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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뭘 그렇게까지...

by GoodMom 2012. 1. 12.

 

비데 뚜껑결합 부분이 망가졌는지 볼일 마치고 뚜껑을 닫으면

스르륵 닫히던 뚜껑이

'꽝' 무서운 소리를 내며 떨어져 뒤돌아 나가다 소스라치게 놀라곤 해서,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했다.


두세번 벨소리, 자동안내시스템...연결연결...고리를 거쳐

곧이어 상냥한 (그러나 상당한 교육과 연습을 한) 안내원의 목소리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예, 비데 뚜껑이 고장이 나서 A/S 접수하려구요."

"아~그러셨군요.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죄송하지만 정확히 뚜껑 어느 부분에서 고장 났는지 말씀해 주실수 있으십니까?"

"예, 뚜껑 여닫는 부분이 부러진것 같거든요."

"아~예, 대단히 죄송합니다. A/S 접수는 바로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A/S 접수가 밀려 이틀 뒤에 기사분이 나가실 것 같은데 죄송하지만 괜찮으십니까?"



접수센터 직원의 '대단히 죄송합니다'는 사실 정확히 생각이 안나서 그렇지

매문장마다 계속 나왔던 것 같다.

(죄송하지만  고객님 본인 확인을 위한~, 죄송하지만 정확한 주소를 확인하고자~,  등등)

죄송하다는 말이 너무 여러번 나와 민망하기까지하다.

죄송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게 되는 말인데...

이렇게 접수 한번 받으면서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수십번 이런 말을 해야 하니

전화 받는 A/S센터 직원 스트레스가 얼마나 많을까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네, 괜찮아요."

"아, 감사합니다. 고객님...그리고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아니예요, 뭘 그렇게 까지..."

마지막까지 죄송하다는 말에 A/S접수를 한 내가 죄인같아져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더니

친절하긴 했어도 다소 경직된 느낌이었던 접수센터 여직원이 살짝 웃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저희가 고장 낸걸요."

^^

잠시 짧은 웃음으로 마무리...하고 접수를 끝냈다.
.

.

.

이 얘길 퇴근한 남편에게 해줬더니 웃는다.

" '뭘 그렇게 까지...저희가 고장 낸걸요.'  훈훈하네."^^

같이 얘길 들었던 겨레가 하는 말,

"엄마 그래서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이 홧병이 많다잖아."


돈을 받고 하는 일이지만 새벽에 배달되는 신문, 우유...지구 반대편에서 물건을 주문해도 집 문앞까지 배달되는 택배...

우리 아파트 상가에 있는 중국집은 4천원짜리 짜장면도 전화하면 한그릇도 배달해 준다고 한다. 가끔 짜장면이 먹고싶은 날도 있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오거나 날이 궂은날은 절대 시키지 않는다.(그런데 이런날 짬뽕이나 짜장이 땡기긴 하더라만...^^)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얼마나 편안하게 그자리에서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는 일인가,

문득 여러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다.


새해에는 서로 웃고, 즐겁고, 행복한 얼굴과 목소리로 서로를 대할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2.1월

겨레는 이제 열다섯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