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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성장기' 그 특별한 순간의 이야기, 피그맨

by GoodMom 2012. 4. 3.

피그맨 ( The Pigman )   폴진델 장편소설/정회성 옮김/ 비룡소



교와 집 어느 한곳에도 마음 둘 곳 없는 사춘기 소년 소녀 존과 로레인,

이 두사람이 '비망록'이라는 교환일기를  통해,  피그맨을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청소년용 성장소설입니다.



 

양철 깡통에 찰흙 한덩이를 넣고 양초를 꽂아 학교 화장실에 폭탄을 설치해 '화장실 폭파범'으로 불리게 된 존의 고백으로 시작하는 책 첫머리부터, 매점에서 파는 영양가 없는 시들시들한 사과를 사다 건성건성 수업을 하는 대리교사 수업 시간에 교실바닥에 굴려 들소들이 질주하는 소리로 들리게 하는 등 존이 학교에서 벌이는 각종 사고나 장난을 다룬 부분은 꽤나 재미가 있습니다. 겨레도 이 부분이 우습다고 읽기 시작한 책이거든요.

'아, 이 나이때는 이게 뭐라고, 그렇게 재밌었을까...'하면서도 공감하는 장난거리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존과 가장 친한 친구인 로레인은 나름 바른생활 소녀인지라 존의 이런 부분을 꽤나 못마땅하게 생각하죠. 특히 둘이 번갈아 쓰는 비망록에서만큼은 욕을 쓰지 말라는 로레인 때문에 존은 욕을 쓰고 싶을 때는 '@#$%'로 대신하라는 타협안을 제시 받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존의 생각이 참 재밌습니다.

'이것도 그다지 나쁜 생각은 아니다. @#$%라고 하면 상상의 여지가 있어서, 사람들 대부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쁜말을 떠올릴 테니까 말이다.'

각종 장난을 치며 심드렁한 학교 생활을 해가던 존과 로레인 그리고 학교 친구인 노튼, 데니스는 어느날 '전화 마라톤 게임'을 하기로 하는데요. 이 전화 마라톤 게임은 전화번호에서 아무 번호나 고른 후 상대와 가장 오랫동안 통화 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었어요.

"지금 댁의 냉장고가 잘 돌아가고 있습니까?"

"그런데요."

"그럼 어서가서 세워." 따위의 장난 전화 마라톤 게임을 하던중, 로레인의 차례에서 우연히 통화를 하게 된 안젤로 피그나티씨...


내가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기 위해 헛기침을 하는 동안, 수화기 너머로 명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아, 안젤로 피그나티씨세요?"

"네, 그렇습니다."


자선단체에서 전화를 한 것으로 속여 피그나티씨와 긴 통화를 하게 되었고, 실제로 자선모금을 하기 위해 거짓으로 피그나티씨의 집을 방문하게 된 존과 로레인은 나이 차를 뛰어 넘어 피그나티씨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철철 넘쳐났던 노년의 피그나티씨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어버린 아내를 그리워 하면서 하루하루 견뎌내고 있었고, 가정에서의 소통의 불화로 괴로움을 겪고 있던 존과 로레인은 거짓말로 시작한 만남에서 피그나티(=피그맨)씨에게 호감을 가지면서 피그맨의 집과 동물원 산책을 다니면서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며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만...


심장발작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하게 된 피그맨이 준 집 열쇠를 들고 피그맨의 집에서 친구들을 초대해 술파티를 연 두사람은 결국 집을 엉망으로 만들고 경찰까지 출동하면서 파티가 끝이 납니다. 사과의 뜻으로 존과 로레인은 피그맨이 좋아하는 동물원에 함께 갔다가 아내의 죽음 이후, 자신의 상처를 달랬던 동물원에서 가장 친한 친구 비비 원숭이 보보의 죽음 소식을 듣고 다시 피그맨이 다시 심장발작을 일으켜 갑작스러움 죽음을 맞이하며 끝을 맺습니다.


웃음으로 시작한 책이, 어...어? 어! 라는 느낌으로 끝나는 피그맨...이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요?

소속감을 잃어버린 십대 아이와 고독에 몸부림 치는 어른이 키워간 특별한 우정올 통해 이 책은 우리의 삶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냉정하게 이야기 해줍니다.


우리 인생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피그맨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서 우리 귀에 대고 속삭였다. 비비도 스스로 제 집을 짓는다고...


이것이 피그맨의 마무리 구절입니다.



학교와 세상만사 모든 것이 싫은 존이 선물거래소에서 일하며 돈버는 일을 하기를 원하는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제 자신이 누군지 알아낼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아버지"

아버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셨다고 생각해 감동을 받았던 것도 잠시 존의 아버지는 이렇게 답을 해주시죠.

"흥! 그냥 나 자신이고 싶다? 독자적인 삶? 웃기고 있네! 머리나 깎아라, 이 녀석아! 양아치같은 꼴로 돌아다니지 말고."


존의 집에서는 모든 행동에 반드시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저 재미로 하는 일이나 엉뚱한 행동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늘 집에서 '너 때문에~' '존 너 때문에~' '~하지 말란 말이야.' "~힘들어' '~ 괴로워'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살지요.


반면 작가지망생의 꿈을 가지고 있는 로레인은 아버지의 외도로 이혼을하면서 타인을 믿지 못하는 싱글맘인 엄마의 혹평으로 늘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있고, 일에지친 엄마의 넋두리와 빈정거림에 지쳐가며 살고 있습니다. 

이 둘 앞에 나타난 피그맨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존, 뭐든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요. 그저 편안하게 생각하라고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냉장고에서 얼마든지 꺼내 드세요. 저는 당신이 자기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게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정작 집에서는 느끼지 못한 편한함을 방황하는 두 청춘 존과 로레인은 장난으로 만난 피그맨의 집에서 느끼게 되죠.



소속된 것이 못견디게 싫은 두 아이와 소속 된 곳이 없어 지독하게 외롭기만 한 어른의 만남...

'소외'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세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고독을 즐길 줄 알지만 교류가 없으면 못견디게 우울해 하는 인간의 심리를 존과 로레인이 번갈아 쓰는 비망록이라는 형식을 빌어 사건에 대한 균형있는 시각을 제시하며 소설속에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내 소설은 어린 시절에 실제로 겪었던 특별한 순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라고 말하는 작가 폴진델은(1936~2003) 50여편에 이르는 소설과 희곡, 에세이를 발표한 미국에서 유명한 작가라고 합니다. '감마선은 달무늬 얼룩진 금잔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라는 희곡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구요. 이어 발표한 '피그맨'을 통해 각종 상을 수상하면서 이 책은 반세기 동안 미국 청소년 소설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고 하네요.

피그맨은 호밀밭의 파수꾼, 초콜릿 전쟁과 함께 미국 청소년 문학의 최대 문제작으로 거론 된다고 합니다. 




저는 피그맨을 읽으면서 같은 성장소설로 아래 두권의 책이 생각났어요.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김재천 옮김/소담출판사


주인공 콜필드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까지의 48시간 겪었던 혼란스러운 감정과 사건들을 성찰과 자기 고백식 독백 형식으로 엮어나가는 샐린저가 쓴 호밀밭의 파수꾼은 현대문학의 고전으로 불리는 책이기도 하지요.


난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놓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나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데미안   헤르만 헤세/전영애 옮김/민음사



감성이 풍부한 주인공 싱클레어가 자신의 내면에서 대립되는 선과 악의 갈등으로 인해 위태위태한 방황을 하면서 데미안이라는 수수께끼 소년을 만나 참된 자아를 찾아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세밀하고 유려한 문체로 그려낸 데미안.

2차대전 당시, 독일 병사 배낭 속에 한권씩은 꼭 들어있는 책이 바로 이 책 '데미안'이었다고 하네요. 이 책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맞먹는 파문을 일으키며 뜻밖의 성공을 거둔 책으로 20세기 출간된 가장 탁월한 성장 소설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헤세는 이 책을 발표할 당시 자신의 초기 작품들에 비해 갑자기 달라진 저작 스타일이 가져올 파문을 감안해서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을 사용해 발표를 했지만, 비평가의 문체 분석에 의해 작가가 헤세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하네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라크사스다.




데미안이 출간 된 해는 1919년,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2년 출간 되었습니다. 그리고 피그맨은 1968년 출간 되었구요.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데미안이나 호밀밭의 파수꾼은 제가 몸살을 앓았던 것처럼 작가의 정신세계나 글의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았구요. 피그맨의 경우는 그보다는 조금 더 쉽고 가볍게,때론 낄낄거리면서 읽었습니다. 

세 작품 사이에도 출간 시간차가 나고, 또 세권 중 가장 나중에 출간된 피그맨과 지금의 시점이 거의 44년이나 차이가 나지만 청소년기 아이들의 의식이나 생각, 행동들은 시대를 초월해 비슷하고 또 공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저도 지나온 과정이고, 제 아이도 지나는 과정이고...그리고 1919년 사람들도, 50년대 사람들도 60년대 사람들도 그랬다는 것...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모두에게 같은 울림과 느낌으로 다가 온다는 것, 문학적 공감입니다.

 



 ▶ 책과 함께 보면 괜찮은 영화



Stand By Me

감독: 롭 라이너  /1986년 개봉

출연: 윌 휘튼, 리버 피닉스, 코리 펠드만, 제리 오코넬


문학적 재능을 가진 고디와 알콜 중독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약간은 탈선의 길을 가려하는 크리스, 전쟁 영웅 아버지를 자랑스러워 하는 테디, 착하고 상냥한 벤, 단짝친구인 네명의 소년이 호기심과 모험심을 따라 행방불명된 소년의 시체를 찾아 마을 밖으로의 이틀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인구 1281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 전세계와 같았던 시절...

마을의 영웅이 되기 위해 시체를 찾아 떠난 단짝 친구들과 떠난 여행에서 겪는 갖가지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공감을 얻어내기도 합니다. 이들이 여행에서 돌아올 때 아이들이 하는 독백은 가슴을 찡하게 하지요.

돌아오면서 우린 많은 생각을 했지만, 말은 거의 하지 않았다. 우린 밤새 걸어서 일요일 새벽에 캐슬락에 도착했다. 단지 이틀동안 나갔다 왔는데, 마을이 달라진 것 같았다. 전보다 작게 느껴졌다.


 주인공 소년들이 담배를 피고, 총을 드는 장면이 있어...국내에서는 청소년관람 불가 판정(해외에서는 17세 미만은 성인 보호자 동반요망 등급)을 받은 모양인데, 부모님과 함께 본다면 괜찮을 것 같네요. 저희 가족 모두 재밌게(겨레가 인상깊게,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 본 영화라 추천해 드립니다.




20112.4.3

겨레는 열다섯살

 

 

 

+)추가 (2012.9.22)

 

 

 피그맨 시리즈는 2편 'Pigman's Legacy'로 2편까지 나와있어요.

 Legacy가 유산이란 뜻이니 'Pigman's Legacy'은 '피그맨의 유산'이라고 하면 될까요?

 

우리나라에는 아직 2편은 번역 되어 나오지 않았어요. 겨레가 피그맨을 워낙 재밌게 읽었던터라  2편은 그냥 원서로 구입해서 읽었는데요. 대부분 속편이 전편보다 재밌기는 힘든데...피그맨 시리즈는 2편도 재밌었다고 하네요. ^^

 

'피그맨 덕후로서 금방 읽어버렸다'는 감상평과 공감이 갔던 문장들을 쓴 겨레의 독서노트입니다. 존과 로레인이 1편에 비해 어른들을 대하는 태도가 확 능숙해져있었음을 느꼈다고 해요...

두작품 모두 너무 재밌게 읽었던 터라 폴진델의 다른 작품도 한번 찾아 볼 계획이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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