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홈스쿨링 하면서 제일 아쉬운게 뭔지 알아?"
"뭔데?"
하고 물었더니 딸내미 의외의 대답을 하네요.
생전 아프지 않아서, 아팠을 때 엄마 아빠에게 받았던 관심...
그것 좀 한번 누려봤으면 좋겠다나...
엄마 아빠한테 달랑 너 하나고,
그 관심 한몸에 받고 있으면서도 또다른 관심이 필요하냐 물었더니,
아파서 엄마 아빠가 딱해하는 거...그런 종류의 관심을 받고 싶다네요...
또래집단에서 묻어 올 수 있는 각종 바이러스가 차단 되었기 때문일지...
홈스쿨링 시작한 2년간...크게 아파본 적이 없었는데요.
웬일인지 지난 12월 초 ,
목감기를 시작으로 그렁그렁 목상태가 안좋더니,
결국은 심한 기침 감기로 이어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웬만하면 자연치유 되도록
아프면 그저 푹 쉬게 두는 편인 저도,
기침 때문에 제대로 잠을 못자는 겨레를 그냥 둘 수가 없어 병원에 보냈지요.
겨레 병원 갈 때 따라 들어가 담당 의사에게 아이 증상을 설명했던 것이 대체 언제였더라...
가물가물...
"엄마, 여기 있어. 내가 혼자 진찰 받고 나올게!"라며
혼자 진료실로 들어가는 딸내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시원섭섭한 마음이 이런 것일까요?
어쩌면 아이는 이토록 빨랑빨랑 자라버리는 것인지...!
그렇게 이틀치 약을 먹고 기침 감기는 마무리 되는 줄 알았습니다.
2012년 12월 30일 일요일 새벽...
물 마시러 나가는 듯한 딸내미 기척...
다시 방으로 들어와 내 옆자리에 눕는가 싶었는데,
잠시후 급하게 후다닥 뛰어 나가는 느낌에...
비몽사몽...신경을 집중하고 보니, 화장실에서 구토 하는 소리...겨레아빠 달려가는 소리...
놀라서 나가 보니 겨레가 구토를 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 앉아있습니다...
밤새 속이 울렁거리고 오한이 나 한숨도 못잤답니다.
"엄마 깨우지. 밤새 혼자 그러고 있었어?"
"엄마도 어제 토하고 아팠잖아. 아픈 엄마 자는데 나 아프다고 깨우기가..."
참 많이도 컸네요.
그 긴 밤...홀로 아팠을 딸내미 생각에 가슴 찡하지만
엄마가 아팠기 때문에 깨우기 그랬다는 말에,
이제는 대체 누가 누구를 키우는건가 싶기도 합니다.
난 어제 아프다고 엄청나게 겨레에게 징징거렸는데...
그렇게 열다섯살의 12월 마지막 일요일을
온종일 겨레는 아무 것도 입에 대지 못하고,
오한이 나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벌벌 떨거나,
열에 들떠 정신을 못차리고 자거나...하면서 보냈고
12월 31일엔
심한 장염증세까지 더해져 아침부터 병원을 찾았습니다.
장염에 감기까지 겹쳐서 물도 제대로 못마시는 탓에...
병원에서 영양제 맞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꼬박 이틀을 더 앓고...
여전히 죽도 제대로 못먹고 유난히 땡그래진 눈만 간신히 뜨고 있습니다.
"열여섯살 되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아? 이것도 다 성장통이야!"하고 농담을 던졌지만...
가슴 철렁했던 생각하면...
아파서 받고 싶었다는 관심, 2년동안 것 모두 합친 듯...
넘치게 받은 2012년 12월의 마지막 날들이었습니다.
딸,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아픈 관심 말고, 넘치는 사랑만 잔뜩 받는 2013년 되어라...
사랑한다, 우리 딸!
얼른 회복해서 엄마랑 책도 보러 가고, 영화도 보러가고...쇼핑도 나가고...
놀러 나가야지!
너랑 놀러 나갈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우릴 부르고 있다!!!
+)눈치 사진 두장!
삐쩍 마른 팔에 아무리 고무줄로 묶고 찰싹찰싹 때려도 혈관이 나타나지 않아,
간호사가 간호사를 부르고, 난리가 났던 겨레의 링거 맞기 대작전...
들어오는 간호사마다
"아니, 어쩜 팔이며 손등에 이렇게까지 혈관이 보이지 않을까?"
끝까지 겨레의 혈관은 고집을 부리며(?) 나타나지 않았고
숙련된 간호사가 대략의 위치를 가늠해서 바늘을 찔러 넣었다는...
지금도 떨리는 그 순간....
겨레야, 넌 다시는 이런거 맞을 일 없게, 정말 건강하게 살아야 할것 같다! ^^
사진을 찍는다고 겨레가 눈치를 주었지만,
워낙 건강하게 자란 탓에 병원 가는 일도 드물었던 딸...
혹시나 훗날 이 사진 보면서 추억할 일이 있을까 싶어...
겨레가 지쳐 잠이 든 순간, 엄마는 한 컷을 노렸다.!
2013. 1.3
겨레는 열여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