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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겨레한가온빛표 독서기록장

by GoodMom 2011. 7. 13.

7월도 열흘 넘게 훌쩍 보냈네요.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기말고사가 끝났다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방학 준비를 하고 있던데... 삐삐롱스타킹이 투덜거린 것처럼 학교에 다니지 않으니 별다른 방학의 설레임이 없는 겨레네 집입니다.^^

홈스쿨링 하면서 보낸 한학기...

무얼하면서 보냈을까? 겨레랑 생각이 많았던 몇 주간이었지요...

사교육 없이 겨레랑 보낸 지난 몇개월...그래도 이것 만큼은 정말 열심히 했다라고 생각했던 것이...'책 읽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달마다 시간표를 새로 짜고, 매일매일 일정을 짜면서 지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열심히 했던 일은 책읽기...였습니다.  홈스쿨링을 시작했던 3, 4월이 가장 열심히, 치열하게 책 읽기를 하면서 보냈던 것 같아요.^^ 6월 들어서는 그 것도 좀 지루해지긴 하더라구요.

 

뭐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인지라, 겨레가 읽은 책들에 대해 리스트를 적어놔야 겠다면서...지난 3월 인터넷을 뒤져, 독서기록장을 용돈으로 구입을 했었답니다.

기대하면서 배송을 기다렸었는데요...

겨레가 용돈으로 구입한 독서기록장

 

막상 몇 번 써보더니 투덜대기 시작합니다. 여기 양식대로 하면 책을 읽는대로 모두 감상문을 기록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는 좀 부답스럽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책들도 있다 보니 모든 책을 감상문을 써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평...이었죠.

"감상문 안쓰고 제목만 적으면 되지."했더니,

"한권마다 4페이지에 걸쳐 감상문 쓰는 페이지를 만들어 놔서 제목만 달랑 써놓기는 빈페이지가 너무 많아." 합니다.

"네 입맛에 딱 맞추려면, 만들어 쓰는 수 밖에 없지."했더니,

"그럼 우리 하나 만들까? 엄마..." 합니다.

"만들면 양식은 우리 입맛에 맞을 수는 있어도 구입한 제품보다 모양새는 그리 좋지 못할걸..."

"뭐 어때,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독서기록장인게 더 의미있지."

그 날부터 겨레랑 이런 저런 궁리 궁리...를 했죠. 사실 궁리를 한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네요. 책처럼 제본을 하려니 겨레가 제본된 것들은 쫙 펼쳐지지 않는다고 해서포기...속지 양식을 만들어서 하려니, 머리 속에 그린 것을 한글프로그램으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등등...의 궁리 끝에...프린트해서 실제본으로 직접 묶어 만들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4가지 종류로 구성한 독서 기록장 내지


이런저런 구상 끝에 만들어 낸 4가지 종류의 독서기록장 내지랍니다.

 왼쪽부터 책 제목만 적는 코너/ 책 제목,저자 평점등을 적는 코너/ 감상문 적는 코너(줄 없는 것, 줄 있는 것으로 두 종류) 이렇게 4종류로 정하고 프린팅을 했어요.

사이즈는 A4용지 반 접은 크기...

원래 원했던 사이즈는 접지 않은 상태의 B5 사이즈 용지 사이즈였는데, 종이를 찾아보니 A4 이상 크기의 종이를 판매하지 않더라구요. 또 접지 않고는 종이끼리 연결이 불가능 했구요.(이건 제가 초초초보수준이라 제본 방법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을거예요.)

이렇게 겨레와 프린트 하고 비교해 보고 하면서 여러날의 논의 끝에 속지모양을 결정하게 되었고, 홍대에 가서 직접 재료를 구입해 만들기 시작했답니다.

 

 프린트한 종이를 3장씩 접는 작업을 마친 후, 실제본을 위해 일정 간격으로 송곳을 이용해 구멍을 뚫었어요.

 

 그리고 가장 지루했던 실제본 작업

접은 단끼리 실로 묶는 작업입니다....3년 가량 쓸 생각으로 욕심을 냈더니 단이 두꺼워져서 좀 힘들었습니다. 팽팽하게 당기니 실이 끊어지고, 팽팽하게 안당기자니 단이 흐트러지고...ㅜㅜ

실제본 작업까지가 가장 지루하고 힘들었지만,  또 하나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지요.

실제본 해서 단을 묶기까지 좀 힘들었고 이후,겉장 씌우는 일은 여러번 해 봤기 때문에 후다닥...만들었습니다.

 

 

완성된 겨레한가온빛 독서기록장입니다.

표지는 겨레가 고른 재료로 씌웠어요. 체크무늬 씌우기가 쉽지가 않았습니다. 풀 바르고 씌우니 자꾸 줄이 삐뚤어져서요. 그런데 겨레는 체크 무늬가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는군요. 사이즈는 아까 말한대로 A4 용지 반사이즈

 

펼쳐보면...

이 페이지는 책 제목만 적는 코너구요.(한 페이지에 두달 분의 책 제목을 적는 코너랍니다.) 그림위에 책 제목을 견출지로 붙이도록 했어요.

 

 여긴 번호 붙여서 읽은 순서대로 좀 더 자세한 책정보를 쓰는 곳...

감상문이나 기타 메모를 더 하고 싶다면 메모란 쓴 칸에 감상문 쓴 페이지를 표시 할 수 있게 했어요. 메모가 없다면 그 칸은 공란으로 두면 되구요.

겨레가 감상문을 쓰고 싶지 않은 책은 리스트만 적어도 되니 부담이 적다고 하네요.

 

 여긴 감상문을 쓸 수 있게 마련된 페이지예요.

줄이 있는 것 반, 줄이 없는 것 반 마련했답니다. 요정 그림은 스탬프 구입해서 겨레가 페이지 마다 일일이 찍었습니다.

 

EX) 사용예

두달 단위로 책 제목만 적는 페이지 

책 제목만 적는 페이지로 한페이지를 두달씩 쓰기로 했답니다.

왼쪽이 2011년 1,2월에 읽은 책/ 오른쪽이 3,4월에 읽은 책 리스트예요. 책을 다 읽으면 견출지에 제목만 써서 이렇게 붙여놓습니다. 붙일 때는 다 읽은 날을 기준으로 붙이기로 했어요.

겨레가 이렇게 하면 한눈에 그달에 어떤 책을 읽었는지가 눈에 들어와서 좋다고 하더라구요.(기록을 좋아하다 보니 수첩이며 다이어리 등등 기록한걸 다시 보는 걸 워낙 좋아하거든요.) 또 어느 달에 많이 혹은 적게 읽었는지 한 눈에 들어오는 점도 좋답니다.

저기엔 원래 나무 그림을 넣어서 가지마다 책 제목을 붙일 계획이었는데, 원하는 흑백 이미지의 나무 그림을 못찾아 매·난·국·죽 그림으로 대신 했는데요. 만들고 보니, 그냥 빈칸으로 놓고 블럭 쌓기처럼 책 제목을 붙였어도 괜찮겠다 싶더라구요.

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던 페이지인데 의외로 구성에 넣길 잘했다 싶은 페이지예요.

 

편지봉투를 붙여 견출지 보관


독서기록장의 맨 뒤쪽에 편지봉투를 붙이고 그 뒤에 견출지를 넣어놨어요. 책 다 읽고 꺼내 쓰기 편하게 하려구요.

스티커로 제목 쓰고 붙이는 이 작업이 굉장히 재밌다고 하네요.(제목을 쓰면서 아, 내가 이 책을 한권 다 읽었구나 하는 보람을 느낀다나요...)

 

책 상세정보를 적는 코너 

이건 순서대로 번호 붙여가며 좀 더 자세히 책 정보를 기록하는 코너예요. 일년에 90여권 읽는다 치면 3년간 270권 정도 기록할 수 있는 칸을 만들면 될 것 같아서 한페이지에 4권씩 쓸 수 있게 칸을 만들어서 270여권을 쓸 수 있게했는데요. 6월까지 44권을 읽었다니 대략 계산이 맞을 것 같긴 하네요.

감상문을 남기고 싶은 책은 메모란에 감상문 쓴 페이지를 써 넣었답니다. 안 쓴것은 메모칸을 빈칸으로 남겨두었구요.  

 

 독서감상문으로 남긴 메모...

 

이곳은 감상문도 좋고, 그림도 좋고, 생각나는대로 쓰고 있는 중이랍니다. 읽은 책 리스트에 비해 감상문은 몇개 쓰지 않았더라구요.

학교 다닐 때도, 학교에서 권장하는 필독서 읽는걸 별로 안좋아해서...독서 인증 제대로 못 받았어요. 대신 연말에 책 많이 읽어서 받는 다독상은 늘 받았지요. (권장도서만 피해가는 딸의 센스...^^ )

이 곳은 감상문도 좋고, 좋은 글귀를 쓰는 것도 좋고, 마인드맵도 좋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쓰도록 줄이 없는 페이지와 줄이 있는 페이지를 반반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이상이...겨레가 3년간 사용하게 될 독서기록장의 모습이었구요.

 

 

 

아래는 제가 사용하고 있는 독서기록장이랍니다.

 

겨레엄마의 독서기록장 

 

그냥 문구점에서 구입한 일반 중고생노트랍니다. 올해부터 읽은 책 목록이라도 적어볼까 하고 겨레 독서기록장 만들어 주면서 제 노트를 하나 마련했어요.

 

 

 

저는 단순한 것이 좋아서 일반 노트에 줄을 그어서  제목과 지은이, 출판사, 분류, 읽은 날짜를 써 넣고 있어요.

 

 

독서기록

독서 기록이 필요한 것들은 이렇게 따로 메모를 해놓고 있습니다. 감상문이라기 보다는 주로 좋은 문장을 기록해 두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플래너에 기록을 해놓곤 했는데, 따로 노트를 마련해 기록하니 이게 더 좋네요. 플래너가 온갖 메모로  가득 차서 책 내용 적은 걸 찾으려면 한참씩 걸렸거든요.

 

겨레랑 밤에 가끔씩 캘리그라피, 일러스트 그리기 등의 시간을 내고 있는데 그 때 시간 내서 다이어리나 독서노트 등 꾸미기 시간을 갖기도 하는데요. 그림은 그 때 겨레에게 배워 따라 그려 넣은 거예요.^^ 글씨만 적으면 좀 삭막한 느낌이 들어서요.

겨레는 자기 노트는 못보게 숨겨 놓으면서, 제껀 아무때나 꺼내놓고 보곤 하죠.

"엄마, 이 책 읽고 이런 생각했어?"라거나

"엄마, 그 책 독서감상문 잘 썼더라..."라고 하면 "야아~내꺼 보지마!"라고 소리치곤 한답니다.^^

 

저희 가족은 모두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을 참 좋아해요.

시간이 많이 남아 돌아서 한다기 보다는, 작은 취미나 열정(?) 같은 것이라고 얘기 하고 싶네요. 하루 종일 이런 저런 잔 일에 치여서 살다보면 작은 여유가 참 힘든 법인데, 이런 것 정도 하나는 취미 삼아 기록을 하고 있어요.(이사 기록, 영수증 기록, 다이어리 기록, 달력기록 등등 기록의 양이 꽤 많답니다.)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바빴던 일상을 마치고 책상에 앉아 이런 저런 기록을 할 때의 느낌이란...^^ 마찬가지로 새벽에 일어나 골똘히 앉아 뭔가 기록하는 남편의 모습도 참 멋지지요.^^

 

 

가방 속 작은 수첩 

이 작은 수첩은...펜과 함께 가방에 늘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 수첩이예요. 제가 늘 들고 다니는거라  무겁지 않은 싸고 얇은 수첩이랍니다.

 

 이 수첩은 어디선가 본 것, 들은 것들을 메모한 것으로 채워졌어요. 십여년전 겨레랑 서점에서 읽은 그림책 리스트를 적는 수첩으로 시작을 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제가 본 괜찮은 책 제목을 적어오기도 하고, 좋은 글귀를 메모하기도 해요.

사실 급하게 흘려써서... 이게 무슨 말이지?할 때도 있는데요...잘 정돈된 수첩 이상으로 정이 가는 수첩이랍니다. ^^ 몇개월 썼는데, 마지막장까지 거의 다 쓴걸 보고 최근에 겨레가 하나 또 사줬답니다.(용돈 주니까 이런게 좋네요. 선물을 퍼주는 우리딸...)

 

이 수첩은...

 

 

겨레가 영화 리스트를 적어 놓는 수첩이예요.

6학년 때는 30편의 영화를 봤고 홈스쿨링 시작한 올해는 6월까지 30여편의 영화를 봤다고 하더라구요. 어떻게 몇 편 봤는지 아냐고 물었더니 영화도 보고나면 리스트를 적는다면서 이렇게 작은 수첩 하나를 보여줍니다.^^

  

 

겨레 역시 메모나 기록을 좋아해요. 온갖걸 메모하는 수첩이 엄청납니다.

아빠를 닮아서 그런가 했는데 누굴 닮았다기 보다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런 환경으로 접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빠가 필기구나 메모장 사주는 일에 관대했고, 이런 저런 종이에 낙서하는 것에 그리 옹색하지 않게 키웠기 때문인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도 틈만 나면 우리 딸은 어딘가에 콕 박혀서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답니다.

 

사족...하나...

커피 내리는 방법에 대한 남편의 메모

새벽에 출근하면서 커피를 한잔 내려 마시고 나가는 남편, 제가 그 시간에 못깨어나니 제 커피 한잔도 내려서 보온병에 넣어놓고 출근을 하는데요. 한번은 1박 2일 일정의 워크샵 때문에 다음날 아침 커피를 못내려준다면서 이런 메모를 남겨 놓았더라구요.^^

 원두 가는 방법(매일 아침마다 저를 위해, 원두를 갈아서 내려줬지요.)부터 필터 접는 방법, 커피 내리는 방법까지 그림과 함께한 섬세한 메모에...그 아침 얼마나 감동을 했던지요...

 

 

 

이런 감동의 메모가 있던 날도 있었던 반면... 

 

며칠 전 아침엔 이런 찢겨진 기사 하나가 식탁에 놓여있습니다.

그 옆에 노란 펜으로 쓴 '버려도 됨'이란 글자를 보고 겨레가 웃다가 쓰러집니다.(버려도 됨을 가로 세로 두번이나 써놓았더군요.^^)-대부분 우리 깨기 전 5시~6시에  출근을 해요.  

 

 

'버려도 됨'이 놓여있던 식탁과 휴지통의 거리가 눈에 보이시나요?

^^

'웃기려고 한거지?' 라고 믿고싶은 아침이었습니다.

 

 

 2011.7.12

겨레는 열네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