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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문득 108배

by GoodMom 2015. 4. 15.

문득, 봉원사 생각이 났다. 생각난 김에 갔다와야겠다 그래서 찾은 봉원사.

2010년 늦가을에 처음 다녀간 후, 어느 해 봄, 연등 생각나서 밤 늦은 시간에 찾아가본 이후 아주 오랜만이다. 여기저기 오래되고 빛바랜 흔적들이 정겹다. 홀로 여기 저기 경내를 거닐다 마음 내키는대로 법당에 들어가 정말 간만에 108배를 해보았다.

너무 오랜만이라 혹시 다리 근육통이 심해지면 집에 돌아갈 때 어쩌나 싶어, 아주 천천히 한 번 한 번 정성들여 절을 시작했다. 정성을 들였다기 보단 내 다리 상태를 봐가며 찬찬히 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40여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후다닥 하면 25분 정도 걸리니까, 정말 천천히 한 셈. ^^

2013년 봄, 길상사에서 처음으로 108배를 해보았다. 사실 절을 108번이나 한다는 것이 말이되나 싶었는데, 또 못할 건 뭔가 하는 생각에 시작을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처음 시작하는 터라 요령이 없었던데다 횟수 채우기에 급급해 후다닥 했던 탓인지, 절을 마치고 신발을 신는데 다리가 후들후들......정도가 아닌 정말 누가 봐도 표가 날 정도로 다리를 덜덜덜 떨면서 집에 갔다. 며칠 동안, 앉을 때마다 아이고, 계단을 내려 갈 때마다 어이쿠! 했었다는 전설...^^

그 해 여름에 다시 108배에 도전했다. 108일 동안의 108배!

준비 운동부터 하고, 아주 찬찬히 시작했지만 처음 하루 이삼일은 다리가 역시나 후들후들 했다. 일주일이 지나자 다리가 후들거리는 상황은 싹 없어졌다. 시간이 지날 수록 108배 안 하고 나면 이상하게 좀이 쑤시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 이야기를 엄마에게 해드렸더니, 평생을 절에 다니셨던 엄마가 아주 놀라워하시면서 하는 말,

"뭐가 그렇게 간절해서 그런 짓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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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렇게 간절해서 그런 짓을 했어?

^^ 역시 우리 엄마!

내 친구는 108배를 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를 물었다.

"음, 그게 말이야... 한달 정도 되니까 다리가 탱탱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허벅지에 세로 줄이 생기더라."

깔깔 웃던 내 친구, 그것 말고는 없어? 하고 묻는다.

그리고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좋아. 가슴이 후련해지고, 하나로 정신이 통일 되는 느낌.

답답하고 마음이 수산스러울 때 그때 108배 추천!

절에 갔다 나오는 길에, 여기 저기 핀 봄 들꽃들을 감상하는 것은 덤이고...

오래 걸었다. 봄 기운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