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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리움-서도호 개인전

by GoodMom 2012. 4. 23.

겨레가 한학기를 마치고, 며칠간의 방학을 갖겠단다...

방학을 갖겠다 해서 며칠 동안은 좀 더 여유롭겠다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깨고...늦은 아침을 먹고...등등의 내 달콤한 상상과는 달리(딸하고 나하고 영혼이 바뀐 듯...^^), 오히려 훨씬 더 규칙적인 생활( 겨레왈, '하루를 알차게 쓰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아침부터 겨레 따라 코엑스로 광화문으로...하루 일곱시간 이상 밖에서 보낸 강행군의 날들...

저녁 때 돌아온 겨레아빠,

"겨레야, 엄마 눈이 쑥 들어갔어. 엄마 살살 다뤄줘!"


방학 세째날, 리움에 가자고 했을 때는...정말 살짝 겁이났다. 젊은 청춘 겨레는 요즘 다이어트 한다면서 엄지손톱만한 초콜릿도 한조각 입에 안댄다. 물, 식사...그리고 하루종일 움직이기...그걸 따라 다니려니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엄만 힘드니까 틈틈히 먹어도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어린 딸 앞에서 낼름낼름 먹는 것도 미안해서, 함께 참아주자니 가끔씩 마른 하늘에 별이 뜨기도 한다는...^^


 


 

 비록 마른 하늘에 별이 보이기도 했지만, 겨레랑 보았던 전시 중에 유독 마음에 들었던 리움의 기획전시 서도호 '집속의 집'




  ■ 서도호-집속의 집


전시장소: 리움 미술관

전시기간:2012.3.22~6.3

관람시간:10:30~18:00 (월요일 휴관)

전시설명:평일 오전 11시, 오후 1시,3시

리움 미술관 홈페이지   http://leeum.samsungfoundation.org/







 리움은 입장료 제도가 조금 톡특하다.

상설전시는 일반 10000원 청소년, 경로우대,장애인 6000원이고

기획전시(서도호 집속의 집) 일반 7000원, 청소년 4000원인데

Day Pass로 끊으면 두가지 전시를 일반은 13000원에, 청소년은 8000원에 볼 수 있다.

예전에 Day Pass를 모르고 기획전시만 봤었는데 전시 구성물이 너무 없어서 잠깐 보고, 상설전시권을 다시 끊는 바람에 할인을 전혀 못받았던 적이 있다.

사실 가끔 리움에 갈 때 기획전시를 보면 실망스러웠던 경우도 여러번 있었는데...이번 서도호전은 상설전시 빼고 기획전시만 봐도 좋을 정도로 전시 내용이 좋았다. (그럼에도 겨레가 상설전도 다시 보고싶다 하여...그냥 Day Pass권을 끊고 기획전과 상설전 두가지 모두를 관람 했다.)





 입장권을 끊고 들어서면 독특한 소재로 만들어진 한옥 구조물들이 눈에 띈다. 반투명한 천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한옥들...




 505x827cm 크기의 작품명 <북쪽 벽>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작은 벽돌 하나하나 투명 천으로 모두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서도호라는 작가는 서울대학교 동양화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고 예일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 속에 한옥, 그리고 수묵화 같은 느낌이 살아있는 것은 대학에서의 전공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중에 떠 있는 형태의 <서울집/서울집>

작가는 어린시설 한옥양식으로 지은 한옥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1층 갤러리에는 올과 올이 겹쳐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반투명한 푸른빛 천인 은조사를 재단하고 바느질해 만든 어린시절의 한옥집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었다.





아래쪽에서 올려다 본 모습, 한옥의 빗살무늬 하나 하나까지 섬세하게 천으로 재현된 모습...

오~ 이렇게 천으로 만들어진 한옥을 보니 그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어진 장소를 떠날 수 없는 일반적인 집과 달리 작가가 만든 작품 속 집은 전시되는 공간을 따라 계속 이동 하면서 여행을 하게 된다고 한다.

한옥 집 외에 작가가 직접 살았던 뉴욕의 집은 실물크기로 만들어져 내부관람을 할 수 있었는데, 내부 작은 소품 하나하나 모두 섬세하게 천으로 만들어져 있어 그것 또한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이었다.(내부 촬영 금지라 사진을 못찍음)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들어진 엄청난 크기의 작품 <청사진>


콘크리트 소재의 전시 공간에 비교되어 더욱 부드럽고 가벼워 보이는 느낌....

작가는 자신이 거쳐 온 집들을 '은조사'나 '폴리에스테르'등 얇은 천을 이용해 집 곳곳에 옷을 입힌 후, 다시 이것을 벗겨 집 모양을 그대로 떠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옷과 집이 가지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용한 작품이라고 할까...

- 옷을 짓는다.

- 집을 짓는다.

'짓는다'라는 개념 아래 오랜 시간 공 들이고 정성을 들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옷과 집

소재나 발상이 그간 미술전에서 보았던 작품들과는 확연히 달라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전시였다.





베를린 집 복도의 소품을 모아 천으로 만든 작품











 역시 같은 소재로 섬세하게 만들어진 전구들...






 1층 거대한 작품들을 보고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조금 아쉬웠다고 해야 할까...겨레가 불만을 늘어놓았던 점...

작품이 천으로 제작 되어있어 소지품을 가지고 입장 할 수 없다고해서 보관소에 맡기고 들어온 것 까지는 이해가 되었지만 갤러리 곳곳에 안내요원들이 굉장히 많이 서있었는데, 관람객들에게 지나치다 싶게 주의를 주고 있어, 전시물 관람이 편하지 못했다는 점이랄까...(괜히 주눅듬...^^)

관람의 쾌적화를 위한 조치일 수도 있겠는데, 어찌보면 감시 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입장할 때 입구에 놓인 전시 팜플렛을 집었더니 그 때도 소리를 치면서 다가와

"전시를 다 관람하신 후 나가면서 가져가세요."한다.



팜플렛을 여기저기 두고 가버리는 일부 관람객들 때문에 그러는가 싶긴 했지만 팜플렛 보면서 전시를 보고싶었던 겨레가 뻘쭘해 했다. ^^




 2층에서 아기자기한 전시물들...표본이라는 이 작품은 실물 크기와 똑같이 생긴 아주 작은 비율로 만들어진 표본작품이 옆에 놓여있었다.





<문>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앞서 말한 소재의 천으로 만든 문 작품 주변을 배경천에 비디오 모니터를 통해 풍경을 바꿔 상영해주고 있었는데 이 또한 우리의 문과 배경이 바뀌는 소재를 사용해 신선한 느낌이었다.(동영상 촬영이 안된다 하여 아쉽게 사진만...)





2층 전시물들중 겨레의 공감을 가장 많이 샀던 작품 <별똥별>


축소된 집 모양의 작품에 한옥 한채가 낙하산을 매단채 마치 별똥별처럼 날아와 박힌 듯 표현된 작품...





 <별똥별>의 앞부분...


섬세하게 만들어진 한칸 한칸 실제 모형의 구조물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별똥별처럼 한옥이 날아든 오른쪽 공간들은 모든 것이 박살이 나버렸다...



 


 <별똥별> 한칸 한칸 찍은 사진...





겨레가 좋아했던 침실...^^





 한옥이 날아와 박혀 폐허가 된 집의 일부...





 처음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설명을 보지 않은 채 겨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학을 떠난 작가 자신이 외국에서 느꼈던 점을 <별똥별>을 통해 표현한 것이 아닐까 라고 말했는데...그럴싸하다 싶었다.

전시를 다 보고 난 후,  확인해 보니 겨레 예상이 맞았다.

작가는 미국 유학시절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감정을 한옥이 미국 집에 떨어져 부딪친 형태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그림으로 표현된 <별똥별>


누구나 타지에서 느낄 법했던 감정을 어쩜 이런 식으로 표현 할 수 있을까...

새롭게 안착된 공간에서 누구나 한번쯤을 느꼈을 법한 감정을 집이라는 매개체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던 작품이었다.



모든 것이 내 집이면서 그 어느 곳도 내 집이 아니다.

미국으로 가기 위해 한국을 떠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경험이었다. 집을 떠나는 경험이야말로 내가 처음으로 집이라는 것 그 자체의 개념에 대해 생각하고 인식하게 해주었다. 따라서 집은 내가 그것을 더는 갖고 있지 않게 되었을 때에서야 존재하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집은 대체 어디에, 그리고 언제 존재하는가? 한편으로는, 나는 한국에 있는 집에서 자랐을 때 집에 대해 절대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것은 나에게 어떠한 인식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육체적으로 볼 때는 집에 살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곳에 실제로 있었던 것일까? 다른 한편, 한국을 떠난 뒤 집은 내게 하나의 관심사로 존재하기 시작했고, 나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그 안에 사는 것처럼 혹은 그것이 내 안에 사는 것처럼 점점 더 심하게 말이다. 누군가 말한 바와 같이, 모든 곳이 내집이면서 그 어느곳도 내 집이 아니다. 끊임 없이 돌아다니며 문화들 사이를 오가기에,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싶다.



 

 리움 입구 로비에 설치된 <카르마>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작품과 함께 리움 미술관의 독특한 구조가 올려다 보여진다.




 기획 전시 마치고 상설 전시를 보기 위해 4층에 올라갔다가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찍은 사진...

겨레에게 저 중간에서 얼굴을 내밀어 보라니, 얼굴 말고 손말 내밀어 손 협찬을 해주었다지...^^





 미술관 바깥 나들이까지 겸했다...

리움에 올 때마다 날씨가 그리 좋지 못했는데, 이번 나들이엔 살랑살랑 봄바람에 기분이 좋다.

더불어 파란 하늘도 작품인 봄 날...

미국의 여성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작품 ' 마망'(어머니),

몇번을 볼 때만 해도 몰랐는데 겨레가 이번 전시 가기 전에 여기 거미 두마리가 엄마거미와 아기 거미라면서 엄마 거미는 알을 품고 있다고 한다.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작품 '마망'

오, 정말 엄마 거미는 알을 품고 있다. 몇번을 가보았는데 겨레말을 듣고 이번에야 확인...

작가에게는 너무나 소중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관련이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리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나라에 연작된 것이라고 한다. 영국, 스페인, 캐나다 일본


겨레와 홈스쿨링 하면서 가장 많이 본 것 하면 미술전이 아닐까 싶다.

틈나면 운동 삼아 나가는 곳이 미술관이니까...

한번씩 기분 전환하면서 신선함을 얻는 그 곳, 미술관...


어제보다 더 나아진 내가 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냥 왠지...그랬다 !






추가 내용

Day Pass권을 끊었기 때문인지 행사 기간이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리움에서 이번 전시회 입장권을 끊으니 미술관 PLATEAU '유행가-엘리제를 위하여' 전시입장권을 두장 주었다.( 일반 3000원, 청소년 2000원권)

 미술관 PLATEAU는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 어딘가 하고 나중에 찾아가보니 예전 겨레 여섯살 무렵 로뎅갤러리라고 찾아가 보았던 곳이다.(시청 앞) 로뎅 작품들이 있어서 초기 그런 이름을 붙였다가 재개관 하면서 '미술관 PLATEAU'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배영환 작가의 유행가-엘리제를 위하여 전시 중 <바보들의 배>


 우리가 미술관 PLATEAU를 다시 찾았던 날엔 도슨트 설명 시간과 딱 맞아 도슨트 설명을 들으면서 전시 관람을 했는데, 이 전시 또한...아주 기억에 남는다.




<불면증>


잠들지 않는 서울의 풍경을 담고 있는 작품 <불면증>은 멀리서 보면 멋진 샹들리에지만 가까이서 보면 깨진 술병들의 파편으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영화 하녀에 전도연과 함께 나왔었다고 한다.




■미술관 PLATEAU 홈페이지: http://www.plateau.or.kr/html/index.asp





2012.4

겨레는 열다섯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