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웃기려고 하는 말은 하나도 안웃긴데, 그냥 하는 말들은 무지무지 웃겨!"
겨레가 내게 한 말이다.
엄마가 그냥 하는 말들이 웃긴 이유,
나이 드니 맘만 급해서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신체...
혀가 꼬여 자꾸 요즘 내 생각과는 다른 말들이 툭툭 튀어나오는데 그 때마다 겨레가 너무 웃어댄다.
콩나물국의 음모
(전날 과음하신 겨레아빠를 위해) 아침 콩나물국을 끓였다.
아침을 잘 안먹는 아빠에게
"아빠, 콩나물국 줄까?" 라고 말 하려고 했으나...
나의 입에서 툭 튀어 나온 말은,
"아빠, 콩나물국 조까?"
엄마: (애교스런 목소리로) 아빠, 콩나물국 조까?
아빠: 뭐? ㅋㅋㅋ 겨레야, 엄마가 아빠한테 막 욕해. 콩나물국 조까라구...
어, 아빠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첫새벽형 인간인 겨레아빠와
그냥 잠형(눕자마자 잠들어서 중간에 절대 깨어나는 일 없이 잘 잠)인 엄마의 최근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재밌어한 겨레가 그려준 사건 그림...
날씨가 더워지면서 마루에서 다 같이 잔다.
새벽, 단잠의 세계에 빠져있는 나의 모습...
-같이 잠드는데 엄마가 항상 한쪽 팔 들고 자는 건 어찌 알았을꼬...
택시라도 잡을 듯 한팔을 밤새 들고 자느라 어떤 날은 어깨며 팔이 몹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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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벽 잠결에 현관에서(바로 나의 옆쪽)에서 부스럭 대는 소리를 들음.
백년에 한번 있을까말까, 자다가 무슨 소리 듣는 일은...
(우리 부부는 서로의 호칭을 엄마, 아빠로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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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신발장 앞에 서있는 남편 발견,
아주 신기해 하면서 한 말, "어, 아빠 어디 갔다 오는 거야?"
남편 왈 : 나 지금 출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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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너무 우스웠지만 그냥 다시 기절모드...^^
그날 남편이 퇴근하고 나서야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면서 즐거워한 우리 가족,
"겨레야, 글쎄 아빠가 출근하려고 신발 신고 서있는데 엄마가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하고 묻는거 있지,ㅋㅋㅋ"
"아, 우리 엄마 진짜 너무 웃겨.웃기려고 한것도 아닌데 웃겨.ㅋㅋㅋ"
그랬다나...
내가 콧털가위 잘라 놓은 거 봤지?
PM 11:50
밤 늦게 마트에 가면서 기분이 모두 좋았던 우리 가족...
차안에서 문득 며칠 전 남편이 콧털 가위를 찾던 것이 생각이 났다.
"아빠, 내가 콧털 가위 찾아놓은거 봤지?" 라고 말 하려 했는데, 내 입에서 순간 튀어 나온 말은,
"아빠, 내가 콧털 가위 잘라놓은 거 봤지?"
겨레: 그...그거...아빠에 대한 위...위협인가? ㅋㅋㅋ
엄마는 타락해서 참 좋아.
겨레: 아, 나 이런 계산 정말 싫어. 7.1+8.3+9.2+.... 이런거 열개를 더해서 평균을 구하래.
엄마: 그럼, 그거 계산기를 쓰면 되잖아.
겨레: 역시 우리 엄마는 타락해서 참 좋아. ^^
겨레야, 엄마는 타락천사야...^^
망치는 누가?
엄마: 망치를 쓰려고 찾으니까 없던데. 지난번 쓰고 어디다 뒀는지 기억 안나?
아빠: 내가 안썼어. 지난번 이사할 때 이삿짐 센터 놈들이 이사도 엉망진창으로 해놓더니 망치도 집어간거 같아.(다시는 망치로 못 박아 달라 부탁을 못하게 하려는 의도의 강한 어투!)
엄마: 그럼 식탁 앞에 저 그림들은 누가 걸었어?
아빠: ^____ ^
아빠의 대화법은 자연분만법
겨레: 소크라테스가 대화법으로 산파술을 썼다면 우리 아빠는 대화법으로 자연분만법을 쓰지, 가르쳐 주지 않고 도와주지도 않고 대답도 안해줘서 결국은 냉정하게 스스로 깨닫게 하는...
그럼, 엄마의 대화법은?
갑툭튀법
(의도와는 상관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야망
엄마 : 어제 도서관에 갔는데 1층에서 어느 교회에서 나왔는지 야쿠르트를 무료로 막 나눠주는 거야. 그런데 우리가 갔을 때는 나눠주는 사람은 자리에 없고, 야쿠르트만 자리에 놓여있는데, 야쿠르트가 왜 그렇게 마시고 싶던지... 그래서 야쿠르트 아줌마라도 만나면 사마시려고 했는데 그 날 따라 야쿠르트 아줌마도 안보이더라.
아빠: (깜짝 놀라면서) 그런거 길에서 나눠주는거 막 받아 마시면 큰일나, 절대 마시지마.
겨레: 왜?
아빠: 그런데다 약 타서 마시게 하고 쓰러지면 납치하고 그럴 수 있단 말이야.
엄마: 그건 길거리에서나 한두사람이 다가와 그러는거지, 이건 도서관 1층 로비에서 펼쳐놓고 했는데 뭘...
아빠:(화가나서) 어디서 그러든지 그런거 절대 마시지 마, 그러다 너네 둘다 어디로 끌려가면 어쩔려구 그래? 하지 말란건 하지마! (두 어린 딸들 걱정하는 아빠 모드로 몰입중!) 내가 사주는 거 아니면 길에서 야쿠르트 아줌마한테도 사먹지마!
겨레: 그건 왜?
아빠: 길에서 사 먹는건 다위험해.
겨레: 야쿠르트 아줌마가 무슨 야망이라도 있나? 우리 둘 한테...?
엄마:ㅋㅋㅋ 그러게...
메 모
얼마 전 컴퓨터를 아이맥으로 바꾸고는 새 컴퓨터 쓰는 것이 영 익숙치 않은 나를 위한 메모장이 아침에 일어나면 늘 컴 아래 주렁주렁...달려있다.(새벽형도 아닌 첫새벽형인 남편)
어느날 또 붙어있는 메모장... 자꾸 붙어있으니 머리로 암기 하려 들지 않는다...^^
그 메모 아래 뭔가 다른 글&그림이 더 써져 있는 것 같아 가만 들여다 보니,
아빠가 그린 창닫기 키와 프로그램 종료 단축키 그림 아래,
겨레의 아날로그적 답글...^^
↑ 이런 그림 참 잘그리심 ㅋ
^^
아빠의 수고로움을 이런 애교로 응답해 주시는 딸의 센스!
귀여운 두 사람...
함께라서 참 행복해!
2011.9.
겨레는 열네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