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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하동 겨울 여행기(1)

by GoodMom 2012. 3. 7.


주중 1박2일 여행은 오랜만인것 같다.

맑고 건조한 겨울 날씨, 하동으로 떠날 계획이다.



여행은 셀레임을 가득 품은 길에서부터 시작된다.





한참을 달리다 조용~해서 돌아보니, 겨레는 아빠 점퍼 모자를 얼굴에 뒤집어 쓰고 코~ 잠들어 버렸다...

겨레야~ 빨간 코트 자락 안보였음, 엄만 하나뿐인 내 딸 없어졌다고 놀랄뻔 했다!

우린 길을 가다 지치면 휴게소 가장자리에 차를 세워 10분간 단잠을 자고 다시 달리고, 그러다 지치면 또 세워놓고 단잠을 자다 달리곤 하는데, 난 그게 진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별게 다 좋은...)




하동 지나 남해로 들어섰을 때, 깜짝 놀랄만한 풍경 하나...

좌우로 맞잡은 듯 서있는 벚꽃나무,  아련하게 펼쳐지는 겨울 앙상한 가지의 벚꽃나무 길...




왼쪽 운전석 쪽으로 펼쳐지는 남해바다 다도해 풍경...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물결치듯 흘러내릴 듯 다랭이 논풍경...

앞으로는 벚꽃나무 가지가 손을 맞잡고 우리가 지나가는 길을 아늑한 터널처럼 만들어 주고 있었고, 오른 쪽은 작은 섬들이 모여있는 바다, 왼쪽은 구불구불 물결같은 다랭이논...

연신 나는 왼쪽 오른 쪽 앞쪽을 두리번 거리면서 "꺄아악~ 까아악!"





네비게이션에 표현된 우리가 지나는 길...^^까지 확인해 가면서 낭만적이라고, 아름답다고 난리를 쳤다.

사춘기 시절이 가장 감성이 말랑말랑할 것 같지만, 내가 살아보니, 30대 중반을 넘어서서 인생 쓴맛, 단맛, 매운맛 다 맛보아봐야만 세상 풍경도 눈에 들어오고, 감사한 것도 알겠더라...^^(겨레보다 더 좋아하면서 했던 생각!)





차를 몰아 남해대교를 건넌다.

사실 오늘은 세세하게 여행 계획을 잡지 않았다. 하동쪽으로 가본적이 없으니 그쪽으로 돌면서, 바람을 쐬고 오자 정도의 느슨한 계획...

그렇다보니 풍경이 이끄는대로 차를 몰았고, 비록 벚꽃은 피지 않았지만 혼자 상상만으로 벚꽃길에 흠뻑 취하고...나니 남해 대교가 나타났다.



남해대교를 건너 남해군으로 넘어가고 나니 또 다시 이어지는 벚꽃길...

"겨레야, 다리 건너서 우리가 섬으로 넘어온거야."

섬에라는 말에 멍~했던 겨레 눈이 반짝반짝!





섬을 한바퀴 돌면서 보니 '이순신 영상관'이라는 곳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관람해 보기로...

거북선 모양을 한 가로등이 눈에 들어온다.




거북선 모양을 한 '이순신영상관'

마지막 상영시간을 놓쳐 영상관 뒤쪽 산책길만 돌아보았다.



이순신 영상관 뒤쪽 산책로를 따라가니 남해바다를 바라볼 수있는 전망대가 있다. 동해바다가 시원시원 탁트인 느낌이라면, 남해바다는 옹기종기 모여있는 섬들 때문인지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영상관 옆으로는 이충무공전몰유허가 있다.

이곳 관음포 해변은 이순신 장군이 순국하신 곳으로...이락사라는 이순신 장군의 순국을 기리기 위한 묘비와 각을 세워놓았다.



관음포 이순신 전몰유허를 돌아보고, 발길을 서둘러 다시 섬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시간이 늦어 어느곳을 둘러볼까 망설이다 발견한 것은 보리암...

급하게 검색을 해보니, 남해에 들르면 꼭 가볼 곳이라는 추천이 많아 보리암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화재 관람료(어른만 입장료 1000원씩)를 내고 들어서면서 그곳 관리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입장료 낸 곳부터 걸어서 15분 거리면 보리암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날씨가 차갑고 시간도 좀 늦었고, 내 몸 컨디션도 썩 좋지 않아 걸어서 한참 걸리면 포기할 생각이었는데, 15분이면 걸어갈만한 거리 아닌가 싶어 천천히 보리암을 향해 걸어갔다.



보리암까지 15분이라는 말에 힘을 얻었는데, 막상 걸어 올라가 보니 15분은 더 걸린 듯 싶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주변 풍경이 좋아, 날씨가 꽤 차가웠음에도 힘든 줄은 몰랐다. 매표소에서 보리암까지 정기적으로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듯 보이긴 했는데, 풍경 구경하면서 걸어올라가는 것도 괜찮았다...

사실 차를 타고 빙 도는 드라이빙 보다는 찬찬히 걸어가면서 풍경 하나 하나 찬찬히 들여다 보는 여행이 참 여행이라 생각한다.




인적 드물고 메마른 겨울풍경...그 고요함이 주는 숭고함,

겨울여행의 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저 멀리 아늑하게 남해 바다가 보인다. 희미하게 내리깔리는 저녁 어스름 안개에 쌓인 한려수도의 경치...여행지는 계절마다 와봐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암괴석이 장관인 보리암 암자가 위치한 금산...

금산은 금강산에 견주어 소금강산이란 별칭이 있다고 한다.




매표소에서 5분여 오를 때부터 까마귀 소리가 끊이지 않더니, 오르면 오를 수록 까마귀떼가 장관을 이룬다. 수십마리가 떼지어 우는 까마귀 소리... 한마리가 일제히 자릴 잡으면 한곳에 자릴잡았다 또 한마리의 신호로 일제히 다함께 날아오르는 까마귀떼가 이루는 장관, 한참 동안 서서 까마귀 구경을 했다.






때때로 등산을 마치고 돌아가는 등산객들과 마주치기도 했다. 보리암이 위치한 금산이 해발 700m 가량 된다 하니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닌 모양이다.




보리암은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새해맞이를 할 때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라고 한다.

사람없는 해질 무렵, 그 풍경은...사진으로는 다 못담아내는 듯...아름답다.



절경 아래 대나무 울타리를 따라 가지런히 놓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치성을 드리면 효험을 본다는 설이 있는 보리암 해수관음 보살의 넉넉한 미소...그 뒷풍경도 절경이지만,



해수관음보살이 내려다 보고 있는 남해의 전망은 이루말 할 것이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풍경이다...이곳에 서면 한려해상 국립공원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섬에 들어온다면 보리암을 꼭 보고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짧은 겨울 해는 기암괴석 뒤로 서서히 지고 있고...






돌아나가는 중간중간에도 풍경이 아쉬워 자꾸만 길을 멈추어 내려다 보았다.





내려갈 때 더욱 많아진 까마귀떼...

"까마귀는 지금이 짝짓기철인가?"하니 겨레와 겨레아빠가 웃는다.

"엄마는 맨날 떼지어 다니면 짝짓기 철이래..."

ㅋㅋ 내가 그랬나?





다시 남해대교를 돌아 나간다. 서울에서의 출발시간이 좀 늦은 편이었던데다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꽤 걸려 많은 곳을 돌아보지 못해서 아쉽다.

하동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쉴곳을 정해 하룻밤 묵고 내일은 하동을 돌아볼 생각이다.




2012.2

겨레는 열다섯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