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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성북동 길 따라...구석구석 걷기 여행...

by GoodMom 2013. 5. 22.

겨레 홈스쿨링 하기 전까지는 동네 주변, 박물관, 전시장 위주로 다녔다면...

겨레 홈스쿨링 시작하면서는 서울도 본격적으로 구석구석 찾게 되었는데요. 재작년 서울 성곽길을 돌다 부암동에 처음 가보게 되었고 '아니 서울에도 이런 동네가 있었나..?'하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로 관심을 두고 찾아다니다 보니 서울에도 이런 정취가 남아있는 동네가 꽤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 중 한 곳이 경복궁 서쪽에 있다 해서 붙여진 서촌...

서촌 이전에 삼청동을 알았지만 삼청동은 이제 너무 국적불명 마구잡이로 들어선 상점에 체인 커피숍들과 너무나 비싼 물가 때문인지......고즈넉한 느낌과는 좀 별개인것 같아요.

부암동에 이어 서촌, 그리고 작년에 간송미술관을 찾으면서 알게된 성북동 역시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독특한 느낌의 동네예요.


간송미술관과 길상사만 가보았던 성북동 길을 따라 맘 먹고 한바퀴 휘~ 돌았습니다.



첫 코스는 최순우 옛집,

골목길 살짝 들어가니 정겨운 느낌의 담장이 보였습니다.




 기와 지붕 아래 단정히 쓰인 최순우 옛집이란 표지판...옛집이란 말이 주는 포근함...




 

살짝 열려있는 대문 안을 기웃거려봅니다.

겨레가 '최순우?'하고 갸우뚱 거리니 겨레아빠가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라는 책 제목을 말해 줍니다. 겨레가 아~ 하고 웃더군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의 저자이신 최순우 선생은  제4대 국립박물관장이자 미술사학자이십니다. 최순우 옛집은 혜곡 최순우 선생이 살던 집으로 1930년대 'ㅁ'자 구조로 지어진 근대 도시형 한옥이라고 해요.

현재 일반인에게 개방이 되어 있고 이곳에서 문화 강좌나 음악회, 전시 등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도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당에 들어서니 정갈하고 소박한 한옥마당이 들어옵니다.

그리 크지 않아 한번에 카메라로 한컷이 다 잡히지는 않지만 정갈한 느낌이 참 좋더군요. 한옥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 자연과의 소박한 조화 속에서 오는 편안한 느낌...





작은 마당을 돌아 뒤안으로 가보았습니다. 마당 한쪽 구석에 놓인 작은 문인석...





 

그리고 또 한구석에 놓인 큰 돌을  파서 만든 물통...





뒷마당, 담장에 기대어 봄기운을 먹고 나온 연초록 새순, 가지 끝 새생명의 기운이 올라오고 있네요.


최순우 옛집은 연중 상시 개방이 아니라 12/1~3/31까지는 휴관이고 4월이 되어야 개방을 한다고 해요. 눈 쌓인 겨울에 와 보는 것도 이쁘겠다 생각했는데...겨울 동안은 개방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뒷마당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 본 하늘입니다.


뒷마당을 나와 앞마당 한쪽에 놓인 안내소에서 성북동 지도를 하나 사고(문화유산 기금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잠시 앉아 쉬었다 나왔습니다. 이곳에서는 문화프로그램도 진행 되고 있고 문화유산 보전기금 마련을 위해 전통차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최순우 옛집


- 관람시간: 4/1~11/30, 화~토요일 10:00~16:00

- 관람료: 무료

- 휴관일: 일, 월요일, 추석당일, 12/1~3/31




최순우 옛집에선 5월 한달동안 시민 축제가 열린다고 해요.

 최순우 옛집 시민축제

▶ 전시 집, 마을 사람

-일시:2013.5.11~5.31

-내용:2013년 축제 주제인 '집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시민 참여작품 전시


전시 골목에서 멈춰보다

-일시:2013.5.11~5.31

-내용:성북동의 풍경과 문화유산을 성북동 곳곳에 전시


클래식 기타 연주회

-일시:2013.5.25~26 15시

-출연: 한성대 클래식 기타 연주 동아리 '한음'

-내용:최순우 옛집에서 아름다운 클래식 기타 연주를 들어봅니다.


강연: 옛집이 들려준 이야기

-일시:2013.5.26(일)

-대상:일반인,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강사:어린이책 시민연대 성북지회

-내용:책 읽기와 전통놀이 체험등 다양한 프로그램



상설프로그램

-일시:2013.5.17~5.31

-내용: 옛집 해설, 뒤뜰 도서관, 체험지와 기념스탬프



홈페이지: http://nt-heritage.org




 

 

 

최순우 옛집을 나와 만해 한용운의 유택인 심우장으로 향했어요.





대로변 담장너머 탐스럽게 늘어진 꽃들...그 맑고 싱그러운 기운을 온 몸으로 받고 길을 갑니다. 


길에서 이것저것 보면서 눈요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사진도 찍고, 이런 저런 생각에도 잠겨보고...나란히 걸어가며 얘기도 나누고,

쉴새 없이 보고 들어야 하는 바쁜 시대를 살면서 걷기 여행은 천천히 걸어가며, 주변을 둘러보며 다리는 좀 힘들지만 마음은 내려놓고 쉬게 해주는 것이 걷기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심우장 안내판과 함께 돌계단이 나타났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됩니다.



 

 

좁고 가파른 골목길로 이어집니다.

안내판50m라 해서 금방일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꽤 올라가야 했어요...





한참을 올라가 한자로 '심우장'이라 쓰인 아담한 대문과 만났습니다.




 

- 심우장: 성북동 222-1번지/ 02-920-3413

- 관람시간:연중 상시 개방, 10:00~16:00





 

대문 앞 간단한 안내문만 붙어 있고, 안쪽에는 관람객 한팀 외에 보이는 사람이 없었어요. 최순우 옛집은 관람객도 꽤 있었고 관리하는 분들도 있으셨는데, 심우장은 깨끗하하게 관리된 흔적은 있지만 관리하는 분들은 보이지 않더군요.





 심우장은 1933년 만해 한용운이 지은 집으로 1933년부터 1944년까지 보낸 곳입니다.

한용운은 불교계를 대표하여 33인의 한사람으로 3·1운동에 참여해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체포되 3년을 투옥했고, 석방이 된 후 다시 백담사로 들어가 그 곳에서 님의 침묵을 썼고, 이후 서울에 와서 떠돌다 한 여인을 만나 결혼을 했고 그 때 지인들이 뜻을 모아 이 집을 지어주었다고 하네요.




 

북향을 향해 서 있는 심우장은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게 되기 때문에 북향터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만해가 죽은 뒤에도 외동딸인 한영숙씨가 이곳에 살았었는데 일본 대사관저가 이 곳 건너편에 자리를 잡으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셨다고 해요.




 

신을 벗고 방으로 들어서면 소박한 방에 그가 쓴 글과 연구 논문집, 옥중 공판 기록등이 보존되어 있어요.


 

 만해의 친필이라고 합니다.

남국의 국화꽃 채 피지 않고 강호에 노는 꿈이 누대에 머물렀네.

기러기 그림자가 산하에 인간의 형상처럼 비추고

가이 없는 가을 나무 사이로 달이 뜨네.








마저절위

절구공이를 갈아 바늘을 만들었다는 고사로 쉬지 말고 계속 정진하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작고 소박한 부엌의 모습입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동안 그는 늘 일본 경찰의 감시 대상이었는데, 평생을 원했던 조국의 독립은 보지 못하고 1944년 이곳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심우장을 둘러보고 나와 다시 골목길을 올라갑니다.

 

 

 

이곳 성북동도 개발 바람이 부는 모양인가봐요. 심우장 근처 곳곳에 개발의 갈등을 상징하는 무수한 붉은 글씨들...

개발이 되더라도 현재의 모습을 전혀 상상할 수 없게 싹 밀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여기도 또 거기, 거기도 또 여기 같은 느낌 말고 정말로 성북동 스타일로 개발이 잘 이루어지길! 하는 간절한 바램...을 담아봅니다.




 

심우장에서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면 인근에 비둘기 쉼터가 있어요.

성북동 비둘기를 떠오르게 하는 비둘기 벽화...






비둘기 쉼터에서

운동기구가 몇개 놓여있고, 쉬어갈만한 의자 몇개가 놓인 아주 작은 공원이예요. 벽쪽으로 비둘기 조각과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성북동 하면 떠오르는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


비둘기 쉼터라는 작은 공원 안에 상징처럼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가 써있습니다.


"성북동 비둘기라는 시 알아?"하고 물어보니 딸, 의외로 모른다고 합니다.

겨레랑 벽에 붙은 시를 읽어보았어요. 저는 옛생각에 젖고, 겨레는 처음 보는 시라 그랬는지 별다른 감흥은 없는듯 보입니다.(너도 나중에 이 시를 만나면 엄마처럼 감흥에 젖는 그런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비둘기 쉼터를 돌아 나오는데 전깃줄 위에 쉬고 있는 진짜 성북동 비둘기를 만났습니다...




 

 길상사 일주문


5월의 길상사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분주합니다.

성북동의 명소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 길상사와 간송 미술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성북동에서 처음 가본 곳이 길상사였거든요.




 

 

법정 스님의 과일을 먹는 색다른 방법...눈으로도 먹을 수 있는 비결~!

 


 


 


사월초파일을 앞두고 연등이 꽃처럼 달려있습니다. 길상사 연등은 다른 절과 조금 달라요. 나무에 높이 달려 있어서 연등이 마치 나무에 핀 꽃처럼 보인답니다. 밤에 보면 더더욱 멋진 풍경!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성북동 성당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그 벽에 붙어있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오네요.

성당 벽에 붙어 있는 '부처님 탄신을 축하합니다.'


초파일 즈음, 크리스마스 즈음 성북동 길상사 근처에 오시면 이렇게 웃음을 짓게 만드는 플래카드를 만날 수 있어요.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길상사 벽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합니다.'라고 붙어 있거든요.





종교의 본질은 같다는 법정스님의 말씀에 공감을 여러번 했었지요.


암튼, 그냥...
성북동 성당 벽에 붙은 글귀를 보고 마음이 흐믓하더군요.


골목길 돌고 돌고 돌아...반나절의 걷기 여행을 마치고 겨레가 제일 좋아하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겨레 여행이 즐거운 이유, 돌아갈 집이 있어서...

떠날 때도 즐겁지만 돌아갈 집이 있어서 더 즐거운게 여행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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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 옛집에서 가져 온 성북동 지도입니다. 오른쪽 성북동 지도 4장은 겨레가 친구들에게 준다면서 한장당 오백원에 네장을 구입했어요. 오백원씩 낸 지도값은 문화유산기금으로 쓴다고 합니다.






지도를 펼치면 성북동 길이 한눈에 보입니다. 성북동에서 둘러볼 만한 장소들이예요. 

한성대 5번 출구로 나와 최순우 옛집, 선잠단지, 간송 미술관, 심우장, 길상사 코스로 둘러보셔도 되고 추가로 서울성곽길, 성북구립미술관, 수연산방도 추천하는 곳중 하나입니다.

간송미술관은 연중 개방이 아니라 봄에 한번 가을에 한번 개방일(대략 5월과 10월)이 정해져 있습니다.  올해(2013년)엔 5/12부터 26일까지 개방이 된다고 하네요. 저희는 작년 봄에 봤고 저희가 보려는 전시물이 안 나와서 올 봄은 패스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간송 미술관 개방과 함께 성북동 코스 둘러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간송미술관과 길상사, 서울 성곽길 관련글은 아래 글에 링크를 해두었습니다.

▶ 2012/05/24 - [일상속에서/여행이야기] - 간송미술관 '진경시대 회화대전'

2011/05/03 - [일상속에서/여행이야기] - 길상사에서...

2011/05/30 - [일상속에서/여행이야기] - 서울 성곽길(혜화문~창의문)





2013.5

겨레는 열여섯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