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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간송미술관 '진경시대 회화대전'

by GoodMom 2012. 5. 24.

 

일년에 두번 봄(5월)과 가을(10월) 보름씩만 일반인에게 공개 되는 간송미술관....

2008년부터 가보려고 했지만 시간에 쫓기고, 깜빡해서 놓쳤던 간송미술관 전시를 올 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않고 보기로 겨레와 약속했다.

 

간송미술관에 가기 전날, 인터넷으로 사전조사를 해보니 대부분 2시간 이상의 긴 기다림끝에 전시를 보게 되었다고 하는데 오후 늦게 5시쯤 가면 그렇게 오래 기다리지 않고 볼 수있다는 정보 입수, 4시 20분쯤 미술관에 도착했다.

그런데, 입구 저멀리 긴 줄행렬...ㅠㅠ

 

그런데 줄을 기다리면서 둘러보니 이게 웬일인가! 여기부터 정문까지 40분이 걸리는데 5시에 입장 마감이란다.

짤릴수도 있고 간신히 볼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

고민을 하다 여기까지 왔으니 기다려보자 생각해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그런데 내 앞앞앞사람쯤 해서 잘리고 말았다. 간송미술관 정문을 닫으니 갑자기 긴줄이 붕괴되면서 길게 줄 서있던 사람들이 다같이 정문을 밀치고 뛰어 들어갔는데...

그 틈에 나도 들어갈까 하다 겨레가 말려서 포기를 했다.

내일 아침 조금 일찍 서둘러서 와야겠다...생각하면서...

(이렇게 해서 첫날 어설프게 얻은 정보로 오후 늦게 간송미술관에 가는 것, 실패!)





 

 간송 50주년 기념 진경시대 회화대전


  • 전시일정: 2012. 5.13~5.27
  • 관람시간: 오전 10시~ 6시 (5시에 정문을 닫음)
  • 입장료: 무료개방
  • 주차공간 없음


 

 

다음날 아침 10시에 도착해 보니, 어제보다 두배는 더 긴~~~~~~~~~~~~~~줄.

놀란 내게 겨레가 그만한 결심도 없이 왔느냐고 한소리 한다.

그런데 우리를 기점으로 2~3분 늦게 왔을 뿐인데도 줄은 10미터씩 늘어나는 것 같았다. 미술관 앞에 서는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버스 한가득 미술관을 향하는 사람들...

조금 더 서둘렀어야 하는데, 출근 시간 콩나물 버스에 끼어서 오고싶지 않아 살짝 늦춘 것이 후회가 된다.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겨레가 늘 가지고 다녔다면서 지갑에서 꺼내 보여준 김홍도의 '해탐노화',( 누구보다 가까이 지낸다고 생각했던 딸내미인데도 나도 몰랐던 것이 이렇게 많다니...)

4학년 때 '바람의 화원' 책을 샀을 때 부록으로 준 그림이라고 한다. 과거 급제의 축원을 담은 게와 갈대를 그린 그림이라고...그 때 이 그림이 간송미술관 소장품인 것을 알고 그 때부터 간송미술관에 가보고 싶었단다. 

그런데 사실 정말 정말 간송 미술관에 가보고 싶었던 것은 신윤복의 '미인도' 때문이란다.



 

이렇게 겨레랑 수다를 떨며 긴 줄을 서서 기다렸다. 가면서 얼음물이랑 시리얼바를 두개 챙겨나갔는데 요긴했다.^^ 긴 줄 옆으로 저렇게 간식 파는 노점이 하나 있긴 하다.

 

 

거의 정문 앞에 다왔을 때 해가 중천, 그래서 우리 그림자도 짧다. 더위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고, 허리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한다.

 

 


정문 앞 멋진 글씨...

올해는 간송 전형필 선생 서거 5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래서 이를 기념하고 추모하기 위해 '진경시대 회화대전'을 기획했다고...

 

 

성북동에 위치한 간송미술관은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 박물관이라고 한다.



 

드디어 정문으로 들어와 간송미술관 마당에 선다.

 

 

정문 입성했다면서 좋아했던 것도 잠시,

여기부터 다시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그 전 한시간은 그럭저럭 견딜만 했지만 여기부터 한시간 살짝 넘는 시간은 허리가 엄청나게 아파와서 힘들었다. 겨레도 나도 운동화를 신고 갔는데 산기슭에 위치한 미술관 위치 때문인지 허리가 어찌나 아파 오던지...더위에 허리에... 

 

나무가 사이사이 곳곳 미술관 보물들...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간송선생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유출되는 서화나 도자기, 불상, 석조물등을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으로 건너간 우리 문화재도 가능한 것들은 값을 따지지 않고 다시 수집해 들여왔는데...이렇게 수집해 온 문화재들은 일제 강점기에는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못했다고 한다.


 


해방이 되어서도 전국에 있는 문화재를 정리하고 보존하는 일을 하시느라 박물관 개관일은 계속 미루어 졌고...한국전쟁이 발발해 일부 피난 보내지 못한 소장품이 도난당하는 사고를 입으면서 다시 박물관 개관이 미뤄졌었다고 한다.

휴전이 된 이후에야 미술사학자들과 수집품들을 정리해서 박물관을 만들려고 했는데, 이때 갑작스런 병으로 투병생활을 하시다 돌아가시게 되어 간송선생 생전에는 결국 박물관이 개관하는 것을 보지 못했고, 그 후손들이 수집품을 정리하고 연구하면서 1971년 가을부터 매해 5월과 10월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이라고 한다.



 

 

 

간송선생이 개인의 명예나 부를 위해 문화재들을 수집한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을 지키고 알리기 위한 뜻이었음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은 개인 소장품이지만 미술관을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고 한다.


 

 

 

미술관 입구에서 관람객 수를 조절해 들여보내주고 있었다.


전시장은 2층 규모...

1층은 자율관람이고 2층은 줄 서서 관람 해야 한다. 그런데 1층도 관람객들이 많고 작품 앞에서 '그대로 멈춤' 하신 분들이 많아(워낙 관람하기 쉽지 않다보니...) 자율관람임에도 긴 줄을 서야 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사실 1층 관람은 아비규환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줄도 줄지 않고 우왕좌왕...

간신히 1층을 관람하고 2층으로 올라가니 2층은 차분하게 줄을 서서 관람을 하고 있고 직원 두사람이 뒤에서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이동하시면서 봐달라고 계속 얘기를 해서 조금 형편이 나았다.

그런데! 

2층 들어서면서 웬지 앗차!했던 느낌...미인도가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어 미술관 직원 분께 물어보니 작년 가을 미인도 전시를 했고 올 봄은 전시 되어있지 않단다.(겨레의 대실망!하는 표정에 엄마 가슴이 무너진다.)

올 가을에는 할 예정이냐 물었더니 아직은 알 수가 없다고...(ㅠㅠ)

 왜 간송미술관 오면 미인도를 당연히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매년 주제별로 전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한 건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전시장 내부는 촬영금지)

 

간송미술관을 새로 짓자는 의견도 있는 모양인데, 오래된 이 건물 이대로도 나름 운치 있게 느껴졌다.

단, 전시작품 진열이 우리가 보아왔던 중앙박물관이나 여타 다른 박물관처럼 세련된 느낌은 아니었다. 그것도 그런대로 옛느낌을 살린 듯 보이긴 했지만 수많은 인파에 밀려 자칫 허술해 보이는 유리가 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긴 했다.

앞으로도 계속 일년에 두차례 무료개방이 된다는 것은 우리에겐 반가운 일이겠지만 작품 보존을 위해서는 어느정도 미술관측에서 전시 방법이나 관람방법에 대해 고민을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념촬영이라면 질색을 하고 도망가던 겨레가 전시를 다 보고는 전시도록을 사달라며 먼저 내려가 있다.

전시회에 가면 도록을 필수로 구입을 하는데, 오늘은 미인도사본(30000)을 살까 도록(20000)을 살까 고민을 하다 겨레랑 상의 끝에 도록을 샀다.

 




큰 숙제 마친 사람들처럼 나오면서 보니 1층 전시장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꽉 차 있다. 

 

 

 

한적한 미술관 오솔길을 따라 전시장을 나온다.

 

간송 전형필선생의 흉상 앞에서 잠시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간송 미술관을 나왔다.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는데(오후 2시) 반대편에는 여전히 버스들이 간송미술관에 오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고, 아침에 시작된 그 긴줄은 줄어들 줄을 모른다.

 

 

오늘 구입한 '진경시대 회화대전' 기념 도록


진경시대는 조선왕조 후기 문화가 조선 고유색을 한껏 드러내면서 발전했던 문화 절정기를 일컫는 명칭이라고 한다. 그 기간은 숙종시대부터 정조대에 걸치는 125년간의 기간.

이 시기는 진경시대의 뿌리가 되는 조선 성리학이 완벽하게 뿌리 내린 시기로 오늘 전시에는 진경산수화의 완성을 이룬 정선의 작품부터 그의 학풍을 이어받은 조영석, 심사정, 이인상, 김윤겸, 이윤영, 김희겸, 강세황, 최북의 작품과 함께 진경시대 말기 김호도, 이인문, 김득신, 김석신, 신윤복의 작품들이 전시 되어있다.

 


↓ 아래 그림들은 오늘 전시 되어있었던 작품들로 도록에 나와있는 작품들

1층에 전시 되어있던 간송의 그림...'방고사소요'

 



놀라운 표현이 아름다웠던 정선의 도산서원

 



 

정선의 추일한묘(가을날 한가로운 고양이)


산수화의 대가로만 알고 있던 정선의 색다른 작품...고양이 묘사도 뛰어났지만 고양이 뒤쪽 꽃이며 고양이가 주시하고 있는 방아깨비 섬세한 표현...

 

 

신윤복의 나월불패(나뭇가지에 걸린 달을 보고 짖지 않다)


신윤복이 남긴 몇 안되는 개그림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간 보았던 신윤복의 예쁜 그림들과는 다른 그림이라 눈길이 갔던 작품. 작품명도 한줄의 시! ('개'가 아닌 '나뭇가지에 걸린 달을 보고 짖지 않다'라는 시적인 작품명)

 

 

신윤복의 유곽쟁웅(유곽에서 사내다움을 다투다)


역시 신윤복! 

신윤복스러운 해학이 담겨있는 그림, 원화를 볼 때 손이 덜덜 떨리는 느낌이었다.

(이...이...이...그림이 진짜 신윤복의 손길을 거쳐간 원화란 말인가! 이러면서 떨었다. 나는 ^^)


 

 

 

 + 함께 보면 좋은 책)

 

간송 전형필          이충렬 저/ 김영사

 

 

우리 문화재를 지켜내고 수집해온 간송선생의 평전.

지난 번 겨레와 영구 임대 방식으로 145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의궤전시를 보면서도 가슴이 뜨거웠지만 이번 간송미술관 전시를 보면서 느꼈던 점, '빼앗기기 전에 지켰어야 한다!'였다.

이 책은 그시절, 우리의 것을 지켜내겠다는 남과 다른 생각을 했던 간송선생님의 일대기를 그린 책으로 많은 책을 참조하고 자료를 찾아 사실에 가깝게 써내긴 했지만 재미를 위해 약간의 상상력도 가미가 되었다고 한다.





2012. 5

겨레는 열다섯살