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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 인천 차이나타운...

by GoodMom 2012. 11. 14.

 

마음 먹고 나선 길에 아침부터 내리는 가을비때문인지 꽉꽉 막히는 도로...

간신히 도착한 송도신도시는...차로 돌면서 구경 하고...목적지인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벌써 여름이 다 갔구나! 느낄 새도 없이 정신 없이 가버린 가을...

그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떠난 인천 당일치기 여행!




 홍예문 앞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자유공원으로 오를무렵엔 다행히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그쳤다...

정령이 살아 숨쉬는 듯, 가을 안개비 속 오래된 나무들이 뿜어내는 포스! 

가을비가 내린 뒤라 더욱 깊어진 느낌의 숲...계단을 따라 오른다.






안개비가 내리는 자유공원 안...늦가을 쓸쓸히 서있는 맥아더 장군상을 바라보고

자유공원을 한바퀴 휘 돌아 내려왔다.


한국 최초의 서구식 공원이라는 자유공원 안내팻말이 재밌다면서 겨레가 웃는다.

맥아더의 상징인 담배 파이프모양의 쓰레기통이 맥아더 장군동상보다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단다.


자유공원이 있는 응봉산을 중심으로 오밀조밀 몰려있는 인천 차이나타운이 오늘 걷기 여행의 목적지...

날씨가 차가웠지만 딱 걷기 좋은 날!

화창하지 않아 오히려 기억에 남을것 같은...날씨도, 바람도, 계절도 걷기에 딱 좋은 날!

 




 겨레아빠가 자유공원 위쪽에 세워둔 차를 아래쪽 공영주차장으로 옮기러간 사이

겨레와 홍예문 길을 걸었다...

작은 봉고차가 들어가는 문이 홍예문 !

홍예문 주변은 계단으로 길이 나있어 빙 둘러볼 수가 있다.


무지개 모양의 돌문인 홍예문은1894년 청일전쟁 이후, 일본 조계(개항 이후 외국인이 자유롭게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게 설정한 구역)의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거주공간의 확대와 제물포 항구에서 빠르게 물건을 실어나르기 위해 만든 문이라고 한다. 홍예문이 만들어지면서 일본인 거주지가 조선인 마을까지 확장되었고 또 물자 수송도 더 편리하게 되었다고...


그간 전국을 돌면서 역사유적지는 샅샅히 살펴보고 지났다 생각했는데,

정작 가장 먼저 개항의 물결이 밀려왔고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가까운 인천은 이제야 찾아왔다.

 



 

 홍예문 돌아나오는 길에 발견한 예쁜 까페...

문 앞에서 서서 쳐다보고는데, 아래쪽에 주차를 마친 겨레아빠가 겨레를 부른다...


이 동네를 걷다보니 개성있는 예쁜 까페들이 참 많았다.




 배가 고파 우선 요기부터 하고 오늘 일정을 시작하기로!

가깝게 지내는 분의 고향인 이 곳, 추천해 준 진흥각이라는 중국집에 들어가

탕수육과 유니짜장 굴짬뽕을 시켜 먹었다...

차가운날 따끈한 굴짬뽕과 짜장, 탕수육 맛이 일품이었다.

짜장면이라면 늘 질색하는 겨레가 먹어본 중에 가장 맛있는 짜장이었단다.






 든든히 점심을 먹고 나니, 추위도 한결 덜하다.

밖으로 나와 오밀조밀 몰려있는 골목길을 걷는다. 어린시절의 묘한 향수를 일으키는 작고 낮은 건물들...

조금 더 걸어가니  개항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축물들이 나온다.








프랑스풍 벽돌건축물로 지어진 일본58은행 인천지점은

인천전환국에서 주조되는 신화폐와 구화폐의 교환을 목적으로 1892년 인천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광복후 조흥은행 대한적십자 경기도지사 사옥으로 사용되다

현재는 인천광역시 요식업 조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그 옆으로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이 나온다.

전시관 건물 자체가 1883년 건축되어 일본 제 1은행으로 사용되었던 것.

이곳은 인천 개항장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된 근대문물과 영상자료 유물, 개항기 이곳의 거리 풍경 등이

전시되어있다.

 





인천아트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인천아트 플랫폼은 인천 구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1930년~1940년대 건설된 근대건축물을 리모델링해서

창작스튜디오, 공방, 자료관,교육관,전시장, 공연장 등 13개 동의

복합분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곳이라고 한다.





 

마침 한 전시관동에서 '평화의 바다 물위의 경계" 전시라는 미술전시가 있어 잠깐 들어가 보았다...

평일 낮이라 사람이 우리 뿐이다.


"엄마랑 둘이만 왔으면 음산한 배경음악까지 있어서 무서워서 못둘러봤겠다."한다.

^^

엄마나 겨레나 정신연령은 아직도 비슷하다...

비오고 사람없는 미술관 박물관은 좋지만 아예 아무도 없는 미술관은 좀 무섭다는...







 

예전에는 아트플랫폼자리까지 바다였다고 한다. 

 


쌀쌀한 늦가을의 사람없는 인천아트센터를 뒤로 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이곳은 개항 이후 인천 해운업을 독점했던 일본우선 주식회사 인천지점 건물이라고 한다.

현존하는 대한민국 근대건축물 중 가장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이곳은 최근까지도 해운업 관련 회사의 사무실로 사용되었다가

현재는 인천아트센터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해운업을 독점했던 일본회사의 건물이라니,

우리 입장에서는 피 빨린 흔적이기도 하다.





 곳곳에 표지판...






 

표지판을 따라 걸어오니 돌계단이 하나 나온다.

1883년 설정된 일본조계와 1884년 마련된 청국조계와의 경계계단

(조계:외국인이 자유로이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는 구역)


이 가파른 계단을 중심으로 왼편에는 중국식 건물이, 오른편으로는 일본 건물이 배치되어있어

여기 서서 양쪽 건물을 쳐다보면 확연히 다른 두 나라의 건축양식이 눈에 들어온다.

12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 계단은 중국과 국교가 수립되고

청국조계지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되어 개발되면서 새롭게 정비했다고 한다.

위로 올라가면 처음 우리가 시작한 자유공원과도 연결된다. 





 

먼저 왼쪽길을 돌아서 걸어가다 보니작은 학교건물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청나라는 1884년 인천에 조계를 설치한후 그 해 10월 영사관을 설치했다고 한다.

이 후 영사관 건물은 소실되었고 그 영사관 터에 화교중산학교가 1934년 신축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있다고 한다. 


아이들 하교 시간인 모양이다. 친구와 재잘대며 지나가는 아이들 모습...

아이들은 언제나 귀엽다.

겨레랑 흐뭇한 얼굴로 지나가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오호, 유창한 중국어...~^^





 

 길을 따라 들어가자 곳곳에 중국풍 건물들...






 각종 기념품 점과 중국요리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장식들...한순간 다른 곳으로 빨려들어온 듯, 색다른 느낌이다.


1883년 인천항의 개항되면서 청나라 상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 마을이었던 차이나 타운...

한 때는 수천명의 화교가 살기도 했다고 한다.


추운데 들어와 음식을 먹고 가라고 붙잡는 아저씨가 있어 이미 먹고 왔다하니,

웃는 얼굴로 다음번에 올 때는 자기 식당에서 꼭 먹고 가라한다.

겨레가 보니 음식점 건물에 'TV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맛집으로 유명한 집'이라는  재치있는 플랭카드가 걸려있었단다...

^^






점심을 두둑히 먹은터라, 겨레는 안먹겠다 했지만 우리가 우겨 월병을 사먹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월병가게에 들어가 월병 하나 화덕만두 하나를 샀다.





 월병 한개 2천원, 화덕고기 만두 2천원...

겨레랑 나눠먹은 월병은 맛있었는데 겨레아빠가 고른 화덕고기만두는 별루였다고...

(탕수육 한접시를 혼자 다 드시고 또  고기만두를 고르더라니...ㅋㅋㅋ)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곳곳에 한자, 서예를 가르치는 집들이 눈에 띈다.





 

 

삼국지 벽화의 거리로 들어섰다...위에서 내려오면서 봐야 순서대로 볼 수 있는데...

우리 목적지와(조계지경계계단쪽 내려가서 일본풍 건물 쪽 방향) 반대쪽이라 거꾸로 보면서 걸어가기로 했다.

135m 담을 따라 타일 수천장으로 삼국지 주요 장면들을 벽화로 장식했다고 한다.

길 중간엔 기념 촬영 장소도 마련되어있다.






 벽화거리를 올라오면 이렇게 청일 조계지 경계계단 위쪽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한눈에 보이는 인천항의 모습...

탁 트인 바다가 보일거라 예상했으나 조오기 손바닥만하게 보이는 인천 앞바다...모습에 살짝 실망했다!

예전에는 물이 더 가깝게 들어왔었다니 여기서의 전망이 더 좋았을까...



개항이 되면서 가장 먼저 서구문들이 들어와 근대화가 된 장소 인천!

그시절 설레임과 불안함이 공존했던 장소...







 중국 청도에서 기증했다는 공자상...이 근엄한 모습으로 인천항을 내려다 보고 있다.




 



 공자상이 있는 조계지 경계계단을 내려와 이번에는 오른편으로 자리잡고 있는 일본건물이 남아있는 곳으로...

 





 

일본식 목조건물들 사이로 눈에 띄는 건물 '팟알'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안내표지판이 있다.

120년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식 목조건물로 3층형태로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물....

1890년대에 지어진 이 건물은 당시 배를 통해 들어오는 물건들을 관리했던 일본 하역사 사무실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까페로 1층을 쓰고 있고

2~3층은 내년쯤 전형적 일본 다다미방으로 꾸며 게스트하우스로 오픈한다고 한다.

 




 

확연히 다른 건물들이 조계지 계단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자리잡고 있는데다

스산한 날씨까지 보태져 굉장히 묘한 느낌이다.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우리도 어느 순간 길 속에서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온 느낌이랄까...

1900년대 초 개항기로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






 일본풍 건물들 사이를 지나 골목길을 올라 제물포 구락부 건물로 들어선다.

겨레가 '구락부가 무슨뜻이지?' 하고 묻다가 영어표지판에 'Jemulpo Club'를 보고 깔깔 웃었다. 

클럽 발음을 일본식 발음으로 구락부로 불렀던 모양이다.

조계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클럽이 일본식 가차음인 구락부로 불리고,

그것이 그대로 굳어져 오늘까지 이어져 온것이라고 한다.


"일본인들의 일본스런 혓바닥이란...!"하고 겨레가 씁쓸하게 웃는다.




 

 아담한 규모의 제물포 구락부 건물내부...

인천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의 사교클럽으로 만들어져

사교실, 당구장, 독서실등 사교활동에 필요한 편의 시설을 갖추어 놓고 쓰다가

1914년 각국 조계가 철폐 되면서 중단 되었다고 한다.

이후 일본재향군인회가 사용하기도 하고

광복 후에는 미군 장교클럽, 시립박물관, 문화원의 용도로 사용되어오다

현재 제물포구락부의 옛모습을 재현한 문화공간으로 재개장되었다고 한다.


바닥에 왁스를 칠해 미끌미끌하다.

우리가 잠깐 보고 있는 사이에도 청소하시는 분에 계속 왁스칠을 하면서 바닥을 대걸레로 밀고 있으셔서,

발자국을 내며 돌아다니기가 미안했다.







 제물포 구락부를 나오면 바로 앞쪽으로 역사자료관과 함께 인천시장 공관이 있다.

예쁜 정원, 인천항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개량한옥

이 공관을 거쳐간 역대 시장은 2001년까지 17명이었고,

2001년 10월부터 시장공관은 역사자료관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가을의 향기가 가득 남아있는 시장 공관를 내려오는 돌계단에 보석처럼 떨어진 단풍들...

돌계단 짙은 색과 물기와 어우러져

밟고 지나가기 미안할 정도로 이쁘다.







 날씨가 차갑기도 하고, 다리도 아파 조금 쉬어갈까 싶어

길을 걷다가 보아두었던 까페 '풍선넝쿨'에 들어갔다. 


따뜻하고 예쁜 분위기...

(일본 영화 해피해피브레드에 나오는 까페'마니'같은 느낌)


로얄밀크티를 시키니 이렇게 단정하게 나온다.^^

겨레가 꽤나 맘에 들어했던 까페...(가격은 -L-)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잘 쉬었다 갑니다. 까페가 너무 예쁘네요."라고 얘길 해주니

바리스타분이 환하게 웃으신다.

 




 

걷기여행의 마지막 장소로 찾아간 곳은  신포시장 인근에 있는 답동성당...

답동성당 찾아가는 길에 눈에 띄었던 독특한 이름을 가진 독립영화관인 '애관극장"

'보는 것을 사랑한다'라는 의미를 담아서 '애관'


비공식적인 기록이긴 하지만 애관극장은 국내 최초의 극장이라고 한다.

1895년 을미개혁이 단행되던 시점에 인천 경동 네거리에 협률사라는 이름으로 개관해

각종 창극, 신파극을 하다 1926년 애관으로 개명하면서 연극과 영화의 전문 상설관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개보수를 하면서 5개 상영관을 갖춘 멀티플렉스영화관으로 변화를 시도했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영화관과의 경쟁으로 주춤하고 있는 모양이다.

 

무심코 지나치면서 보았던 극장에 이런 오랜 사연이 있다니...

우리도 가끔 독립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보러가곤 하는데,

그 느낌이 사람 북적이는 일반 영화관과는 사뭇 다르다.


세월의 풍상을 견뎌온만큼 애관극장도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인천의 상징이 되어 그 자릴 꿋꿋하게 지켜내길!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인천 답동성당...


명동성당과 느낌이 유사하다...

1897년에 세워졌다고 하니 1898년에 완공된 명동성당보다 만든 시기가 살짝 앞선다.







 성당을 나와 길건너 신포시장에 들러 그 유명한 신포닭강정을 사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서 씻고 시원한 맥주 한모금에 닭강정~!하고 신나게 돌아갔으나

한입씩 먹어보고는 너무 매워 손도 못대고만 신포닭강정...

매워도 너~~~무 매워!

닭강정 한입에 불타는 혓바닥을 잠재우기 위해 맥주만 들이킨 겨레아빠...


우리 가족이 매운걸 너무 못먹는 것인지, 아님 사람들이 매운걸 잘먹는것인지...

그나마 중간 사이즈로 사길 잘했지...

ㅠㅠ




돌아오는 길의 가을 인천 길...


"데이빗 아저씨는 어렸을 때 살던 동네가 그대로 지켜져서 참 좋겠다.

요즘은 일년만 지나고나도 살던 동네가 확확 바뀌어 버리는데...!"라는

겨레의 인천여행 감상평!


늦가을과 과거로의 시간 여행...






2012.11

겨레는 열다섯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