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 20일 겨레 네살 (30개월)
"엄마, 또! 또!"
한권만 더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그러다 키티베개를 베고
책과 함께 잠든 (마치 아들같은) 우리 딸,
밤새 이리저리 뒹굴거리면서 자는 너를 보고
긴 베개를 하나 만들어줘야 겠다 생각 했어...
십자수 가게에서 처음으로 십자수 재료를 사다
엄마 학원에서 틈틈히 어설프게 키티 십자수 두개를 놓고
네 침대 가로사이즈에 맞는 베개를 맞추어 키티십자수를 덧대
베개를 하나 만들어 주었단다...
키티무늬가 있다고 겨레 네가 이름붙여 준 '키티베개'는 그렇게 탄생 되었단다.
2001년 8월 28일 (겨레 35개월)
왕자놀이(그 땐 꼭 왕자놀이라고 했단다.)도 하고싶고, 단어장도 들여다 보고싶고...
한번 앉으면 오랫동안 앉아서 뭘 들여다보는 걸 좋아하는 우리 딸,
엉덩이 아프지 말라고 키티베개는 방석이 되어주기도 했고...
2003년 8월 14일 겨레 6살(58개월)
때로는 이렇게 네품에 안겨 함께 잠이 들기도 했던 키티베개...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때까지 들고 다녔던 베개,
한번씩 커버를 빨고 나면 하루종일 빨래 마르길 기다리며 빨래줄을 올려다 보는 겨레 네가 안쓰러워,
할머니가 분홍 커버를 하나 더 만들어 주셨지...
베개를 이불삼아...^^ 코~ 잠 삼매경~
겨레야, 키티베개가 너를 다 덮던 시절이 있었구나...^^
만 6년이란 세월을 늘 함께 하면서,
엄마가 수 놓았던 키티들은 실이 다 해져서 눈도 코도 흐물흐물...옷도 없어지려 하고...
잠들 때면 만지작만지작 댔던 베개 꼭지점도 너덜너덜...
게다 네 머리 닿는 부분은 구멍까지 뚫려 버렸는데...
그래도 못잊어~ 아침이면 베개부터 안고 나오는 우리 딸을 위해...
엄마가 고민끝에 낡은 옷을 잘라 구멍 수선...
이때가 2006년 우리 딸 아홉살...
"와~ 엄마 꼭 여기 초록색 스티커가 원래부터 여기 붙어있었던 것처럼 잘 어울려."
새베개를 하나 사주려고 했지만 우리 딸,
잠들때 시원하게 해주고(^^) 자기를 꼭 안아주었던
친절한 키티베개를 잊을 수 없단다...
"나는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도 키티베개랑 같이 잘거야...
나는 아무리 낡아도 키티베개가 가장 친절하고 예쁜 베개 같은데..."
2006년 8월 겨레 아홉살
여름 휴가때 할머니께 갔더니, 아기 때 썼던 낡은 베개를 아직도 못잊는 손녀딸을 위해
할머니께서 새로 만들어 주신 베개커버...
"키티무늬는 없어졌어도 솜은 그대로니까 영원히 내 베개는 키티베개야!"
그후로도 할머니가 베개커버 두개를 더 만들어 주셨는데, 낡고 낡고 또 낡고...
키티베개는 그렇게 세월에 세월을 더해
다시 환생하고 환생하고 환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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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겨레 장롱 정리를 하려고 서랍을 뒤지다 보니...
세상에...!
키티베개 3호
낡고 찢어져서 이제는 못쓰게 된 베개 커버들이 너무도 곱게 접혀 장롱속에 보관이 되어있다.
우리 딸, 따뜻한 마음에 엄마 가슴이 찡~~
키티베개 4호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이 베개는, 곱던 핑크색이 다 바래고 이젠 지퍼도 고장나 버렸다.
게다 베개솜은 2001년 만들었을 때 그 시절 그 솜을 계속 써왔던터라, 중간에 솜을 더 넣어주기도 했고, 자주 햇볕에 말려주기도 했지만 너무 낡았다 싶어...
겨레가 간직해 온 무수한 키티베개 커버들을 들여다 보며 잠시 옛 생각에 잠겨 웃고있다...
올 가을 겨레 생일엔 새베개 솜에 새 커버를 선물해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렇게 해서 새로 탄생 된...겨레의 2세대 키티베개!
겨레 생일 전, 인터넷으로 고민고민 하면서 골랐던 천으로
새롭게 만들어 준 키티베개 2세대...(솜도 바꿨다!)
1세대와 똑같은 크기, 가장자리 베개 날개까지 똑같게 맞춤...!!!
겨레는 내게 고맙다고 뽀뽀를 쪽쪽쪽! ^^
엄마 숨 넘어갈 만큼 뽀뽀를 해줬다!
그리고 번갈아 쓸 또 다른 커버 하나...^^
볕 좋은 날, 겨레와 나란히 누워 베개 하나를 베고
눈 마주하고 수다 떠는 즐거움~
여전히 우리 딸은 아침에 일어나면 키티베개를 이렇게 끌어안고 하루를 시작한다.
"엄마, 얘가 솜이 낡아서 그런지 이렇게 끌어안기에는 좀 더 안정감이 있어.
새로 만든 2세대는 베고자고, 예전 키티베개는 이렇게 끌어안고 있으려구..."
작은것, 오래된 것, 자기의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우리 딸의 마음이 참 예쁘다.
그 마음이 참 고맙다.
우리딸,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나의 딸 겨레야...!
2011년 10월 아침
겨레는 열네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