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가 인터넷에서 봤다면서 찾던 민트카페라떼...
두개 묶음 중 하나는 엄마 아빠랑 나눠 마시고 남은 하나는 냉장고에 넣어놓았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냉장고에 있다.
"겨레야, 이 민트라떼 왜 안마셔?"하고 물어보니
"아...잊었네, 나중에 생각나면 마실게."
외동으로 자라는 겨레를 보면, 먹을거 욕심이 참~없다는 점이다. 내가 안먹는다고 누가 홀랑 먹는 것이 아니다 보니, 먹겠다고 사놓고서도 마냥 잊어버리고 마는...우리딸...
"그러다 너...아빠가 밤에 술 마시고 오면 음료 찾다 그냥 마셔버릴지도 모르는데...ㅋㅋ 생각 났을 때 마시지.너 저거 엄청 찾았었잖아. 어떻게 찾아낸건데..."
"그럼 어때? 우리 아빤데...아빠가 마셔도 괜찮아."
아! 너무 이쁜 우리딸...
아침에 일어나면, 여유있게 아침밥을 먹으며 겨레와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이야기...밥을 다 먹고도 그 자리에서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나누다 하는 말,
"벌써 아홉시다! 우리 이제 그만 헤어져~"
겨레가 자란다.
딸아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서 지켜 볼 수 있다는 것, 그녀와 가장 가깝게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맙고 고맙다.
해맑게 웃는 얼굴이 이쁘고, 하루종일 애교 부리는 모습이 예쁘다. 내 눈빛만 보고도 조금 쉬어야 한다면서 눕히는 손길이 예쁘고, 살짝 토라졌다가도 먼저와서 엉겨버리는 얼굴이 이쁘다.
빨래 널어준다면서 옷걸이를 가져와 척척 걸어준 모습이 이쁘고, 다 마른 빨래를 요렇게 조렇게 개어주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이쁘다. 맛있게 먹던 것을 아무렇지도 안게 반 뚝 떼어 주는 모습이 이쁘고, 아픈 어깨에 파스를 붙여주는 손이 이쁘다. 참 이쁘다.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
딸아이 눈동자를 가만 바라다 보면,
이 아이가 이렇게 컸구나, 이렇게 이뻤구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엄마도 내가 이렇게 이뻤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도 내가 이렇게 이뻤을까?'
2011.11
겨레는 열네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