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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도 혼난 적이 있어요?"

 

얼마 전, 학교 자율 휴업일에 겨레를 만나러 와서 함께 점심을 먹던 겨레 친구엄마가 이렇게 물어보십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면서 겨레를 만나 지금까지 큰 다툼 없이 잘 지내고 있는 두 아이...

학교 다니느라 모처럼 얻은 자율 휴업일이 금쪽 같을텐데, 고맙게도 시간이 나면 겨레를 만나러 친구와 친구 엄마가 같이 놀러 오신답니다.

아이들 이상으로 엄마끼리도 마음이 잘 맞아 만나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엄마는 엄마들대로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며 정신 없이 시간을 보내는데, 점심을 먹다 문득 물어보시더라구요.

7년 넘게 알아왔는데, 아이들 어릴 때는 정말 하루 온종일 붙어있는 날(밤 11시까지)도 많았는데...한번도 혼나는 걸 본적이 없었다고 겨레도 혼난적이 있긴 있냐고 물어보시니 겨레가 웃으면서 대답을 하네요.

 

"엄마 아빠가 한번도 때린 적은 없는데, 혼날 때는 무섭게 혼나요."

 

크허허!

뭘, 무섭게까지!


제가 겨레를 낳고 스스로에게 약속을 한 것이 몇가지 있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아이를 혼낼 때는 밖에서가 아닌 집에 돌아와서(혹은 단둘이 있는 공간에서), 절대 감정을 못이겨 폭력 사용하지 않고, 정확하게 꾸중할 일에대해서는 확실하게 혼낼 것! 혼낸 이후, 서로 감정을 정리하기였어요.

이부분은 나름 반드시 지키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을 해서 아마도(^^아마도 강조!) 어긴 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요... 혼날 때는 무섭게 혼난다고 하니 웃음이 나더라구요.

겨레아빠도 딸내미가 사랑스러워 죽을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겨레를 혼낼 일이 있을 때면 집에 돌아와 정확하게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길 하고 지나갔는데요.

항상 고마웠던 부분은 아빠가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겨레가 말을 잘 하지 못했던 시절이라도 반드시 안되는 것에 대한 지적을 해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아가 때는 아빠랑 단둘이 방에 들어가 겨레가 울음을 그칠때까지 기다렸다 아빠의 생각을 겨레에게 전달하고 감정정리가 되면 겨레를 안고 방긋 웃으면서 나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고, 엄마보다 키도 더 커지니 혼낼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올려다 보자니 엄마,카리스마가 없어져서? ^^ ! )

"네가 생각해 보면 엄마가 왜 화가 날 것 같은지 알겠지?" 정도의 선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한 보름 전 쯤 밤.

겨레에게 대대적으로 한소리 할 일이 있었어요.

시작하면, 끝도 없이 길어지지 않을까 싶어, 둘이 산책 나가 걸으면서 얘기를 해야겠다 싶었지요.

나의 일방적인 잔소리가 아니라 겨레 얘기도 들어보면 어떨까, 집 안 밝은 등아래 마주보고가 아니라, 함께 가로등 불빛 아래,조금은 분위기 있는 길을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면서 얘기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뭐 이런 생각이었어요...


겨레랑 밤에 운동하는 코스로 가는 아파트 언덕길을 오르며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지요.

 

▲  겨레랑 운동 나가는 아파트 언덕길, 겨레에겐 거뜬한 이길이 나는 너무나 힘겹다.

 

"겨레야, 엄마 생각엔, 네가...요즘 너무 공부에...소...홀...헉!..헉!...한게...아닐까 하는...데.......넌 .......그거에....헉헉헉...대해...헉헉... 헉... 어떻게 생각해?"

라고 얘길 꺼내는데, 이 언덕 길이 어찌나 숨이 차든지...말이 이어져 나오질 않더군요.


결국 한 밤 중 길 위에서 걷다 말고 한참을 서서 딸내미와 마주 봅니다.

"헉, 헉, 헉..."

"엄마,괜찮아?..."

겨레가 팔을 뻗어 다 죽어가는 엄마를 잡아 줍니다.

숨 한번 돌리고, 가로등 불빛 아래서 마주보고 웃습니다.


한 참을 쉬었다 겨레랑 운동을 하러 나오는 길로 들어섭니다.

 


 

가지고 나온 물을 나누어 마시며 걷기를 시작합니다.

겨레도 생각에 잠기고, 저도 생각에 잠깁니다.

언덕길을 숨차게 오르고, 땀이 흠뻑 솟아 나니 제 감정이 저에게 얘길 합니다.

 

뭘, 잔소리 할 일도 없었고 짜증이 날 일도 없었네...!

결국은 그게 다, 너 자신한테 너 혼자 화가 나있었던거야!

 


 

       화 날 일이 생기면 아이 손을 잡고 언덕에 오르라!

   언덕길 위에서 숨 돌리는 사이, 내 안의 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보일 것이다!
 






그런데요. 그 날 친구 엄마 물음에 시작된 겨레의 재밌는 얘기...


"그런데, 혼나면서 엄청 어색한 적이 있었는데요...혹시 혼나면서 어색했던 적 있으세요?

열 살 때...누워 있는데 엄마가 밖에 나가자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안나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제가 너무 안움직인다면서 혼내시더라구요.

엄마한테 혼나는 중에 움직이기가 그래서, 누워서 눈만 멀뚱멀뚱 뜨고 엄마에게 혼났는데요. 누워서 혼나려니까 굉장히 어색하더라구요...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엄마는 서서 나를 혼내시고 나는 누워서 혼나고 있는데, 나중에 저는 잠이 솔솔 쏟아지고 엄마는 다리가 아파서 혼났대요.^^ "

 

과연 누가 누굴 혼냈던 것일까요?

^^, 

겨레 얘길 듣다 겨레도, 겨레 친구도, 친구엄마도, 저도 웃었습니다.

신이 부족한 저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이 딸을 제게 주셨나 봅니다.

 

 

2012.6월을 시작하는 날

겨레는 열두살





 

Comments

  1. 송명헌 2012.06.01 12:07

    이 부분엔 정말 할 말이 없네요.
    너무 많이 혼내서요....^^


    그래도 자기가 많이 혼난 덕에 둥글 둥글하다고 말하는 아들놈....ㅋㅋ


    물론 지금도 혼내지만,
    이젠 능구러기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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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Mom 2012.06.04 10:03 신고

      많이 혼나서 둥글둥글하다는 말이 너무 귀엽고 이쁘네요.^^
      겨레는 다섯살 때 롯데월드 자이로드롭에 매달려 소리치는 사람들을 보고 왜 그러는거냐고 물어서 제가 엄마말 안듣고 밖에서 막 뛰고 소리치고 다녀서 기둥에 묶여서 벌 받는거라 말해서 충격에 빠졌었대요...^^ 너무 큰 벌이다 싶었다나요...

  2. 노디 2012.06.01 12:21

    네~
    사춘기 딸과 대화는 정말로 어렵습니다.

    어제는요 "수현아 우리 요가 하자." "싫어"
    생각할 시간을 줄려고 했는데 0.1초 만에 나온 답이
    저를 실망하게 만들었고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화기 저편에서는
    "내가 뭐라고 했다고 화를 내." 하면서
    점점 화를 ㅋㅋ

    단지 요가가 싫을 뿐인데 싫다고 대화를 했을 뿐인데 엄마는 왜 화를 내냐고
    합니다.
    잠시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ㅎ
    제 별명이 박흥분여사입니다. ㅎ

    이럴때면 꼭 데이트를 신청했었는데
    제가 화를 먼저 내고 위신? 떨어뜨리고 데이트 신청해서 돈쓰고 ㅎ
    이제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상황을 이겨야 겠습니다.

    강아님 말씀처럼
    이제 데이트 신청은 언덕길 오르는 것으로 해야겠어요

    딸내미 고생 좀 시켜야겠는데요.ㅋㅋ
    저도 저질체력이라 제가 더 힘들면 안되는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듭니다.
    늘 고민하고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 거 같아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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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Mom 2012.06.04 10:05 신고

      딸내미 고생이 아니라 노디님이 못따라 가서 더 힘드실걸요...^^
      요즘 밤마다 시원해서 겨레랑 30분씩 운동 나가 돌고 오는데 그러고 오면 세상만사 스트레스가 없어져서 좋더라구요.
      운동하면서 종알 종알 겨레는 잘 떠드는데 저는 힘에 겨워 듣기만 한답니다.^^
      함께 같은 방향을 보고 걷기, 가끔 침묵을 하면서 돌 때도 좋고 이런 저런 얘기를 어두운 트랙을 돌면서 나누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3. 윤윤맘 2012.06.04 11:04

    저를 돌아보게 하는 글이네요ㅠ.ㅠ
    개구쟁이 아들을 키우면서 저 스스로 아기를 처음 나았을때의 초심과는 많이 달라졌다 느끼고 있거든요...
    각종 책을 읽으면서 멋진 엄마가 되리라는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저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아이의 모습을 볼때마다 다그치는 모습을 보면..ㅠ.ㅠ
    아이가 뭔 죄이겠습니까... 다 엄마의 감정을 못 다스리는 탓이겠지요...
    저의 꿈이 아~주 인자한 엄마가 되는 것이었는데... 요즘 상황을 보면서 나중에 아이 머리속에 내가 어떤 엄마의 모습으로 자리잡을지 생각하면 으~~~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겠죠?^^
    사춘기가 오기 전에 다시 다짐해야겠어요.
    적절한 시기에 멋진 글을 올려주신 강아님께 또 감사~!^^*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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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Mom 2012.06.05 08:52 신고

      윤윤맘님 안녕하셨어요?
      사람이니까 잊고 새롭게 다시 다지고 그러는거라 늘 스스로를 위로한답니다.^^
      밤을 꼬박 새고 첫새벽 아이를 낳고, 아이와 함께 내 자신이 새로 태어난 느낌,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감이 물밀듯 밀려왔던 그 감동의 순간을 늘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윤윤맘님도 그러셨지요?
      홈스쿨링을 하면서는 늘 함께 살 맞대고 살다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의 눈이 더 커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보니 더더욱 아이를 존중하게 되더라구요.
      이번주는 주중 휴일이 있어 한주가 또 빨리 지나가겠네요. 또 놀러오세요. 윤윤맘님!

  4. 삐그덕 2012.06.04 13:46

    오랜만에 발자국 남기네요. 계속 겨레네 들어 오면서도 인사도 못드렸네요..
    겨레네 드나들기 시작한게 울딸 3~4살 때였는데..지금은 6학년 이에요. 아이도 저도 각자 사춘기를 시작했는지 요즘 많이 힘들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글이네요. 아이를 막 낳았을땐 친구 같은엄마, 자기 감정대로 아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 했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 아이가 자꾸 절 시험에 들게 한다고 해야할까요? ^^
    더 현명한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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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Mom 2012.06.05 08:56 신고

      삐그덕님 안녕하셨어요?
      발자국에 반가운 맘 하나 더합니다.^^
      서너살이었던 아이가 열세살이 되도록 여길 사랑해 주시다니, 감격입니다...!!!
      아이 사춘기가 올 무렵 엄마도 갱년기가 오면서 서로가 마찰할 일이 더 많아진다는 얘길 들었던 적이 있어요. 엄마도 아이도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넘겨야 할 중요한 시기네요.
      삐그덕님을 항상 응원합니다...^^
      대화법이나 10대에 관한 책을 미리 좀 알아두시면 도움이 되더라구요. 잊을무렵 한번씩 자극을 주도록하는 방법이랄까요...^^
      건강하시고 멋지고 행복 가득한 6월 보내시길 바래요. 또 뵈요. 삐그덕님!

  5. 김경미 2012.06.06 11:54

    ㅎㅎㅎㅎㅎㅎㅎㅎㅎ배꼽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딱~~제 얘기네요. 딸네미는 앉아서 졸고 있고, 나는 오기로 끝까지 서서 화내다가...결국 다리 아파서 슬쩍 의자 끌어당겨 앉았는데, 다시 야단치기가 참 어색하면서, 멋쩍던지~~~
    진짜 누가 누굴 혼낸건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맨날 딸래미를 보면서 '니가 나를 키운다~'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늘 재미있고, 소중한 글 읽을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많이 배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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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Mom 2012.06.07 09:24 신고

      아, 경미님 의자를 슬쩍 끌어당기셨다니...ㅋㅋㅋ
      저는 주변에 의자가 없어서 꼬박 벌을 선 셈이었답니다.
      집집마다 제각각 같아도 커다란 풍경은 다 똑같은 모양인가봐요.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자라면 이런 이야기 떠올리면서 또 한번 웃을 날이 있겠지요?
      반갑습니다, 경미님

  6. 보라별 2012.08.23 17:38

    요즘 저희집 아들도 사춘기가 시작된 것 같아요.
    올 봄부터 여름까지 5센티 정도가 쑥~ 크면서 얼굴에 여드름도 조금씩 나기 시작하고, 코 밑도 거무스름 해지고 말이죠.
    강아님 글 이제사 보면서 하하~ 웃었어요. 저도 저리 잘 넘어야지.. 하면서요. ^^
    이제 12살인 저희집 아들과 비교해보며 재미있는 글이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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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Mom 2012.08.24 09:04 신고

      어느날 갑자기가 아닌 조금씩 조금씩 사춘기 시작되더라구요. 그래도 남자아이들이 좀 늦고 여자아이들은 5학년만 되어도 벌써...성장도 확 빨라지고 그렇더라구요.
      엄마 아빠는 체력적으로 확 떨어져 가고 아이는 점점 커가고...^^
      어느 밤 느꼈던 심경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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