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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인사동 봄나들이

by GoodMom 2011. 5. 17.

광화문에서 서점 들렀다 돌아오려는데, 겨레가 근처 인사동에 가고 싶다 한다. 집에서 출발할 때 전철역 몇번 출구 기준으로 길을 찾아놓지 않으면 절대 어떤 곳을 찾아 가는 일이 불가능 한 심각한 길치에 방향치인 내가 난감해 하니...우리 딸이 하는 말,

"찾다 찾다 못찾으면, 엄마랑 그냥 운동한 셈치지 뭐." ^^

용기가 불끈 솟는다.(이게 용기를 낼 일도 아니지만...^^)

남편에게 대략 길을 물어보려고 문자를 보내니, 안타까움에 계속 쏟아지는 문자.

'걸어가기엔 너무 멀어. 너 너무 힘들어서 안돼. 길도 잘 모르고...그냥 택시타!'

'그러다 너 밤에 쓰러진다. 다음에 내가 데려가 줄게.'

택시를 타기엔 날씨가 너무 좋은데...

운동 한 셈 친다는 딸 때문에 용기를 냈지만, 그래도 찾다찾다 못찾는건 좀 창피한 일 아닌가...여기를 얼마나 많이 와봤는데...

조마조마하게 길을 걷다 탑골공원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던지....^^

 

 

탑골 공원 끼고 인사동 골목으로 접어드는데, 겨레가 옆구리를 툭툭 치면서 하는 얘기...

"엄마, 저기 한글 간판 보여? 아빠가 얘기해 주신대로 정말 영어간판 대신 다 한글간판이네 ."

아리따움...늘 영어간판으로만 봐왔던 터라 신기하다.

 

스타벅스는 전세계 모든 매장의 동일 컨셉을 가진 인테리어를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영어가 아닌 자국어로 간판을 만든 것이 한국의 인사동점이 최초라고 한다.

언젠가 겨레랑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듣고, 인사동 가면 한번 살펴 봐야지 했었는데...

한글로 씌여진 '스타벅스 커피'  오!...신기하다.

외관도 기와무늬로 꾸몄는데, 내부 인테리어도 황토벽에 전통 창호, 우리등으로 장식을 했다한다.

 

 파리크라상도 한글 간판...

그 밖에 에뛰드 하우스, 토니모리 등등 길거리에서 흔히 영어로 봤던 체인점 간판들이 모두 한글...

대한민국 안에서 한글 간판 보고 신기해 한다.

 

 인사동 길을 따라 쭈욱 걸어서, 겨레 어릴 때 자주 갔던 '쌈지길'에 들어서니 독특한 모자를 쓴 아저씨들이 캐리커쳐를 해주고 있다.

 

 유재석, 미스터빈 캐리커쳐도 웃겼지만...

 

 ㅎㅎ 박명수 캐리커쳐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쌈지길 올라가려는 1층에 만난 똥빵 포장마차.

친구들이 똥빵 맛있다고 했다면서 겨레가 호기심을 보여서 3개 2000원을 주고 샀다.

 

 똥치미가 만든 맛 좋은 똥빵, 봉지도 재밌다. 풀빵도 이젠 디자인 시대...

 

 맛은...풀빵이랑 비슷한데, 겨레가 풀빵보다는 맛이 없다한다. 안이 좀 질단다.

나는 밀가루 음식을 못먹어서, 옆에서 꼴깍꼴깍 겨레 먹는 모습만 지켜보니 한입만 먹어보란다. 꾹 눌러 참았다. 겨레가 뜨겁고 별로 입에 잘 안맞는 것을 혼자 세개나 다 먹어야 해서 힘들었다고 하소연...

 

 똥빵을 먹으면서 둘러보다 1층에 어글리돌샵을 발견!

 겨레가 독특한 인형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어느날은 어글리돌을 보고싶다 해서 일부러 홍대매장에도 찾아 가고, 동대문에도 나가 봤었는데 어글리돌만 전문으로 파는 매장은 처음이다. 전에도 있었는데, 그 땐 관심 밖이라 몰랐던 걸까?

 

 영화 '마고리엄의 장난감 백화점'에도 나왔던 어글리돌. 각각의 이름도 따로 있고 성격도 따로 있단다. 이름은 어글리지돌이지만 생긴건 너무나 귀엽다.

좀 과하게 친절해서 살짝 부담스러웠던 매장에 들러서 어글리돌을 실컷 구경하고 나왔다.

 

 실물 축소 모형 구경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꼼꼼하게...

(사진 안찍으려 해서, 오랜만에 건진 한컷...!!이다.)

 

 오랜만에 쌈지길을 오른다. 얘기도 나누고 신기한 물건들도 구경하고...

꼭대기층에서 사람 오가는 걸 내려다 보고 있는데 갑자기 겨레가...

"엄마, 여기가 마지막 층이야?"

"응."

"이상하다. 나 어릴땐, 여기 오면 길이 끝도 없이 이어졌던 것 같은데...이렇게 짧아? 원래 이랬어?"

그래, 몇년 새 아주 많이 컸다...우리 딸!

 

 도깨비탈 매장을 보더니 도깨비 탈은 어릴 때도 무서워 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무섭다고 한다.

그래도 어릴 땐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무서웠는데, 지금은 쳐다볼 수는 있다니 대견한건가?^^

쌈지길이 원래도 이랬냐고 물었던 것처럼, 2~3년새 훌쩍 자라, 엄마보다 더 잘 걷는 딸따라 같은 길을 몇번을 왔다갔다 했다.

겨레야, 인사동은 원래 이랬어. 인사동 길이 작아진게 아니라, 네가 큰거지...

봄날은 가고 아이는 자란다.

맑은 봄날, 딸아이와의 데이트...

(엄마는 힘들어서 다리를 후들후들 떨었다나...^^)

 

2011.5.11

겨레는 열네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