를 찾았을 때,

물 위에서 애써 상상해 보는 어린시절의 추억






그 때 물에 잠긴 세월 저편에서

날 부르는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놔주렴,셀리 제인."


 



이 이야기는 작가 제인욜런의 자전적 이야기를 책으로 펴 낸 것이라고 해요.

강요된 추억이나 그리움이 아닌 바버러 쿠니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절제되고, 간략화된 문체들과 또 잘 어우러진 그림은 누구에게나 있는 고향을 떠올리게 합니다.

없어 진 것, 가슴에 남아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들을 '놓아줌'으로써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먼저 소개한 '그리운 메이아줌마'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떤 그리움은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어떤 그리움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옛것, 흘러간 것들은 그것이 눈물이 나는 일이든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이든 모두 고마운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움은 가슴을 파고드는 칼날과도 같을 때가 있지만, 우리는 그리움으로 인해 현실을 더 잘 꾸려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겨레 13살 / 2010년 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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