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빠와 함께 북한산행...!!!
2주전만 해도 패딩을 입고다녔는데,
이번주부터 갑자기 더워지면서...
여름등산복을 입어야하나마나로 고민을 했다.
사계가 뚜렷한 우리나라에 이젠 겨울, 여름만 존재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봄 여어어어름 가을 겨어어어울 ?
탐방센터 입구에 쪼로록 줄세워 놓은 노오란 유치원생들의 가방...
그냥 미소 짓게 된다. ^_____^
북한산으로 소풍이라도 나온 걸까...^^
산으로 한참 올라가니 가방 주인공들이 눈에 띈다.
유치원 소풍인데 꽤 멀리까지 올라왔다 싶었는데,
지나치면서 보니 숲해설사 선생님들과 야외 수업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보기좋다. 이쁘다...
지천에 봄꽃들...
계절이 요상해 봄꽃도 나올까 말까 얼마나 고민했을까...
지난 가을 자연으로 돌아간 낙엽...
그리고 이 봄 연초록잎으로 갓 피어 오르는 새생명...둘이 이루어내는 묘한 조화
봄 산을 오른다.
정릉 탐방 지원센터에서 올라가 형제봉 능선 타고 대성문까지 갔다 내려오기로 했다.
북한산은 2010년 겨레 13살 때 주말마다 시간을 내서 둘레길을 돌긴 했지만
산으로 오르기는 처음이다.
물론 북한산 둘레길 코스중에도 산으로 오르는 코스가 있긴 했지만...
둘레길에 포함된 산은 그리 험한 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입부터 만만찮은 북한산...
오르막길에 땀을 뻘뻘 흘리다가도 조금은 수월한 오솔길을 만나면,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험한 오르막길 다음 이어지는
내리막길, 진창길, 오솔길, 팍팍한 돌길...
그 길이 우리 인생살이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
산이라 벚꽃도 늦게 핀 모양이다.
우리 동네 핀 벚꽃은 이제 다 날리고 흔적도 없는데...
겨레 발자취 따라, 산바람 따라 영화처럼 꿈결처럼 날리는 산 중 벚꽃 잎,
바위가 많다.
바위틈을 돌고 돌아...
산으로 오르는 길!
생각보다 바람이 없어서 땀을 엄청 흘렸다.
한시간 넘게 오르니 배꼽시계가 요란해 도시락을 꺼내 먹기로 했다.
김밥 두개 먹더니(두줄 아닌 달랑 두개) 겨레는 에너지바 먹겠단다.
김밥과는 영 쏘울이 맞지 않는다니...^^
엄마랑 아빠는 며칠동안 김밥만 먹고 지내라고 해도 잘 지낼 것 같은데...
김밥 먹고 일어난 자리에서 방긋 웃고 있던 보라빛 꽃...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겨레가 어린 시절 즐겨 불렀던 부른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동요가 절로 나온다.
북한산의 묘미였다고 할 수 있을까...
북한산 여러코스 중 우리가 갔던 코스가 험한 코스가 아니었음에도
중간중간 바위도 많고 낭떠러지도 있어 이렇게 줄을 잡고 내려왔다.
겨레와 내가 재미있다 싶게 내려갔으니 잠깐 줄을 잡긴 했지만 그리 험악하지는 않았다.
와~ 재밌다! 했을 정도...
4월 30일
- 고 은 -
저 서운산의 연둣빛 좀 보아라
이런 날
무슨 사랑이겠는가
이런 날
무슨 미움이겠는가
조금만 경사가 져도 덜덜 떨며 손 잡아달라고 징징거렸는데,
이젠 아빠 손 잡지 않고도 잘 내려온다.
지난번 새로 사준 등산화 덕일까, 겨레가 자란 것 때문일까...아님 둘다?
어느새 '스스로 청소년'이 되어 하루하루 자기 몫을 다해내는 딸아이 볼 때마다 신기하고 대견하다...
^^ 뭐, 산에서 보면 겨레보다 훨~~씬 어린 아이가
그냥 운동화만 신고도 잘 다니는 걸 여러번 보긴 했지만,
우리딸 기준으로 보면 많이 자랐다 싶은 생각...^^
아빠는 무릎 아프다고 내리막길에서 끙끙...
^^
겨레는 마치 스머프들이 파파스머프를 따라 가면서 부르는 노래
'랄랄라 랄랄라 랄라랄랄라~'라고 하는 듯...
한참을 올라와 한땀 식히며 풍경을 내려다 본다.
"와~ 우리가 저기서 올라온 거구나!"라며 신기해 하는 겨레 옆에서,
아빠...
"아, 그렇게 많이 올라왔는데 겨우 여기 밖에 못 왔구나! 사극에서 산길로 도망치는 건 다 뻥인가봐...아무리 가도 요것 밖에 못왔는데, 어떻게 말타고 추격하는 사람한테서 도망쳐?"
^^
햇살 아래 곳곳 봄 꽃들이 싱그럽게 피어났다.
아까 산 아래서 본 유치원생 아이들이 생각나는 빛깔이다.
무슨 용도로 나무를 바위 아래 쭈르륵 세워놨는지...
엄청나게 커다란 바위 아래를 지나가며...
좀 힘들다 싶은데 마침맞게 쇼파 모양을 한 바위가 나왔다.
아빠가 잠시 쉬었다 가자니 겨레는 그냥 서서 쉰단다.
바위에 벌레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먼지가 있어서 더럽기도 하고...
(깔끔병 우리 따님, 그 병은 아직도 여전하다.)
그렇게 서서 10여분을 쉬었다 가신 그 체력이 부럽네~
쉬어가는 길, 눈 앞 북한산 봉우리 하나,
연초록 잎으로 뒤덮힌 봄 산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하다 문득...
혹시나 싶어 물어보니, 겨레아빠도 힘든 모양이다.
봉우리까지 올라갈 생각은 아니라고,^^ - 간만에 부부일심동체
대성문 0.6km 를 남겨두고 나온 갈림길에서 갈등을 했다.
오늘의 목표인 대성문까지 갈것인가, 여기서 바로 정릉탐방지원센터로 내려갈 것인가...
아마 정릉탐방지원센터 표지판이 없었으면 그렇게 갈등을 하지않고 대성문까지 갔을텐데...
"대성문까지 한번 가봤잖아...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세사람 모두 찬성~ 또 간만에 셋이 의견 일치...! (^^)
^^
사실 여기부터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것을 보고 살짝 겁을 먹었는데,
나 말고 겨레아빠도, 겨레도 그랬던 모양이다...
이어지는 내리막길...
오르막은 올라가느라 힘들고, 내리막은 무릎이 아파 힘들고...어느것 하나 쉽지가 않네. 이제...
좁은 바위 틈 사이 길 지나고...
또 지나...
(북한산 정말 바위가 많다!)
ㅎㅎ 이런 상황이 되기도...했지만 우리딸 정말 씩씩하게 잘 따라간다.
정말 예전같았으면 갖은 엄살이 다 따라붙었을 터인데...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아빠 도움 한번,
뒤따라 가던 엄마도 아빠 도움 한번!
^^
"북한산, 코스 지루하지 않고 다이나믹해서 재밌네...!"
겨레와 겨레아빠와 겨레엄마 공감,
가족이 함께 하면 좋은 점은 이런 것이다.
힘들고 외로운 코스에서 서로에게 의지 할 수 있다는 것.
한방향을 바라보고 걸어가면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
이후에도 함께 나눌 추억거리가 생긴다는 점...
바위계단 때문에 무릎이 시리다 느낄 정도로 한참을 내려오니
코스 중간에 영취사라는 절이 나온다.
내려오던 등산객들이 모두 여기서 한번씩 쉬어가는듯...
여러개의 벤취마다 등산객들이다.
약차도 한잔 마시고 갈 수 있는 모양이다.
약차 물 끓이는 통에 써있는 문구
'약차를 받아가지 마세요.
먹고만 가세요
여러사람이 나누어 먹읍시다.'
영취사에서 한참을 앉아 쉬었다 다시 길을 나선다...
돌아가는 길이라 생각하니 우리딸은 발걸음이 더 가볍단다.
아직도 멀었나 싶을 정도로 한참을 내려오면서
( 인공적으로 깔아놓은 돌계단이 주는 고통이여! )
엄마 아빠 다리 아프다고 징징징 거리는 중에 우리 딸 어느샌가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딸바보 겨레아빠 허둥지둥 겨레에게 같이 가자 부르니
겨레는 저만치 가서 쉬고있다.
겨레에게 왜이렇게 서두르냐 물으니까 빨리 가서 놀려고 그런다고...(애는 애다! ^^)
이후부터는
쉬지 않고 가려는 겨레와
힘들다면서 조금만 쉬어가자는 징징대는 철부지 부모의 대결!
물고기떼가 제법 많았던 봄날의 북한산 계곡을 지나...
그렇게 한참을 더 내려오니...
우리가 올라갔던 곳과 다시 만난다.
안녕히 가십시오...
.
올라가는 입구에서 아이폰으로 시간 측정을 했다.
정확히 3시간 30분!
( 정신적인 시간은 6시간 쯤? )
보너스 사진 한장!
겨레 아빠가 아이폰으로 산중턱 쯤에서 찍었다며 보내준 우리 모녀 사진,
찍힌 기억이 전혀 없는 사진이다.
우리 둘이 이렇게 어색할 수가! ^^
우리 둘이 이런 사이 아닌데~~~ ^^
2012년 5월
겨레는 열다섯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