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속에서

100일 !

by GoodMom 2011. 4. 7.

 

고기반찬 없이 채식으로만 버틴지 100일이 지났네요.

지난 크리스마스부터 시작했으니까, 4월 3일자로 백일을 넘겼답니다. 단군의 어머니 웅녀도 마늘만 먹으며 버텨 인간이 되었다는 100일...^^

최근에 기사를 보니 가수 이효리씨도 채식주의자, 미스코리아 이하늬씨도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올 구제역 파동으로 육식을 포기하고(그간의 사육방식등의 비윤리성등을 이유로) 채식주의자로 거듭나신 분들도 많다 하시던데, 저의 경우...그렇게까지 고차원적이지는 않구요.

건강상 문제가 좀 있었어요.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결혼전에도 가끔씩 탈이 나곤 했는데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서 지난 가을부터는 음식에 손을 못 댈 정도로, 장컨디션이...엉망이었어요.

 

한번은 감자튀김 몇조각 먹고 몇 시간을 배앓이를 심하게 하면서 힘들어 하다 겨레에게

"엄만 다음 생에서는 조금 더 못생겨도 좋고, 조금 더 머리 나빠도 좋으니까 장이 튼튼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 라고 했더니

"그럼 너무 최악 아닌가! 현재 보다 머리가 더 나쁘고 더 못생기면..."라고 우리딸 받아쳐서 아픈 중에도 둘이 깔깔대고 웃었답니다.

그간 장건강을 챙긴다면서, 꾸준히 병원 치료도 받고, 장전문 한의원도 다니고 유산균 요구르트도 꼬박꼬박 챙겨마시고, 유산균약도 꾸준히 먹어줬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효과가 점점 더뎌지고 무뎌지기 시작하더니 지난 가을부터는 어떤 약도 듣지를 않더군요.

 

이런저런 걱정에 걱정...을 하던중에 지인의 소개로 체질 판별을 받을 수 있는 한의원에 가서 진단을 받게 되었는데요. 체질판별 결과 제가 육식이 맞지 않는 체질이라 판별을 받았답니다.

채소 위주로 먹되, 단백질은 바다 생선으로 보충...그것도 기름기는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조리

이른바 '가난한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처음 이 체질식을 시작할 때는...내가, 다른 사람도 아닌 육식으로 다져진 내가 고기 안먹고 살 수 있을까 했었는데요...

고기 빼고는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정해지고, 그건 맘껏 먹어도(그래야 풀들이지만...ㅠㅠ)되니까 오히려 음식 먹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지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사실 체질식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그간 별별 치료를 다 해왔는데, 이게...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심도 많이 들었답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겨레아빤 저와 완전 정반대 체질이라...

육식을 해야 소화가 잘 되는...체질이라네요.^^ 비극이 따로 없죠.

육식을 해야하는 남편과 겨레를 위한 치킨과(우리동네 유명한 치킨입니다.) 저를 위한 비빔밥이어요.

저는 도발적인 냄새를 풍기는 저 치킨살을 겨레를 위해 발라주면서도 유혹에 빠지지 않을만큼 채식주의자로 잘 지내고 있답니다. 

 가끔 고기를 구우면서도 한점 입에도 안대는 나를 보고, 제가 놀라기도 해요.(와, 독하다!!!)

돌아가진 친정 할머니는 어린 시절 저를 '고기 호랭이'라 부르셨어요. 고기를 너무 좋아한다구요.

 크면 꼭 푸줏간집 아들한테 시집 보내야 한다고 놀리곤 하셨는데...그 고기호랭이가 풀뜯는 호랭이로 변했네요.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고기 안먹는다고 많이 속 상해 하셨을 것 같네요.

 

고기 없이 100일을 지내니, 그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장건강은 회복이 되었는데(내 장도 원래는 이렇게 튼튼했었구나...!), 체질식 초기에 살이 무섭도록 빠져서, 밤 늦게 한양푼씩 밥을 비벼먹고 자도, 저체중 상태가 지속되고 있네요.  병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빠지지 않고 유지 되는 시기가 올거라 하더니 , 두달 넘게 계속 빠지기만 했던 살이  최근에는 더 빠지지 않고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답니다.

 

삶이라는 것이 이렇게 아이러니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평생을 좋아했던 음식이 내 건강에는 그렇게 치명적이었다는 것,

나잇살 찐다고 고민하면서 운동 다녔던 시절이 있는가 하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좀 몸무게를 늘릴까 하고 고민을 하고 있고...

 

건강이 행복입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세상 모든 엄마는 건강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