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시간,
엄마 방 침대에 앉아
뭔가를 뒤적이며 꼼지락 꼼지락 거리고 있는 딸,
뭘하고 있나 들여다 봤더니...
.
.
.
.
.
열심히 받은편지함을 정리 하고 있는 중 !
그런데...
딸내미 팔꿈치에서 뭔가 반짝!
.
.
.
.
.
가까이서 보니
딸내미 팔꿈치에 난 구멍 세개가 나를 빤히 보고 있고 있네요...
팔꿈치 구멍과 눈이 마주치자 웃음이 납니다.
.
.
.
ㅎㅎㅎ
"안녕!"하고 인사해주고 싶을만큼 묘하게 표정이 있는 팔꿈치 구멍!
그 구멍을 웃는 눈으로 보고 있다가
여전히 받은 편지함 정리를 하고 있는 딸에게,
"겨레야, 이 옷 여기 구멍 난거 몰랐었어? 세개나 났는데?" 하고 물어보니,
그제야 "어디?어디?" 하고 옷 여기저기를 훑어봅니다.
몰랐답니다...
갈아입으라고 하니, 혹여나 엄마가 버릴까 눈치를 챘는지...
"엄마, 내가 이 옷 갈아 입어도 절대 버리면 안돼 !
이거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옷인데... 5학년 때 지리산 갈 때 입었던 셔츠잖아."
5학년?
크하,
저 얇은 옷을 대체 몇년이나 입은거야?
맨날 엄마 보고 짠순이라더니...너는 더 무섭다,뭐!
하루 온 종일 엎드렸다 일어났다 뭔가를 꼼지락대는 겨레가 집에서 입는 옷들은
대부분 팔꿈치 구멍으로 생을 마감했다지요.
일곱살 때 사주었던 이 요정그림 실내복도 양쪽 팔꿈치가 뻥! 뚫리고 말았는데
너무 못잊어해서 이렇게 어설프게 수선을 해서 입혔어요.
한번은 겨레 외할아버지가 수선해 입힌 겨레 팔꿈치를 한참을 들여다 보시더니
"요즘에도 옷 기워입히는 애들이 있니?" 하셨었답니다...
그 마음 변치않고 자기에게 소속된 모든 것들을 열심히 사랑하고 아끼며 커가고 있는 딸...
그 마음이 언제나 소중하고 고맙기만 할 뿐입니다.
며칠 전 오래된 사진 정리를 하다 발견한 겨레 다섯살 때 사진입니다.
저러고 엎드려서 왼손으로 신문에 낙서를 하고 있는데...
제가 위 사진과 같이 찍어 놓은 사진을 보고 한참 웃었답니다.
저렇게 엎드려...신문에 글자를 따라 그리고 있었던 거였어요...
^^
하루종일 뭔가를 찾아 꼬물꼬물 대느라
혼자 크면서도 한번도 심심하다는 소릴 한적 없는 딸...
그리고 여전히
꼬물꼬물
꼼지락꼼지락
매일매일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홈스쿨링 열다섯살 딸...
그 딸아이에게 엄마는 오늘도 배웁니다.
2012.10.23
겨레는 열다섯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