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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앞 둔 우리들의 자세

2015.05.02 17:23

중간고사를 며칠 앞 둔 밤, 딸이 주섬주섬 공부를 마치는 분위기길래 나도 서둘러 컴퓨터로 작업 하던 것을 끝냈다. 안 그래도 눈에서 진물이 날 것 같이 피곤해져 얼른 마무리하고 자야겠다 생각하고 있던 차에 반가웠는데...... 그런데 책상 정리를 마친 딸이 책을 한 권 들고는 다시 자리를 잡고 앉는다.

"공부 끝낸거 아니었어? 엄마 이제 자려고 했는데..."하고 물었더니 공부 끝낸게 맞단다. 

"그럼, 그건 뭐야?"하고 물었더니,30분 정도 책 읽다 자겠다는 단호한 답변. 엄마는 졸리면 자, 힘들게 왜 깨있어하는 눈빛이다.

"야, 그거 읽고 내일 학교에서 졸려서 힘들었다고 하지 말고 그냥 빨리 자, 시험이 낼모렌데 지금 책 읽게 생겼어?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꾹 누르고, 엄마스러운 품위와 교양(?)을 지키며 내가 한 말은,

"그래,너무 무리하지 말고 좀만 더 읽다가 자...아이구, 내 새끼, 어쩜 저렇게 책이 좋을까?"

ㅠㅠ

딸이 요즘 빠져있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

딸의 절친 중에 책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있다. 저녁 먹고 야자가 시작되기 전, 운동 삼아 학교 운동장을 돌며 우연히 이 친구와 수다를 떨다보니 책 뿐 아니라 뮤지컬, 영화, 장난감(^^), 게임 등 공유하는 취미가 너무나 비슷해 깜짝 놀랐다나. 암튼 그렇게 친해진 두 아이는 서로에게 좋았던 책을 추천해 주기도 하고, 같이 읽기도 하고, 함께 읽은 책 이야기 나누는 재미가 쏠쏠한 모양이다.

'두 도시 이야기'도 그 친구가 소개해 준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을 소개해주면서 친구가 한 말도 참 이쁘고 사랑스럽다.

"근데 너 두 도시 이야기는 중간고사 끝나고 읽어. 그거 너무 재미있어서 시험공부 방해 될지도 몰라. 아니다. 그냥 읽어라. 너 시험 준비 못하게...ㅋㅋㅋ"

도서관에서 빌려다 달라는 딸내미 말에 덥석 빌려온 엄마, 그 덕에 그날 밤에도 제어를 못하고 늦게까지 '두 도시 이야기'를 읽다 잔 딸은 다음 날 1교시부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오전 일과 시간 내내 스탠딩 책상에 서서 수업을 들었단다. 

딸, 기력이 딸리는 것 같아 먹는 홍삼의 파워를 이런식으로 막 사용하는구나! ^^

...............

딸이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2009년 2학기 중간고사로 기억을 한다.

그 때는 시험 앞둔 날엔 어김없이 9시면 재웠다. 푹 잘 자고 좋은 컨디션으로 시험을 보는 것이 최상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개운하게 샤워까지 마치게 하고 침대에 포근하게 누운 모습 보고 뽀뽀해주고 불 끄고 나도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푹 잘 자고 일어난 아침, 아침식사 준비를 하려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거실에 불을 켜려고 보니, 거실 불이 켜있는 것이다. '어, 어제 깜빡 하고 불 안 끄고 잤나?' 하는데 거실 쇼파에서 부스스 일어나는 딸,

"엄마..."

"어? 너, 왜 여기에 있어?"하고 물었더니 일찍 잠자리에 든 탓에 새벽 1시인가 2시에 우연히 눈을 뜨게 되었는데, 더 잠이 올 것 같지도 않고 해서 일어나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거실 책꽂이에 꽂힌 다른 책을 꺼내려고 나왔다가 이런 저런 책을 보며 그냥 날밤을 샜다는 딸의 말. 그리고 막 조금씩 졸려지기 시작해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엄마가 나왔다고 한다. 흐아......

암튼 그 해 중간고사는 어떻게 치뤘는지 기억이 없다. 다만 힘들게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갈 무렵 머리가 아파 죽겠다라고 말했던 딸의 모습만 기억에 남는다.두통제를 먹여 보내나 마나 갈등을 하다 그냥 밥만 잘 먹여서 보낸 기억.^^ 

으흠, 그 사건 이후, 시험 전날 무리하게 9시에 자도록 하는 일은 없앴다는 우리집 전설...

시험이라 유난 떨지 말자! 일찍 자지말자! 평소에 자는 시간에 자게하자!^^

...............

고등학교 입학하고 8시까지 등교, 밤 10시 하교 덕분에 새벽-한밤 새벽-한밤의 생활을 이어가던 딸은 고2 첫 중간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야자에 이어 심야까지 했다.('야자'가 밤 10시까지 꼭 해야만 하는 자율학습이라면 '심야'는 밤 12시까지 학교에 남아 더 공부하는 것으로 선택이다.)

심야를 며칠 하고 그 주 토요일에도 학교 독서실에 나가 공부를 하다 친구들과 점심을 해결하러 잠시 학교 근처 맥도날드에 갔단다. 10분도 안 되는 맥도날드까지 걸어 가는 길, 휘황찬란한 학교 밖 낮 풍경이 어찌나 낯설던지,눈이 휘둥그레지더라는 말.

그런데,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나누어 먹으며 보니 친구들도 자꾸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어 우스웠다고 한다. 열여덟 이팔청춘들이 이 날 맥도날드에서 한 말,

"와, 맥도날드 불빛이 원래 이렇게 화려했었나?"



Comments

  1. 라이라맘 2015.05.08 12:30 신고

    겨레와 겨레엄마는 항상 부지런하고 열심이네요..ㅠㅠ 라이라는 검정고시 치뤘는데 한국어가 너무 딸려 시험지를 못 읽는 사태가 발생.. 고등 과정 공부와 한국어 공부를 병행해서 가르치고 있는데 하루에 한 강의 듣는것도 지루해하고 요샌 살 뺀다며 밥을 안먹어서 힘이 없는지 항상 누워만있네요.ㅋㅋㅋㅋ 보고있으면 웃기고 걱정스럽고...ㅠㅠ 겨레는 나중에 정말 큰 사람이 될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멋진 부모님 아래 커서 그런가 정말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같다는.. 날라리 엄마 아래에서 자란 라이라는 언제쯤 철이 들지요.ㅎㅎㅎㅎ
    겨레의 고등학교 생활이 힘들어도 세 가족 모두 항상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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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Mom 2015.05.08 17:33 신고

      잘 지내셨어요? 라이라맘님...
      밥 안 먹으면 정말 힘 없어서 자꾸 누워있게 되죠.^^ 저 어릴 때 그러고 늘어져 있으면 엄마가 억지로 밥을 김에 싸서 먹이시곤 했어요.
      홀로 공부한다는게 쉽지 않아요. 그냥 일본어로 검정고시를 치루려면 일본에서 치뤄야 하나요? 한국어가 은근 까다로워서...오히려 그림책 읽는 것으로 시도해보는 방법은 어떨는지요.
      라이라랑 라이라맘도 행복한 날들 되세요~ 응원합니다.^^

      * 홈에 글이 너무 드문드문 올라오죠? 일주일에 한 개쯤은 올리려고 하는데도 어찌 이렇게 안 되는지요...^^

  2. 라이라맘 2015.05.08 23:31 신고

    일본에도 비슷한 시험이 있어요. 한국이랑 똑같이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 고등학교는 일반적으로 주간 또는 야간 고등학교, 통신제라고 해서 자택에서 학습하는 홈스쿨링과 같은 과정까지 크게 3개로 나뉘어요.^^ 그래서 일본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은 통신제를 통해 공부를 해서 졸업인정시험을 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고 하더라구요....ㅠㅠ 그렇다고 한국 검정고시 시험에 외국인 수험생이 전국에 10명도 안 될것같은데 이 극소수를 위해 문제지를 몽땅 번역해달라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ㅠㅠ

    한국어를 알아듣기는 잘 하지만 읽고 해석하는게 유치원생보다 못하네요 (-.-)
    일단은 한국 고등학교 과정으로 가르치면서 그림책도 읽히고 강의도 듣게 하는데 영 흥미가 없으니 이것을 다시 일본으로 데려가야하나.. 고민이 많아요.ㅎㅎ

    아무래도 아이가 크면 블로그에 일상 관련한 글을 올리기가 많이 힘들죠?ㅎ 라이라에게도 너에 대한 한국 블로그를 만들어도 되겠냐.. 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는..^^;;; 글이 자주 안 올라와도 좋으니 너무 부담갖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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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Mom 2015.05.09 09:29 신고

      그래도 교육청에 한 번 문의해 보세요. 혹시 가능한지... 의외로 그런 건 없을거라 생각되는 일들이 있더라구요.^^

      우리도 말 먼저 알아듣고 글자 읽고 쓰는 것 처럼 라이라도 그런 과정을 거치는 모양이네요. 암튼 라이라 힘내서 좋은 결과 얻기를...^^(라이라랑 겨레랑 동갑인가요? 98년생?)

      아이 이야기 빼고 제 얘기 가지고 가려고 하는 중인데,제 얘기는 그리 할 것들이 많지 않더라구요.^^그래도 부담 갖지 말라는 말씀에 힘 얻습니다. 멋진 5월의 주말이네요. 산책하기 딱 좋은 날...^^

  3. 라이라맘 2015.05.09 13:41 신고

    그럴까요?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하는 맘으로 전화 한 번 걸어봐야겠어요.ㅎㅎ

    라이라는 겨레랑 동갑이에요. 98년^^ 나이도 나이인만큼 공부에 압박도 있는데, 언어가 안되니 많이 불안한게 눈에 보여요. 요즘 들어서는 자꾸만 지금부터 1년간이라도 일본 애들이랑 똑같이 공부해서 일본 대학에 가겠다고..ㅠㅠ

    한국어도 배우고 홈스쿨링도 하면 좋겠다 싶어서 데려 온 한국인데, 애 나이가 아주 어린게 아니다보니 한국어가 금방 느는것도 아니고.. 애만 철이 안든다고 뭐라할게 아니라 극성 아지매인 제 탓이 크겠죠..ㅠㅠ

    궁금한게 있는데, 겨레 홈스쿨링 할 때는 친구들을 얼마나 만났나요? 라이라는 한국 친구가 없어서 교회에 보내고있는데.. 갑자기 바뀐 환경, 공부, 언어, 친구관계... 모든 게 1년차인 지금도 서툴어요.

    남의 블로그 와서 넋두리 하고있는 꼴이 우습죠?ㅎㅎㅎ 그래도 제 마음의 안식처는 겨레네 집이라는..(누구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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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odMom 2015.05.11 11:29 신고

      친구는 초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들 정기적으로 만났어요. 대신 그 친구들이 시간이 나야 만날 수가 있었으니 그게 좀 아쉽더라구요. 제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기도 했지만 겨레가 아직까지도 종교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딱히 종교를 통한 친구는 없었지요.
      엄마 아빠 모임이나 친척들 모임이나 행사에는 자주 다녀서,오히려 어른들과 많이 만났네요. 그 나이면 사실 잘 안따라 다닐 나이인데, 꾸역꾸역 잘 따라 다니더라구요. ^^

      아이들 공부에대한 불안은 부모가 대신해 줄수도 없고, 안쓰러울만치 공부를 하면서도 늘 공부때문에 힘들어하니 가끔은 정말 대한민국에 태어나게 한게 미안하곤해요.학교는 밤 10시에 끝나는데, 대학에선 아이들에게 각종 어마어마한 스펙을 요구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싶기도 하구요. 시험때문에 제가 한 번도 뭐라 한적이 없어서 그런지 지나치다 싶게 긴장감 없던 아인데,요즘은 시험기간되면 소화도 못시키고 밥도 잘 못먹고 그러더라구요...

      라이라맘님, 이곳을 안식처로 생각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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