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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숨은 북촌 찾기(1)

by GoodMom 2011. 11. 15.

광화문 일대는 캐도 캐도 끝이 없는 보물같다고, 광화문을 중심으로 어쩜 이리 볼거리가 많고 계절마다 달라지는지..겨레가 신기하단다.

지난번 우연히 북촌쪽을 둘러보다 주변 둘러볼 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고 몇번에 걸쳐 찾아가 보기로 한 북촌쪽에서 오늘 겨레랑 둘러보기로 하고 짠 계획은 안국역에서 시작해 운현궁 - 북촌문화센터 - 정독도서관 /서울교육박물관 일대

오전중에 해야 할 공부를 바지런히 마치고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선다.




 

 오늘 첫번째 들른 곳은 운현궁...

인사동 근처에 있지만 지나치기만 했지 한번도 들러보지 못한 이 곳을 오늘에야 들른다.



흥선대원군의 둘째 아들인 고종은 이곳에서 12살까지 살았고, 왕으로 등극한 이후 흥선 대원군 정치 활동의 근거지였던 운현궁

운현궁은 일제시대 토지조사와 함께 황실재산이 몰수 되면서 이왕직 장관에 의해 관리가 되었으나 이후 미군 공문에 의해 대원군의 후손에게 넘겨졌다고 한다. 그 후로도 소유권을 두고 대한민국정부와 대원군 후손 사이에서 법적공방까지 있었지만 대원군 5대손에게 소유권이 확정되었다가 유지 관리의 어려움이 생겨 서울시가 매입하게 되어 현재 모습으로 정비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반 700원 청소년 30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가을 햇살 가득한 운현궁 뜰 그리고 그 옆 수직사건물.

이곳은 운현궁의 관리와 경비를 담당한 사람들이 거처하던 곳이었다고 한다...세도를 떨 치던 무렵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거처했던 곳,

여기를 들어섰을 때만해도 '궁'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아담한 규모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입구에서 받은 안내책자로 운현궁 내 건물소개를 겨레와 읽어보고 들어갔다.


 

 수직사 뒤쪽으로 난 문으로 들어가 보니 노안당이 보인다. 화려한 단청은 없으나 조용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건물이다.

노안당은 운현궁의 사랑채이며 흥선대원군이 거처했던 곳인데, 고종 즉위 후에는 주요 개혁정책이 논의 되었던 곳이었다고 한다.


 

가을 하늘 아래 고즈넉한 느낌의 노안당 처마 밑에 서 본다.

어린시절 역사책 속에서 만난 흥선대원군의 카리스마가 정말 좋았다. 당파를 초월한 인재 등용, 특히나 말많고 폐단 많았던 서원 철폐는 얼마나 시원했는지...



 

 노안당 한쪽 툇마루에 뚫린 네모난 창을 통해 가을이 들어온다. 우리 건물의 매력은 이런 것이 아닐까...

정적이고, 자연의 미를 한껏 살린...


 

 

네모난 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단풍들...

 

 

 

 

 노안당을 나와 옆 문으로 들어서면 노락당이 보인다. 노락당은 운현궁 중심 건물이다. 고종 3년 명성황후가 왕비 수업을 받던 곳이며,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를 행한 곳이라고 한다.

단청이 없어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규모는 작지 않다. 정면 10칸, 측면 3칸 규모...



 

 운현궁 낙성식에 참여한 대제학 김병학은 '노락당이 높아 하늘과의 사이가 한자 다섯치 밖에 안된다'는 말을 했다 한다.

보이는 것보다 계단에 올라서서 내려다 보면, 흥선대원군의 권세가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건물 곳곳에 고종 시절 이곳에서 행해졌던 행사를 재현하고있는 마네킹이 자릴 잡고 있다. 우리 뿐인 건물을 돌다 마네킹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겨레는 전세계 사진 공유가 가능한 인스타그램이란 사이트에 직접 찍은 사진을 올리곤 하는데, 우리 궁을 찍어 올린 사진이 외국 친구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단다.

이날도 엄마 옆에서 아이팟을 들고 열심히 사진 찰칵찰칵!

 

 

"내 소유였던 이 집을 관리가 어려워서 다시 국가로 넘긴건 그 후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공공을 위해서는 더 좋은 일이겠지? 엄마..."

^^

북촌 한옥 마을 몇번 둘러 보고 나서 한옥 한채가 소원인 우리 딸의 말씀!


 

 아담하고 소박하고 정갈한 우리의 옛문...


 

 노안당-노락당을 거쳐 다음으로 들어간 곳은 이로당.

노락당에서 가례를 치룬 고종과 명성황후를 위해 안채로 쓸 수 있게 지은 이로당은 여자들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남자들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ㅁ자형 구조'로 만들었다.

겉에서 보기엔 일자형 구조 같았는데 계단을 올라 안쪽을 들여다 보니 ㅁ자로 지어진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 문을 통해 이로당 뒤뜰로 나가본다. 겨레가 문도 어쩜 이렇게 운치 있고 센스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자기가 주인이라면 저 문 위에 딸린 방을 쓰고 싶단다.

 

 

 

 

 이로당 건물을 나와 들른 유물 전시관...




규모는 크지 않다.운현궁과 흥선 대원군 관련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고...




한편에선 운현궁과 관련된 인물과 건물에 관한 설명을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이 날 영상을 보면서 겨레가 한 이야기...

"흥선대원군이 지금 보니까 영조임금님을 많이 닮은 것 같네. 영조보다 눈이 더 동그랗게 생기신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영조임금과 흥선대원군의 모습이 많이 비슷한 느낌이다.

 

 


 한 곳에 대원군 하면 떠오르는 척화비...너무 새것 같은 느낌이 아쉽다. 큰 먹을 세워놓은 것 같은 느낌...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격퇴한 후 전승을 기념하고 백성들에게 서양 배척의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세운 척화비에는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곧 화친 하는 것이며, 화친을 주장하는 것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라고 한자로 써있다.


척화비를 보던 겨레,

"백년 후, 이 곳에 온 한 아이는 이곳을 사진으로 찍어 외국친구들과 공유를 합니다...그리고 친구들은 그 사진을 좋아하고 신기해 합니다."

 

 그 옆 당백전을 보고 반가움...

"와, 얼마전 법주사 갔을 때 철당간하고 미륵불 녹여서 대원군이 당백전 만들었다는 내용 읽었는데, 그 당백전이 여기 있네."

 

 

 

 뜰 한 곳, 휴게소에 조금 쉬었다가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낙엽 참 곱다.


 

 다음 목적지는 북촌 전체 지도를 한장 구하기 위해 근처 북촌 문화센터로 가기로 했는데...

 

 북촌 문화센터 가는 길,

1층으로 지어진 상가들이 너무 특색있고 이쁘다. 발길을 잡는 곳이 한두곳이 아니라면서 정신 없이 상점들을 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북촌 문화센터.


 

운현궁이 안국역 4번 출구에 있다면 북촌 문화센터는 안국역 3번 출구에서 현대사옥 끼고 쭈욱 올라가면 나온다.

조선말기 세도가였던 '민재무관댁'이었던 이 곳은 최대한 한옥 원형을 보존, 복원해서 관광정보도 나눠주고 , 뒷행랑채는 북촌 홍보전시관으로 사용하고 있고 , 또 각종 전통 문화 체험 행사도 하고 있는 곳이다.

 

 북촌 문화센터에서는 전통문화강좌(거문고, 민화,서예, 칠보공예, 전통주빚기, 염색 등)를 들을 수도 있는데, 우리가 갔던 날은 사랑방에서 한참 거문고 강습 중이었다.

한옥에서 들으니 거문고 연습 소리도 흥이 난다.



 북촌 전체를 보여주는 지도가 필요했는데 이 곳에선 구하지 못하고 대신 북촌 도보여행 셀프 가이드북을 얻을 수 있었다. 겨레는 영어로 사진을 올린다면서 영어책자도 한권 더 챙겨 넣었다.

 

 

 나오면서 보니 문화센터 안에 북촌상회도 운영하고 있었다. 이 날은 개장 시간이 안되었는지 문이 자물쇠로 잠겨있어 밖에서만 구경하고 나왔다.


 

 북촌문화센터 나오는 길에 만난 서점, 옛 서점 생각이 나서 한컷! 그 옆에서 겨레가 작은 서점이 참 이쁘단다.

 

 문화센터에서 얻지 못한 북촌 전체를 볼 수 있는 큰 지도는 나중에 관광 안내소에서 한장 얻을 수 있었다. 보물 지도 얻은 것 마냥 좋아한 겨레엄마...(^^)

워낙에 타고난 방향치라, 1.2.3번을 둘러보려면 빨간 선대로 이동했으면 좋았을텐데, 안국역을 기준으로 돌고 도느라(역을 기준으로 하지 않으면 길을 잘 잃음) 파란선처럼 운현궁 갔다가, 북촌 문화센터 갔다가 다시 안국역으로 돌아와서 파란선 방향으로 돌았다는 또 하나의 슬픈 전설...

(이 지도는 돌아올 무렵에 얻은거라, 실컷 다 돌고 난 후 길을 보니 그랬구나~했다...)

 

 

 어쨌든 돌고 돌아 풍문 여고 지나 덕성 여고로 가는 감고당길...

"엄마가 길을 잘 모른 덕에 이 멋진 길을 알게 되었으니 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거네. 헤~ 울 엄마 고마워!"

다행이랄까...

지금은 그래도 겨레가 한번 갔던 길은 기억해서 내가 방향을 못잡고 있을 때, 지난번 기억을 떠올려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 점...(그야말로 나의 눈이 되어주고 있는 우리 딸.^^)


 

 덕성여고 교문 옆에서 겨레가 발견한 안내판 하나...


"엄마, 여기가 인현왕후가 쫓겨나 폐서인 되어 갇혀 살았던 감고당이 있던 터래."

아, 그래서 이 길 이름이 감고당길이었구나...북촌쪽은 서울 내에서도 길 이름이 가장 아름다운 동네가 아닐까...감고당길, 삼청동길, 가회로, 재동길,계동길, 창덕궁길, 북촌길등등

어쩄거나 빙빙 돌았지만 겨레는 이 길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덕성여고 지나니 화려하고 다양한 색상의 온갖 예쁜 까페며 먹거리 집들... 그곳을 지나니 정독 도서관이 보인다.



 

 정독도서관 들어가면서 도서 반납기에서 뺀 책을 차 트렁크로 실어 나르는 진풍경을 보았다.


 

 하얀 건물의 정독 도서관, 옛 경기고등학교 자리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 시립 공공 도서관으로 나무도 많고 쉬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벤치며 연못 분수등 주변 풍경이 너무 멋진 곳이었다. 건물 내부는 오래된 느낌이 있었지만 그것 역시 운치 있게 느껴졌다.

 


 도서관에 찾아 온 가을...오히려 책 읽기 싱숭생숭한 계절 가을...


 

 정독도서관 안에 위치한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


 

 도서관 한적한 벤치, 잠든 아가를 유모차에 눕혀놓고 책 삼매경에 빠진 어느 아름다운 엄마 모습...



 정독도서관 내부 건물까지 들여다 보고, 다음엔 이 곳에서 책만 읽다 가자고 약속을 하고, 도서관 한쪽에 위치한 서울교육박물관에 들어갔다.

 

 가을 빛이 한창인 박물관 앞 뜰...1970년대 교과서 속 영희, 철수, 선생님이 우리를 맞는다.


 

 입장료는 무료, 입구에서 영희와 철수가 나오는 기념 엽서에 참 잘했어요 기념도장 찍고 들어서니 옛모습의 모형 문방구...

그 앞을 서성이고 섰다가.

 

박물관 안을 들여다 보았다.

상설전시장엔 각종 옛날 교과서와 가방, 신발등이 전시 되어있다. 평일이라 역시 내부 관람자는 우리 뿐...^^


 

 "엄마, 먹통 좀 봐! 여기 먹을 갈아 담아 가지고 다녔대. 너무 이쁘다."

문방사우만 보면 정신 못차리는 겨레의 연속된 환호성들...(그래서 오늘도 여길 오자고 강력 주장함)



 

 센스 있는 '철수영희' 유리조심 스티커!



 

 겨레가 정신 없이 좋아하면서 본 박물관 각종 전시물, 포스터들...

"어? 스마트 교복이 그렇게 역사가 오래된거였어?" 라며 옛날 교복 포스터를 보고 놀란다.


 

 

교과서 전시 된 곳에서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 1970년대의 교과서들...

"와, 엄마가 미술책은 엄청 좋아했거든. 마르고  닳도록 보고 그리고그랬는데, 저 미술교과서 표지랑 음악 교과서는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

 

 

 

 컴퓨터를 이용해 교과서의 내용도 볼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겨레는 옛날 실과 책 내용 보면서 배꼽을 잡고 웃었다. 지금보면 우스운 내용인 "양변기 사용법과 청소법"등이 실려 있어서, 함께 머릴 맞대고 보며 웃었다는...



 

 반대편 기획 전시실에서는 교복의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옛날 교복도 입어 볼 수 있었고, 이렇게 한쪽에서는 옛날 난로가 놓인 교실 풍경도 재현해 놓고 있었다.



교육박물관 관람하고 나오니, 해질무렵...

하루가 참 빠르다.



아빠 퇴근시간과 맞아 다행히 근처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다리는 동안  눈여겨 보았던 카페에 들려 음료수를 마시면서 겨레랑 오늘 하루를 돌아 본다.

1층이 꽉 차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갔더니 바닥이 흔들거려 좀 무섭긴 했지만 인테리어가 운치 있었던 카페...

"이런 카페 창가에서 커다란 배낭을 풀고 앉아 컵 없이 병맥주를 마시는게 엄마의 로망이지..."

"술 한모금도 못마시면서..."

"그러니까, 말그대로 로망인거지...ㅋㅋ"



 


정독 도서관 앞에 있었던 관광 안내소에서 받은 관광 안내도...깨알같은 지도를 들여다 보니, 오늘 얼마나 많이 걸었는지...몰라서도 헤매고, 알고서도 걷고...

"여길 몇번이나 왔는데도 아직도 감이 안와?"하는 겨레아빠 한마디...

어쩌면, 이제껏 걷기를 좋아한다는 내 말은,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 운현궁: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

   운현궁 홈페이지 http://www.unhyeongung.or.kr/

▶북촌문화센터: 안국역 3번출구, 현대사옥 끼고 10분

▶ 북촌 한옥마을 홈페이지   http://bukchon.seoul.go.kr/

▶ 정독 도서관    http://jdlib.sen.go.kr/jdlib_index.jsp

▶ 서울교육박물관   http://edumuseum.sen.go.kr/edumuseum_index.jsp



2011.

겨레는 열네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